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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면 다리가 아프고, 앉으면 괜찮아지는 이유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저리고 무거워서 서야 해요. 그런데 벤치에 잠깐 앉았다 일어나면 또 걸을 만하고요.”

이렇게 걷다 쉬다를 되풀이하는 증상에는 이름이 따로 있습니다. 걷는 동안 생겼다가 쉬면 사라진다고 해서 간헐적 파행이라고 부르고, 원인이 허리 신경에 있으면 신경인성 간헐적 파행이라고 합니다. 척추관 협착증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이죠.

생각보다 흔합니다. 지역 주민 968명을 조사한 Maeda 등(2018)의 연구에서는 9.5%가 이런 증상과 영상 소견을 함께 가진 협착증으로 진단됐고, 이들의 평균 나이는 70세 무렵이었습니다. 왜 하필 걸을 때 아프고 앉으면 나아지는지, 다른 병과는 어떻게 구분하는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허리를 펴면 좁아지고, 숙이면 넓어지는 통로

허리뼈 뒤쪽에는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 다발이 지나는 통로, 척추관이 있습니다. 이 통로의 넓이는 고정돼 있지 않습니다. 허리를 뒤로 펴면 뼈 사이를 잇는 황색인대가 안쪽으로 주름지듯 접혀 들어오고, 뒤쪽 관절도 통로 쪽으로 다가오면서 공간이 줄어듭니다.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 반대로 넓어지고요(그림 1).

젊고 통로에 여유가 있을 때는 이 정도 변화를 느끼지 못합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인대가 두꺼워지고 관절이 커져 통로가 이미 좁아져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서서 걸을 때 허리는 자연스럽게 펴지는데, 그 작은 변화만으로도 신경이 눌리기 시작하는 것이죠. 걷는 동안 다리 근육을 쓰면서 신경에 필요한 혈류는 늘어나는데, 눌린 신경에는 피가 충분히 가지 못하는 것도 증상을 키웁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자세에 따른 척추관 크기 변화

Inufusa 등(1996)은 카데바 요추를 굴곡, 중립, 신전 상태로 고정해 척추관과 추간공을 측정했습니다. 신전은 척추관 면적과 추간공의 모든 치수를 유의하게 줄였고 굴곡은 반대였습니다. 추간공 단면적은 중립보다 굴곡에서 12% 컸고 신전에서 15% 작았으며, 추간공에서 신경근이 눌린 비율은 중립 21.0%, 굴곡 15.4%, 신전 33.3%였습니다. 연구진은 이 결과가 자세에 따라 변하는 동적 척추관 협착의 개념을 뒷받침한다고 해석했습니다.

Maeda 등(2018)은 지역 주민 코호트 968명에서 척추 학회 진료 지침을 바탕으로 한 기준(엉덩이나 다리의 통증·저림, 서거나 걸을 때 악화, 숙이거나 앉거나 누우면 완화, 이를 설명하는 영상 소견)을 모두 충족하는 증상성 요추관 협착증을 9.5%(남성 10.0%, 여성 9.2%)에서 확인했습니다. 증상성 협착증군의 평균 나이는 71.6세였습니다.

생활에서 이렇게 드러납니다

통로가 자세에 따라 달라지다 보니, 협착증이 있는 분들은 일상에서 비슷한 경험을 많이 합니다.

마트에서 카트를 밀 때는 한참을 걸을 수 있는데, 맨몸으로 걸으면 금방 서게 됩니다. 카트에 기대면 허리가 저절로 앞으로 숙여지기 때문이죠. 자전거는 오래 타는데 걷기는 힘든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다리를 쓰는 양은 비슷해도 자전거 위에서는 허리가 굽어 있으니까요.

오르막이 내리막보다 편하다는 분도 많습니다. 오르막에서는 몸이 앞으로 기울고, 내리막에서는 허리를 뒤로 젖히게 됩니다. 걷다 보면 몸이 점점 구부정해진다는 이야기도 흔한데, 본인보다 옆에서 함께 걷는 가족이 먼저 알아채곤 합니다. 몸이 알아서 덜 아픈 자세를 찾아가는 셈입니다.

