척추 압박골절로 오신 분들께 가장 꺼내기 힘든 말입니다.
당장의 통증은 대개 몇 주에서 몇 달이면 좋아집니다. 그래서 회복됐다고 생각하고 일상으로 돌아가시죠. 문제는 그 시기가 다음 골절이 가장 잘 생기는 때라는 겁니다.
얼마나 흔한 일인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골대사학회가 20여 년치 건강보험 데이터를 분석해 발표한 자료가 있습니다. 2022년 한 해, 50세 이상에서 발생한 골다공증 골절이 43만 4,470건이었습니다. 2012년보다 34.2% 늘었고, 연평균 7.8%씩 증가해 왔습니다.
부위를 보면 나이에 따라 달라집니다. 50~60대에는 손목과 발목이 많은데, 나이가 들수록 척추와 고관절이 늘어납니다. 남성은 60대부터, 여성은 70대부터 척추 골절이 가장 많은 골절이 됩니다.
고관절은 더 가파릅니다. 2022년 기준 50세 이상 인구 1만 명당 발생 건수가 50대 2.0명, 60대 5.4명, 70대 22.1명, 80대 이상 100.7명입니다. 80대에 들어서면 50대의 50배입니다.
왜 이걸 단순한 골절로 보면 안 되는가

치명률 때문입니다.
고관절 골절 후 1년 이내 사망률은 2021년 기준 18.2%였습니다. 성별로 나누면 남성이 24.2%, 여성이 15.7%로 남성이 1.5배 높습니다. 척추 골절은 이보다 낮아 6.3%입니다.
남성 쪽이 특히 주의할 부분입니다. 골다공증 자체는 여성에게 훨씬 흔하지만, 일단 골절이 생겼을 때의 사망률은 남성이 더 높습니다. “골다공증은 여자 병”이라는 인식 때문에 남성이 검사와 치료에서 밀려나는데, 결과는 반대로 나온다는 뜻입니다.
참고로 교과서에서는 2012년 자료를 근거로 골다공증성 골절 사망률을 간암·위암 사망률과 비교합니다. 숫자는 갱신됐지만 비교의 취지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뼈가 부러진 것 가지고 왜 그러냐는 반응을 자주 듣는데, 이 숫자들을 보여드리면 대개 표정이 달라집니다.
한 번 부러지면 다음이 온다
국내 데이터에서 척추 골절 후 1년 이내에 척추가 다시 부러진 비율은 2021년 기준 7.7%였습니다. 부위를 가리지 않고 어딘가 다시 부러진 경우까지 포함하면 8.7%입니다.
해외 코호트 연구에서는 이 수치가 훨씬 높게 나옵니다. 1년 내 약 20%, 2년이면 38%에 육박하고, 위험은 골절 후 3개월 이내에 가장 높습니다. 척추 골절이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보다 다음 척추 골절 위험이 약 다섯 배이며, 이 위험은 골밀도와 독립적입니다.
두 숫자가 세 배 가까이 차이 나는데, 어느 쪽이 틀린 게 아닙니다. 국내 수치는 병원을 찾아 진단받고 청구가 발생한 골절만 잡힙니다. 반면 해외 연구는 일정 간격으로 엑스레이를 찍어 형태 변화까지 확인하는 방식이 많습니다. 척추 압박골절은 통증이 뚜렷하지 않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국내의 7.7%는 드러난 재골절만 센 숫자로 보는 게 맞습니다. 실제로는 그보다 많다고 보셔야 합니다.
첫 번째 고리: 모양이 바뀌면 힘의 분배가 바뀐다

