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합술을 하면 옆 마디가 나빠진다는 말

“나사 박으면 위아래 마디가 또 망가져서 결국 다시 수술한다던데요.”

척추 유합술 이야기가 나오면 거의 빠지지 않는 걱정입니다. 이 말에는 맞는 부분과 부풀려진 부분이 섞여 있어서, 숫자부터 짚고 시작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여러 연구를 모아 보면, 허리 유합술 뒤 옆 마디 때문에 다시 증상이 생기는 사람은 대략 여섯 명 중 한 명(17%) 입니다. 다시 수술이 필요해지는 비율은 시간이 지날수록 쌓여서, 한 연구에서는 수술 뒤 5년에 16.5%, 10년에 36.1%로 추정됐습니다.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결국 다 다시 한다’와는 거리가 멀죠. 이 숫자가 어떻게 나왔는지, 무엇이 위험을 높이는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유합술은 마디를 붙이는 수술입니다

척추는 위아래로 이웃한 뼈 두 개와 그 사이 디스크, 관절, 인대를 한 단위로 봅니다. 이 단위가 지나치게 흔들려 신경이 눌리거나 통증이 생길 때, 그 마디를 아예 하나의 뼈로 붙여 버리는 수술이 유합술입니다. 흔들리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는 척추가 불안정하다는 말, 그리고 자세가 중요한 진짜 이유에서 다뤘습니다.

나사와 막대는 뼈가 붙을 때까지 마디를 움직이지 않게 잡아 두는 역할을 합니다. 뼈가 끝내 붙지 않으면 반복되는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나사가 헐거워지거나 부러지죠. 그러니 유합술이 성공했다는 말은, 그 마디가 더는 움직이지 않게 됐다는 뜻입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척추분절과 고정술의 목적

척추분절(Spinal Motion Segment)은 인접한 두 척추체와 주변 조직을 묶은 것으로, 내고정의 목표가 되는 가장 기본적인 생체역학적 단위입니다. 분절의 불안정은 생체역학적으로 정상 범위의 외력에서 정상 이상의 분절 운동을 보이는 것을 뜻하고, 임상적으로는 척수병증이나 신경근병증, 통증을 유발하는 경우를 뜻합니다.

고정술의 목적은 유합이며, 고정기기는 유합이 이루어질 때까지 분절을 고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유합이 되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부하로 결국 실패하게 됩니다.

한 마디가 멈추면 옆 마디가 일을 더 합니다

허리를 숙이고 펴는 움직임은 여러 마디가 조금씩 나눠서 만듭니다. 그중 한 마디가 멈추면 나머지가 그 몫을 채워야 하는데, 가장 가까운 위아래 마디가 가장 많이 떠안게 되죠(그림 1). 옆 마디는 전보다 더 많이 움직이고, 디스크 안 압력과 뒤쪽 관절의 부담도 커집니다.

디스크에는 혈관이 없어서 위아래 뼈 끝을 통해 영양이 스며듭니다. 안쪽 압력이 올라가면 이 통로도 불리해지니, 일은 더 하는데 먹는 것은 줄어드는 셈입니다. 그래서 옆 마디의 퇴행이 빨라질 수 있습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인접 분절 변화의 기전

인접 분절 질환은 유합되지 않은 인접 분절의 정상 생체역학이 무너지면서, 운동성과 부하 증가, 추간판 내압 상승으로 퇴행이 가속되어 생기는 것으로 설명됩니다. 혈관이 없는 추간판은 종판(Endplate)을 통한 확산으로 영양을 공급받기 때문에, 내압 상승은 영양 공급에도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사진의 변화와 증상은 따로 셉니다

인터넷에서 보는 무시무시한 숫자는 대개 사진에서 옆 마디가 조금이라도 나빠진 경우를 모두 센 것입니다. 이렇게 세면 연구에 따라 5%에서 100%까지 벌어집니다. 추적 기간도, 무엇을 퇴행으로 볼지도 연구마다 달라서죠. 그런데 사진에서만 보이는 변화는 흔해도 실제 일상 기능과는 관련이 없다는 정리가 나와 있습니다(그림 2).

그래서 의미 있는 숫자는 증상이 생긴 경우입니다. 35개 연구를 모은 Mesregah 등(2022)의 분석에서 허리 유합술 뒤 증상이 있는 인접 분절 질환은 17.2%였습니다. 시간에 따른 변화는 Ghiselli 등(2004)의 연구가 잘 보여 줍니다. 유합술을 받은 215명을 평균 7년 가까이 지켜봤더니, 옆 마디 때문에 다시 수술이 필요해지는 비율이 1년에 3% 정도씩 쌓여 5년에 16.5%, 10년에 36.1%로 추정됐습니다(그림 3).

