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합술을 하면 옆 마디가 나빠진다는 말

수술 얘기가 나오면 거의 빠지지 않고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나사 박으면 위아래가 또 망가져서 결국 다시 수술한다던데요.”

주변에서 들으셨든 인터넷에서 보셨든, 이 말에는 사실인 부분과 부풀려진 부분이 섞여 있습니다. 그걸 가려내려면 유합술이 애초에 뭘 하려는 수술인지부터 봐야 합니다.

유합술은 ‘붙이는’ 수술입니다

척추를 생체역학적으로 볼 때 기본 단위는 척추분절입니다. 위 아래로 이웃한 척추뼈 두 개와 그 사이의 추간판, 후관절, 인대까지를 묶어서 하나로 봅니다. 나사를 넣는 수술도 이 단위를 기준으로 계획합니다.

이 분절이 불안정하다는 말은 두 가지로 쓰입니다. 역학적으로는 평범한 힘에도 정상보다 많이 움직인다는 뜻이고, 임상적으로는 그 움직임 때문에 신경이 눌리거나 다치거나 통증이 생긴다는 뜻입니다. 진료실에서 수술을 권할 때는 대개 뒤쪽 의미입니다. 흔들리는 게 문제가 아니라 흔들려서 증상이 생기는 게 문제인 거죠.

유합술은 그 분절을 아예 하나의 뼈로 붙여버리는 수술입니다. 나사와 막대는 뼈가 붙을 때까지 움직이지 않게 잡아두는 역할이고, 목표는 어디까지나 뼈가 붙는 것입니다. 만약 끝내 붙지 않으면 금속이 반복되는 하중을 계속 받다가 결국 버티지 못합니다. 나사가 헐거워지거나 부러지는 일이 생기는 게 이 경우입니다.

그러니까 유합술이 성공했다는 건, 그 마디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게 됐다는 뜻입니다.

한 마디가 멈추면

허리를 숙이고 펴는 움직임은 여러 마디가 조금씩 나눠서 만듭니다. 그중 한 마디가 멈추면 나머지가 그 몫을 채워야 합니다. 가장 가까운 위아래 마디가 제일 많이 떠안게 되고요.

그래서 인접 마디는 전보다 더 많이 움직이고, 추간판 안의 압력이 올라가고, 후관절에 걸리는 부담도 커집니다.

추간판 압력 얘기는 조금 더 할 필요가 있습니다. 추간판에는 혈관이 없어서 위아래 종판을 통해 영양이 스며드는 방식으로 버팁니다. 그런데 안쪽 압력이 높아지면 이 확산이 방해를 받습니다. 일은 더 하는데 먹는 건 줄어드는 셈이라, 퇴행이 빨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유합 전과 유합 후의 마디 움직임 변화를 설명하는 다이어그램.

실제로 얼마나 생기나

여기서 숫자가 사람을 헷갈리게 합니다.

사진에서 옆 마디가 나빠진 게 보이는 경우만 세면 숫자가 크게 벌어집니다. 2004년 Park 등이 기존 연구들을 정리한 리뷰를 보면, 평균 3년에서 30년까지 추적한 연구들의 보고치가 5.2%에서 100%까지 제각각이었습니다. 추적 기간도, 무엇을 퇴행으로 볼지도 연구마다 달라서 이렇게 벌어졌습니다. 인터넷에서 보는 무시무시한 숫자들은 대개 이쪽입니다.

그런데 사진에 보이는 변화와 몸이 느끼는 변화는 따로 놉니다. 같은 리뷰는 사진에서만 보이는 무증상 변화는 흔하지만, 환자의 기능 상태와는 상관관계가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증상이 생겨서 문제가 된 경우만 보면 숫자가 훨씬 작아집니다. 2021년 메타분석에서 35개 연구, 7,374명을 모아 보니 17.2%였습니다. 개별 연구로는 2.6%에서 62.5%까지 흩어져 있었지만, 합쳐 보면 다섯 명 중 한 명이 채 안 됩니다. 적지 않은 숫자지만, “결국 다 다시 한다”와는 거리가 멉니다.

변화율을 설명하는 그래프와 텍스트가 포함된 이미지로, 영상에서 느껴지는 변화와 실제 증상의 차이를 나타냅니다.

나사를 안 쓰면 되지 않나

나사를 쓴 경우에 옆 마디 문제가 조금 더 많이 생긴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나사가 척추를 워낙 단단하게 잡아주다 보니 옆 마디 부담이 커지고, 맨 위 나사를 넣는 과정에서 바로 위 관절을 건드릴 수도 있어서입니다.

그렇다고 나사를 빼기는 어렵습니다. 부러진 뼈를 깁스로 고정해야 붙는 것처럼, 척추도 붙을 때까지 잡아주는 게 필요합니다. 나사 없이 수술하면 뼈가 안 붙는 경우가 훨씬 많아지고, 안 붙으면 그 자체로 수술이 실패한 겁니다.