압박골절은 대개 척추뼈의 앞쪽이 주저앉습니다. 뒤쪽은 그대로인데 앞쪽만 낮아지니 그 마디가 쐐기 모양이 되고, 등이 조금 굽습니다.
등이 굽으면 몸의 무게중심이 앞으로 이동합니다. 그러면 척추를 앞으로 꺾으려는 힘이 커지고, 그 힘은 바로 위아래 척추뼈의 앞쪽에 집중됩니다. 방금 부러진 자리와 똑같은 부위입니다.
주저앉은 정도가 클수록 인접 마디에 걸리는 응력이 커진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골절이 심할수록 다음 골절이 잘 온다는 임상 관찰이 여기서 설명됩니다.
한 마디가 무너져 척추가 조금 굽고, 굽은 만큼 다음 마디에 부담이 커지고, 그 마디가 무너지면 더 굽습니다. 이게 연쇄의 구조입니다.
두 번째 고리: 아파서 누워 있으면
역학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쪽 고리가 사실 더 무섭습니다.
골절이 생기면 아프니까 눕게 됩니다. 그런데 고령에서 침상안정의 대가는 생각보다 훨씬 큽니다.
건강한 노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단 5일의 침상안정만으로 하지 근육량이 약 4%, 무릎 신전근력이 약 16% 감소했습니다. 같은 조건에서 젊은 성인은 이 정도 단기 부동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나이가 들면 근육이 빠지는 속도 자체가 다르다는 뜻입니다.
기간을 10일로 늘리면 하지 제지방량이 약 1kg 줄고, 무릎 근력은 13%, 계단을 오르는 힘은 14%, 최대 산소섭취량은 12% 떨어집니다. 노화로 몇 년에 걸쳐 일어날 변화가 2주도 안 되는 기간에 압축되는 셈입니다.
여기에 뼈도 같이 약해집니다. 움직이지 않는 것 자체가 골소실을 가속하기 때문에, 근감소와 골소실이 동시에 진행됩니다. 둘이 겹칠수록 골절 위험이 크게 올라갑니다.
그래서 순서가 이렇게 됩니다. 골절 → 통증 → 침상안정 → 근육과 뼈 소실 → 균형 저하 → 낙상 → 다음 골절.
실제로 척추 골절은 척추 골절만 불러오지 않습니다. 50세 이상에서 척추 골절은 이후 팔다리 골절, 특히 고관절 골절을 예측하는 강력한 인자이고, 위험은 골절 직후에 몰려 있습니다.
다만 희망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침상안정으로 생긴 근육량과 근력 손실은 8주간의 집중 운동 재활로 회복됐습니다. 되돌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대부분 그 재활을 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시술을 하면 고리가 끊길까
시멘트를 넣는 시술(척추성형술, 풍선 후굴복원술)을 두고 가장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통증에는 도움이 됩니다. 다만 다음 골절을 막아주느냐는 별개이고, 여기에는 논란이 있습니다.
시멘트가 들어간 척추뼈는 주변보다 단단해집니다. 생체역학 연구에서는 이 강성 차이 때문에 인접 척추뼈가 견딜 수 있는 한계 하중이 8~3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시술 후 새 골절의 상당수가 바로 위아래 마디에서 비교적 이른 시기에 발생한다는 관찰도 있습니다.
반대로 통증이 줄어 일찍 움직일 수 있게 되는 이점도 분명합니다. 앞의 두 번째 고리를 생각하면 작은 이점이 아닙니다. 결국 연구마다 결론이 갈리고, 지금으로서는 “시술만으로 연쇄가 멈추지는 않는다” 정도가 안전한 정리입니다.
고리를 끊는 것

골다공증 치료. 그리고 여기가 우리나라의 가장 약한 고리입니다.
같은 팩트시트에 따르면, 골다공증 골절이 생긴 뒤 골다공증 약을 처방받은 비율이 1개월 내 22.0%, 3개월 내 28.9%, 6개월 내 32.2%, 1년 내 35.5%였습니다.
1년이 지나도 셋 중 둘은 약을 시작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임박 위험기, 그러니까 다음 골절이 가장 잘 생기는 그 시기를 그냥 흘려보내는 겁니다.
부위별로 보면 척추 골절이 52%로 가장 높고 발목 골절은 15%로 가장 낮았습니다. 성별로는 2021년 기준 남성 18.7%, 여성 46.9%로 남성이 여성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앞서 본 대로 골절 후 사망률은 남성이 더 높은데도요.
저는 이 부분이 골다공증 환자분들에게 가장 아쉬운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약값이 부담될 수는 있지만, 치료 자체가 어려운 건 아닙니다. 그런데도 그냥 빠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진국에서는 골절 고위험군을 따로 묶어 관리하는 재골절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우리나라도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가능한 한 일찍 움직이기. 통증이 허락하는 범위에서요. 앞의 숫자를 보셨으니 왜 며칠이 중요한지 아실 겁니다. 언제부터 어떻게 움직여도 되는지를 반드시 물어보세요.
낙상 요인 없애기. 욕실 미끄럼 방지, 야간 조명, 바닥 전선 정리. 시시해 보이는데 효과는 큽니다.
압박골절 진단을 받으셨다면
통증이 가라앉았다고 끝난 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때부터가 다음 골절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골밀도 검사는 받았는지, 골다공증 약은 시작했는지, 언제부터 어떻게 움직여도 되는지. 이 세 가지를 확인하세요. 통계가 말해주듯, 골절 치료만 받고 여기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훨씬 흔합니다.
한 번의 골절은 사고지만, 두 번째부터는 대개 막을 수 있었던 일입니다.
참고
- 국민건강보험공단·대한골대사학회, 「골다공증 및 골다공증 골절 팩트시트」, 2023. 12.
-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척추학』, 군자출판사
- Tanner RE, et al. J Physiol 2015;593(18):4259-73 (5일 침상안정·8주 재활)
- Kortebein P, et al. JAMA 2007;297(16):1772-4 (10일 침상안정, 제지방량)
- Kortebein P, et al. J Gerontol A Biol Sci Med Sci 2008;63(10):1076-81 (10일 침상안정, 근력·운동능력)
- Osteoporosis: The Renascent Impact of Vertebral Fractures — A Narrative Review. PMC13362820
- Vertebral Fracture as a Predictor of Subsequent Extremity Fractures: A Systematic Review. PMC13072807
- Berlemann U, et al. J Bone Joint Surg Br 2002;84(5):74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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