뒤집어 말하면 10년이 지나도 셋 중 둘은 옆 마디 때문에 다시 수술하지 않고 지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수술 뒤 한동안 괜찮다가 몇 년 지나 비슷한 허리 통증이나 다리 저림이 다시 생긴다면, 옆 마디 문제를 의심해 보고 진료를 받아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발생률

영상에서만 보이는 변화를 인접 분절 퇴행(Adjacent Segment Degeneration), 증상이 동반된 경우를 인접 분절 질환(Adjacent Segment Disease)으로 구분합니다.

Park 등(2004)의 리뷰에서 평균 3년에서 30년까지 추적한 연구들의 영상 기준 발생률은 5.2%에서 100%까지 다양했고, 증상이 동반된 경우는 5.2%에서 18.5%였습니다. 같은 리뷰는 영상에서만 보이는 무증상 변화는 흔하지만 기능적 결과와는 상관관계가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Mesregah 등(2022)의 체계적 고찰과 메타분석(35개 연구, 7,374명)에서 요추 유합술 후 인접 분절 질환의 전체 발생률은 17.2%였습니다.

Ghiselli 등(2004)은 후방 요추 유합술을 받은 215명을 평균 6.7년 추적해 생존 분석을 했습니다. 인접 분절 퇴행으로 감압이나 유합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비율은 5년 83.5%(95% 신뢰구간 77.5~89.5), 10년 63.9%(54.0~73.8)로, 다시 수술이 필요한 비율은 5년 16.5%, 10년 36.1%로 추정됐고 1년에 약 3%씩 늘었습니다.

나사를 안 쓰면 되지 않을까

나사를 쓴 경우에 옆 마디 문제가 조금 더 많이 생긴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나사가 척추를 단단히 잡아 주다 보니 옆 마디 부담이 커지고, 맨 위 나사를 넣는 과정에서 바로 위 관절을 건드릴 수도 있어서입니다.

그렇다고 나사를 빼기는 어렵습니다. 부러진 뼈를 깁스로 고정해야 붙듯이 척추도 붙을 때까지 잡아 줘야 하거든요. 나사 없이 수술하면 뼈가 붙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아지고, 붙지 않으면 그 자체로 수술이 실패한 셈이 됩니다. 대신 맨 위 나사를 넣을 때 위쪽 관절을 다치지 않게 하는 것은 수술하는 쪽에서 신경 쓸 수 있는 부분이고, 이것만으로도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척추경 나사와 후관절

척추경 나사 고정을 한 환자에서 발생률이 높았던 이유로, 강한 고정이 인접 분절 질환의 발생 시점을 앞당기는 것과 상위 나사 삽입 시 인접 후관절이 손상될 수 있는 점이 꼽힙니다. Park 등(2004)의 리뷰에서 증상이 있는 인접 분절 질환은 척추경 나사 고정 후 12.2~18.5%, 다른 고정 방식이나 고정 없이 유합한 경우 5.2~5.6%로 보고됐습니다.

내고정 없이 유합하면 불유합(Pseudarthrosis)이 더 많이 보고되어 나사를 피하는 것은 현실적인 선택이 되기 어렵고, 후관절을 보호하는 것이 교정 가능한 위험 요인으로 제시됩니다.

무엇이 위험을 높일까

이 부분은 깔끔하게 정리된 척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는 편이 낫겠습니다. 여러 연구를 모았을 때 비교적 분명하게 남은 것은 네 가지입니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경우, 붙인 범위가 엉치뼈까지 가지 않고 중간에서 끝나는 경우, 맨 위 나사가 위쪽 관절을 건드린 경우, 붙인 범위 밖까지 신경 감압을 한 경우입니다(그림 4).

반면 나이, 성별, 골다공증, 몇 마디를 붙였는지 같은 요인은 연구마다 결론이 엇갈립니다. 그래서 저는 하나를 콕 집기보다 반복해서 나오는 두 가지에 무게를 둡니다. 위쪽 관절을 지키는 것, 그리고 체중입니다. 둘 다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위험 요인

Park 등(2004)의 리뷰는 유합 범위, 시상 정렬, 요추관 협착증 동반, 55세 이상, 여성, 골다공증, 폐경 후 상태를 위험 요인으로 들었으나, 유합 범위와 정렬이 얼마나 기여하는지는 불분명하다고 했습니다.

