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가 불안정하다는 말, 그리고 자세가 중요한 진짜 이유

척추가 불안정하다는 건 뼈가 덜렁거린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 오해가 생각보다 흔합니다. 설명을 듣고 나간 뒤로 허리를 안 굽히려고 노력하시는 분들을 종종 봅니다. 그런데 이 상태에서 필요한 건 그 반대에 가깝습니다.

무슨 말인지 설명하려면 척추가 평소에 어떻게 우리 몸을 지탱하고 있는지부터 봐야 합니다.

정의부터가 까다롭습니다

교과서도 이걸 생체역학에서 가장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 중 하나라고 적어둡니다. 그래도 통용되는 표현은 있습니다. 척추에 평범한 힘이 가해졌을 때 뼈 사이의 정상 관계가 유지되지 않고, 그 결과로 통증이나 변형, 신경 증상이 생길 수 있는 상태.

White와 Panjabi는 여기에 조건을 더 붙였습니다. 정상 운동 범위를 벗어나 위치의 변화가 생기면서 통증이나 변형의 진행, 신경 증상이 유발될 수 있는 상태. 요점은 ‘평범한 힘’과 ‘정상 범위를 벗어난’입니다. 큰 사고를 당하면 누구나 척추가 어긋납니다. 문제는 걷고 앉고 물건 드는 동작만으로 그런 일이 생기는 경우죠.

척추를 잡아주는 건 두 종류입니다

척추체의 시상면 및 축상면 해부학적 구조를 보여주는 다이어그램, 전후 longitudinal ligament, 황색인대, 상구인대 등 라벨이 포함됨.

하나는 정적 안정장치입니다. 추간판, 전종인대(anterior longitudinal ligament)와 후종인대(posterior longitudinal ligament), 황색인대(ligamentum flavum), 극간인대(interspinous ligament)와 상극인대(supraspinous ligament). 뼈에 붙어서 늘 일하고 있고, 한번 늘어나거나 찢어지면 원래 강도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다른 하나는 근육입니다. 복벽 근육, 등 근육, 그리고 횡격막까지 관여합니다. 이쪽은 훈련으로 좋아집니다.

첫 번째 장치가 손상됐을 때 우리가 손댈 수 있는 건 두 번째뿐입니다. 허리 질환에서 운동을 그토록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통증을 잊게 해주는 보조 요법이라서가 아니라, 남은 장치를 키워 전체 균형을 맞추는 작업이라서입니다.

디스크는 눌리는 힘에 의외로 강합니다

흔히 디스크가 체중에 눌려서 터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순수하게 누르는 힘만으로는 디스크가 잘 찢어지지 않습니다. 압박이 심해지면 오히려 뼈 자체나 종판(endplate)이 먼저 손상됩니다.

디스크의 후관절 부담을 설명하는 이미지, 서 있을 때와 앉을 때의 부담 차이를 보여줌.

디스크가 약한 건 비틀리고 꺾이는 힘입니다. 교과서에는 약 15도 정도의 뒤틀림만으로도 손상이 생길 수 있다고 나옵니다. 15도면 의자에 앉은 채로 뒤쪽 책상 위 물건을 집으려고 몸을 돌리는 정도입니다.

실험 결과도 유사한 결과를 보였습니다. 돼지 척추를 이용한 연구에서, 비트는 힘만 반복해서는 디스크 탈출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비틀림과 굽힘을 함께 반복하자 67.5%의 표본에서 섬유륜이 층층이 벗겨지는 손상이 생겼습니다. 순서는 상관없이 굽히고 비트는 조합이 문제였습니다.

최근 연구는 여기에 한 가지를 추가합니다. 대칭적으로 굽히고 펴는 동작은 횟수가 적으면 디스크 구조를 잘 보존했지만, 한쪽으로 치우친 동작을 많은 횟수로 반복하자 섬유륜 바깥쪽에 균열이 생겼습니다. 늘어나는 쪽은 찢어지고, 눌리는 쪽은 층이 벌어졌습니다.

한 번 크게 삐끗해서 망가지는 게 아니라, 한쪽으로 치우친 동작이 쌓여서 망가진다는 뜻입니다.

앉는 순간 디스크가 혼자 감당하게 됩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게 후관절입니다.