다리 혈관이 좁아져도 비슷하게 아픕니다

걷다가 다리가 아파서 쉬어야 하는 증상은 다리로 가는 동맥이 좁아졌을 때도 생깁니다. 이를 혈관성 파행이라고 하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협착증과 무척 닮았습니다. 담배를 오래 피웠거나 당뇨, 고혈압이 있는 분이라면 특히 함께 따져 봐야 합니다.

둘을 구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쉬는 방식입니다. 혈관 문제는 그 자리에 멈춰 서 있기만 해도 금방 풀리지만, 허리 신경 문제는 앉거나 허리를 숙여야 풀리고 회복도 더 느립니다. 아픈 곳이 퍼지는 방향도 다른데, 허리 쪽은 엉덩이에서 다리 아래로 내려가고 혈관 쪽은 종아리부터 아픕니다. 자전거와 오르막이 편한 것도 허리 쪽의 특징이고, 혈관 쪽은 오히려 더 힘들어집니다(그림 2).

진찰할 때는 발등과 발목 안쪽에서 맥박이 잘 만져지는지 확인합니다. 혈관성 파행이라면 맥박이 약하거나 잘 잡히지 않고, 필요하면 팔과 발목의 혈압을 비교하는 검사를 합니다.

이 밖에도 헷갈리는 병이 몇 가지 있습니다. 양쪽 발끝이 양말 신는 자리처럼 저리고 걷는 것과 상관없이 밤에 더 심하다면 말초신경병증을, 가만히 있을 때 다리가 불편하고 움직이면 나아진다면 하지불안증후군을 먼저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사타구니에서 허벅지 앞쪽으로 뻗치는 통증은 고관절 문제일 때가 많고요. 다리 저림의 여러 원인은 다리 저림, 허리 때문일까 다른 원인일까에서 정리했습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신경인성 파행과 혈관성 파행의 감별

교과서는 신경인성 파행과 혈관성 파행을 통증 위치(등·엉덩이·다리 대 다리 근육), 퍼지는 방향(근위부에서 원위부 대 원위부에서 근위부), 악화 요인(서 있기·걷기 대 걷기·자전거 타기), 완화 요인(앉기·구부리기·쪼그려 앉기 대 서 있기·활동 중단), 회복 시간(느림 대 빠름), 오르막길 걷기(통증 없음 대 통증), 발등 맥박(있음 대 없음)으로 비교합니다.

그 밖의 감별 질환으로 말초신경병증, 하지불안증후군, 고관절 관절염을 듭니다.

이야기만 잘 들어도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협착증은 영상보다 증상에서 먼저 단서를 찾는 병입니다. 다리가 아픈 50세 이상에서 진찰 소견의 진단 정확도를 모아 분석한 Suri 등(2010)의 연구를 보면, 몇 가지 특징이 협착증 쪽으로 무게를 크게 실어 줬습니다(그림 3). 그중 가장 쓸모 있었던 것은 앉아 있으면 아프지 않다는 점과 허리를 숙이면 나아진다는 점이었습니다.

반대로 걸을 때 다리가 아파지는 증상 자체가 없다면 협착증일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습니다. 그래서 진료를 받을 때 아래 내용을 미리 생각해 가시면 진단에 큰 도움이 됩니다.

  • 몇 분, 또는 몇 미터쯤 걸으면 다리가 저려 오는지
  • 쉬면 몇 분 만에 풀리는지, 서 있기만 해도 풀리는지 앉아야 풀리는지
  • 자전거나 마트 카트를 밀 때는 덜한지
  • 몇 달 사이에 걸을 수 있는 거리가 줄었는지

특히 마지막 항목이 중요합니다. 나이 탓이려니 하고 지내다가, 어느새 동네 한 바퀴도 걷지 못하게 된 뒤에야 병원을 찾는 분이 많거든요. 걸을 수 있는 거리를 가끔 휴대폰 걸음 수로 확인해 두면 변화를 알아차리기 쉽습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진찰 소견의 진단 정확도

Suri 등(2010)의 체계적 고찰은 하지 통증이 있는 고령자에서 요추관 협착증 임상 증후군을 진단하는 병력과 진찰 소견의 정확도를 분석했습니다. 양성 가능도비는 넓은 보폭 보행 13(95% 신뢰구간 1.9~95), 앉아 있을 때 통증 없음 7.4(1.9~30), 앞으로 숙이면 증상 호전 6.4(4.1~9.9), 양측 엉덩이 또는 다리 통증 6.3(3.1~13), 비정상 롬베르크 검사 4.2(1.4~13), 신경인성 파행 있음 3.7(2.9~4.8), 70세 초과 2.0(1.6~2.5)이었습니다. 신경인성 파행이 없으면 0.23(0.17~0.31), 60세 미만이면 0.40(0.29~0.57)으로 가능성이 낮아졌습니다. 연구진은 앉을 때 통증이 없는 것과 숙이면 나아지는 것이 가장 유용한 개별 소견이며, 여러 소견을 조합하면 협착증이 아닌 사람을 가려내는 데 특히 유용하다고 결론지었습니다.