대신 나사를 넣을 때 위쪽 관절을 다치지 않게 하는 건 수술하는 쪽에서 신경 쓸 수 있는 부분이고, 이것만으로도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무엇이 위험을 올리는지는, 솔직히 연구마다 다릅니다

이 부분은 정리된 척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는 게 낫겠습니다.

2004년에 나온 리뷰에서는 꽤 많은 요인을 꼽았습니다. 유합하는 범위가 길수록, 허리 정렬이 제대로 회복되지 않을수록 위험하다고 봤고, 요추관 협착증이 같이 있는 경우, 55세 이상, 여성, 골다공증, 폐경 후 상태도 위험 요인으로 들었습니다. 다만 유합 범위와 정렬이 얼마나 기여하는지는 불분명하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그런데 2021년 메타분석에서 통계적으로 확실하게 남은 건 네 개뿐이었습니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경우, 유합 범위가 천추까지 내려가지 않고 중간에서 끝나는 경우, 위쪽 후관절을 침범한 경우, 그리고 유합한 범위 바깥까지 감압한 경우입니다.

반대로 나이, 성별, 흡연, 당뇨, 고혈압, 골다공증, 몇 마디를 붙였는지, 어느 방향으로 접근했는지 같은 요인들은 이 분석에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같은 질문에 이렇게 다른 답이 나오는 건, 이 분야 연구 대부분이 후향적이고 근거 수준이 낮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특정 요인 하나를 콕 집어 말하기보다, 여러 연구에서 반복해서 나오는 것에 무게를 둡니다. 위쪽 후관절을 지키는 것, 그리고 체중입니다. 둘 다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2021년 메타분석 기준으로 연구 결과 요약

원래 나빠지던 마디였을 수도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생각해볼 게 있습니다.

유합술을 받을 정도면 이미 척추 퇴행이 꽤 진행된 상태입니다. 한 마디가 수술이 필요할 만큼 나빠졌다면, 옆 마디도 비슷한 길을 가고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수술을 안 했어도 몇 년 뒤 나빠졌을 마디를 두고 수술 탓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외상 때문에 유합술을 받은 사람이나 태어날 때부터 척추가 붙어 있던 사람에서는 인접 분절 문제가 덜 생깁니다. 역학적 조건은 비슷한데 결과가 다르다면, 원래 디스크 상태가 큰 몫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두 가지가 같이 작용한다고 보는 게 일반적입니다. 유합이 진행을 앞당기는 건 맞지만, 바탕에는 원래의 퇴행이 깔려 있다는 거죠.

두 가지 주제에 대해 설명하는 다이어그램. 왼쪽 상단은 '역학적 변화'를 설명하며, 오른쪽 상단은 '원래의 퇴행'을 설명하고 있다. 가운데는 '인접 분절 질환'으로 연결된 화살표가 있다.

인공디스크는

마디를 굳히지 않고 움직임을 남겨두는 인공디스크 같은 기기가 개발된 이유가 바로 이 문제입니다. 발상은 타당한데, 교과서에서도 장기 결과를 더 봐야 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수술을 할 수 있는 경우도 제한적이라 불안정성이 심하거나 후관절이 많이 상했거나 골다공증이 있으면 쓰기 어렵습니다. 유합술을 대신하는 더 좋은 수술이라기보다는, 적합한 경우가 따로 있는 다른 수술로 보시는 게 맞겠습니다.

수술을 권유받으셨다면

이 글의 결론이 “유합술은 피하라”는 아닙니다. 불안정한 분절 때문에 신경이 눌리고 있다면, 수술하지 않았을 때 생기는 문제가 옆 마디 걱정보다 훨씬 큰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궁금한 건 물어보시는 게 좋습니다. 몇 마디를 붙이는지와 왜 그 범위인지, 수술 전 옆 마디 상태는 어떤지, 허리 정렬도 같이 고려한 계획인지. 이런 질문에 담당의가 설명해 주는 내용을 들으시면 수술이 어떤 판단을 기반으로 계획됐는지 알 수 있습니다.

수술 후에는 체중 관리와 허리 주변 근육 운동을 꾸준히 하시는 게 좋습니다. 연구 결과가 가장 일치하는 부분이 체중이고, 근육은 우리가 유일하게 키울 수 있는 척추 보호 장치입니다.


참고

  •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척추학』, 군자출판사
  • Park P, Garton HJ, Gala VC, Hoff JT, McGillicuddy JE. Adjacent segment disease after lumbar or lumbosacral fusion: review of the literature. Spine 2004;29(17):1938-44
  • Mesregah MK, Yoshida B, Lashkari N, et al. Demographic, clinical, and operative risk factors associated with postoperative adjacent segment disease in patients undergoing lumbar spine fusion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Spine J 2022;22(6):1038-69 (온라인 2021)
  • Patient-Related Risk Factors for the Development of Lumbar Spine Adjacent Segment Pathology. Orthop Rev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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