추간판과 함께 위아래 척추뼈를 연결하면서 척추를 안정시키고, 동시에 외력을 흡수하고 나눠 갖는 구조물입니다. 요추에서는 서 있을 때 하중의 약 16%를 후관절이 감당합니다.

그런데 앉은 자세에서는 후관절에 하중이 거의 걸리지 않습니다. 서 있을 때 나눠 지던 몫이 통째로 디스크로 넘어간다는 의미입니다.

요추 전만(lordosis)이 늘어나면 반대가 됩니다. 후관절이 받는 하중이 늘고 디스크가 받는 하중은 줄어듭니다. 그래서 허리를 곧게 펴고 앉으라는 조언에는 실제로 역학적 근거가 있습니다. 구부정하게 앉으면 전만이 사라지면서 디스크가 하중을 거의 혼자 떠안습니다.

여기까지 종합하면 디스크에 가장 나쁜 조합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앉은 자세에서, 허리를 구부린 채, 몸을 비트는 동작. 세 가지가 전부 디스크 쪽으로 부담을 몰아주는 방향입니다.

사무실에서 의자에 앉은 채로 옆 서랍을 열거나, 운전석에서 뒷좌석 물건을 집는 동작이 딱 여기 해당합니다. 무거운 걸 든 것도 아닌데 그 순간 허리가 삐끗하는 일이 흔한 이유가 이겁니다. 힘이 세서가 아니라 방향이 나빠서입니다.

앉아서 몸을 돌려야 할 일이 있으면 의자째 돌리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반복 횟수를 생각하면 사소하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후관절 차례가 옵니다

척추를 잡아주는 두 가지 장치에 대한 설명. 왼쪽에는 정적 안정장치, 오른쪽에는 동적 안정장이치가 표시되어 있음.

디스크가 닳으면서 높이가 낮아지고 척추 정렬이 바뀌면, 이번에는 후관절에 걸리는 부하가 늘어납니다. 그래서 디스크 문제로 시작한 사람이 몇 년 뒤 후관절 통증으로 다시 오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하나가 무너지면 나머지가 더 일하게 되는 구조라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어디가 상했는지를 따집니다

척추를 앞뒤로 나눠 보는 방식이 오래 쓰여 왔습니다. 1963년 Holdsworth가 앞기둥과 뒤기둥으로 나누는 개념을 내놨고, 뒤쪽 인대가 온전하면 앞쪽이 상당히 주저앉아도 버틴다고 봤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 예측이 자주 빗나갔습니다. 그래서 1983년 Denis가 가운데 기둥을 추가합니다. 척추뼈 뒤쪽 절반, 후종인대, 섬유륜 뒷부분을 하나로 묶은 겁니다. 그리고 불안정성을 가르는 결정적 요소는 뒤쪽 인대가 아니라 이 가운데 기둥이 상했는가라고 정리했습니다.

압박골절을 두고 “이건 보조기 하고 지켜봅시다”와 “이건 수술을 상의해야 합니다”가 갈리는 지점이 대체로 여깁니다.

결국 하고 싶은 말은

불안정하다는 설명을 들으셨다면, 움직임을 줄이는 쪽이 아니라 어떤 방향의 움직임을 줄일지를 정하셔야 합니다.

누르는 힘은 디스크가 잘 버팁니다. 걷는 건 대체로 괜찮습니다. 반면 구부린 채 비트는 동작은 횟수가 쌓이면 확실히 손해입니다. 그리고 근육은 유일하게 우리가 키울 수 있는 안정장치입니다.

조심하라는 말을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두 번째 장치까지 같이 약해집니다. 그게 제일 아쉬운 결말입니다.


참고

  •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척추학』, 군자출판사
  • White AA, Panjabi MM. Clinical Biomechanics of the Spine, 2nd ed.
  • Denis F. Spine 1983;8(8):817-31
  • Marshall LW, McGill SM. The role of axial torque in disc herniation. Clin Biomech 2010;25(1):6-9
  • Šećerović A, et al. Combined Flexion, Torsion and Compression Drive Distinct Intervertebral Disc Failure Mechanisms Under Asymmetric, High-Cycle Loading. JOR Spine 2026. doi:10.1002/jsp2.70163


  1. […] 분절이 불안정하다는 말은 두 가지로 쓰입니다. 역학적으로는 평범한 힘에도 정상보다 많이 […]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