MRI가 증상만큼 심해 보이지 않을 때

“사진에서는 그렇게 심하지 않다는데, 저는 왜 이렇게 못 걷죠?” 협착증에서 자주 나오는 질문입니다.

MRI는 보통 누운 채로 찍습니다. 누우면 척추에 몸무게가 실리지 않고 허리 곡선도 서 있을 때와 달라지니, 통로가 실제로 걸을 때보다 넓게 찍히기 쉽습니다. 증상이 가장 심한 자세와 다른 조건에서 찍은 사진인 셈이죠. 그래서 협착증에서는 사진의 좁아진 정도보다 증상과 진찰 소견을 더 무겁게 봅니다. 반대로 사진에서 좁아 보여도 걷는 데 불편이 없다면 치료할 대상이 아닙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누운 자세 영상의 한계

교과서는 일반적인 누운 자세 촬영에서는 요추관이 상대적으로 넓게 보여 실제 상태를 반영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굴곡·신전 촬영, 축성 하중 촬영, 기립 자세 촬영을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Willén과 Danielson(2001)은 축성 하중을 가한 상태로 CT와 MRI를 찍으면 체중이 실린 상황을 재현해 척추관이 더 좁게 측정되고 진단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했습니다.

진단을 받았다면 그다음은

협착증은 대부분 급하게 수술해야 하는 병이 아닙니다. 수술하지 않은 환자들을 몇 년 동안 지켜봤을 때 많은 분이 비슷하게 지냈고, 약과 운동, 필요하면 주사로 먼저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운동이 맞는지는 허리 협착증에 좋은 운동, 숙이는 동작이 편한 이유에서, 수술을 생각하는 시점과 수술 방법은 척추관 협착증, 수술해야 할까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기다리지 말아야 할 신호

  • 대소변을 보기 어렵거나 참기 힘들어질 때
  • 사타구니와 항문 주변 감각이 둔해질 때
  • 양쪽 다리 힘이 빠르게 빠질 때

신경 다발이 심하게 눌린 신호일 수 있습니다. 이때는 기다리지 말고 바로 진료를 받는 편이 안전합니다.

저는 협착증이 있는 분들께 걸을 수 있는 거리를 치료의 기준으로 삼자고 말씀드리는 편입니다. 사진이 어떻게 보이든, 원하는 만큼 걸을 수 있다면 지금의 치료로 충분하고, 그 거리가 점점 줄어든다면 다음 단계를 함께 상의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서 있는 자세와 허리 곡선이 나이 들며 어떻게 바뀌는지는 골반 각도가 허리 통증과 무슨 상관일까에서 다뤘습니다.

참고문헌

1.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척추학. 제3판.

2. Inufusa A, An HS, Lim TH, Hasegawa T, Haughton VM, Nowicki BH. Anatomic changes of the spinal canal and intervertebral foramen associated with flexion-extension movement. Spine. 1996;21(21):2412-20. doi:10.1097/00007632-199611010-00002

3. Willén J, Danielson B. The diagnostic effect from axial loading of the lumbar spine during computed tomography and magnetic resonance imaging. Spine. 2001;26(23):2607-14. PMID: 11725243

4. Maeda T, Hashizume H, Yoshimura N, Oka H, Ishimoto Y, Nagata K, et al. Factors associated with lumbar spinal stenosis in a large-scale, population-based cohort: the Wakayama Spine Study. PLoS One. 2018;13(7):e0200208. doi:10.1371/journal.pone.0200208

5. Suri P, Rainville J, Kalichman L, Katz JN. Does this older adult with lower extremity pain have the clinical syndrome of lumbar spinal stenosis? JAMA. 2010;304(23):2628-36. PMID: 21156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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