Mesregah 등(2022)의 메타분석에서 유의했던 요인은 높은 체질량지수, 부유 유합(천추까지 포함하지 않는 유합), 상위 후관절 침범, 유합 범위 밖 감압이었습니다. 나이, 성별, 흡연, 당뇨, 고혈압, 골다공증, 수술 전 JOA 점수, 접근법, 유합 분절 수, 출혈량, 수술 시간은 유의하지 않았습니다. 전체 근거 수준은 낮음에서 매우 낮음이었습니다.

Pinto 등(2021)도 환자 쪽 위험 요인을 검토했고, 연구마다 결과가 일정하지 않다고 정리했습니다.

원래 나빠지던 마디였을 수도 있습니다

유합술을 받을 정도라면 이미 척추 퇴행이 꽤 진행된 상태입니다. 한 마디가 수술이 필요할 만큼 나빠졌다면, 옆 마디도 비슷한 길을 가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죠.

실제로 사고 때문에 유합술을 받은 사람이나 태어날 때부터 척추 마디가 붙어 있던 사람에서는 옆 마디 문제가 덜 생깁니다. 역학적 조건은 비슷한데 결과가 다르다면 원래 디스크 상태가 큰 몫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유합이 진행을 앞당기는 면과 원래의 퇴행, 두 가지가 함께 작용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그림 5).

근거가 궁금하다면 — 원래의 퇴행이 기여한다는 근거

외상으로 유합술을 받았거나 선천적으로 척추가 유합된 환자에서는 인접 분절 질환 발생률이 낮아, 기존의 퇴행성 변화가 중요한 요인이라는 가설을 뒷받침합니다. 수술 전 인접 분절의 퇴행 정도도 위험 요인으로 보고됩니다.

인공디스크는 대안이 될까

마디를 붙이지 않고 움직임을 남겨 두는 허리 인공 디스크가 이 문제의 해법으로 나왔습니다. 발상은 그럴듯하지만, 허리 수술에서는 아직 기대만큼 자리 잡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주변에 뼈가 자라 저절로 굳어 버리는 경우도 있고, 문제가 생겨 다시 수술해야 할 때는 배 쪽으로 들어가 넣은 것이라 꺼내는 과정이 처음보다 훨씬 까다롭습니다.

저는 움직임을 살린다는 장점만 보고 고르기에는 아직 이른 수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술을 권유받았다면

이 글의 결론이 ‘유합술은 피하라’는 아닙니다. 불안정한 마디 때문에 신경이 눌리고 있다면, 수술하지 않았을 때의 문제가 옆 마디 걱정보다 훨씬 큰 경우가 많습니다. 밀린 척추에서 신경만 풀어 줄지 마디를 붙일지 정하는 이야기는 척추가 밀렸다는데 수술해야 하나에서 다뤘습니다.

다만 아래 내용은 수술 전에 물어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허리 전체 곡선 이야기는 골반 각도가 허리 통증과 무슨 상관일까에서 다뤘습니다.

  • 몇 마디를 붙이는지, 왜 그 범위인지
  • 수술 전 사진에서 위아래 옆 마디의 상태는 어떤지
  • 신경만 풀어 주는 방법은 어떤지, 붙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 허리 전체의 곡선(정렬)도 함께 고려한 계획인지

수술 뒤에는 체중 관리와 허리 주변 근육 운동을 꾸준히 해 보시길 권합니다. 연구 결과가 가장 덜 흔들리는 위험 요인이 체중이고, 근육은 우리가 스스로 키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척추 지지 장치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문헌

1.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척추학. 제3판.

2. Park P, Garton HJ, Gala VC, Hoff JT, McGillicuddy JE. Adjacent segment disease after lumbar or lumbosacral fusion: review of the literature. Spine. 2004;29(17):1938-44.

3. Ghiselli G, Wang JC, Bhatia NN, Hsu WK, Dawson EG. Adjacent segment degeneration in the lumbar spine. J Bone Joint Surg Am. 2004;86(7):1497-503.

4. Pinto EM, Teixeria A, Frada R, Oliveira F, Atilano P, Veigas T, et al. Patient-related risk factors for the development of lumbar spine adjacent segment pathology. Orthop Rev (Pavia). 2021;13(2):24915. doi:10.52965/001c.24915

5. Mesregah MK, Yoshida B, Lashkari N, Abedi A, Meisel HJ, Diwan A, et al. Demographic, clinical, and operative risk factors associated with postoperative adjacent segment disease in patients undergoing lumbar spine fusion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Spine J. 2022;22(6):1038-69. doi:10.1016/j.spinee.2021.1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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