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가 불안정하다는 말, 그리고 자세가 중요한 진짜 이유

“척추가 불안정하다고 하던데, 그럼 뼈가 흔들거린다는 건가요?”

이런 설명을 들으면 겁이 나서 허리를 아예 쓰지 않으려는 분이 많습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뼈가 어긋날 것 같으니까요. 하지만 불안정하다는 말은 뼈가 덜렁거린다는 뜻이 아니고, 이 상태에서 오히려 필요한 것은 대개 그 반대입니다.

왜 그런지 이해하려면 척추가 평소에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 어떤 힘에 강하고 어떤 힘에 약한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불안정하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큰 사고를 당하면 누구의 척추든 어긋날 수 있습니다. 의학에서 말하는 척추 불안정은 그런 큰 힘이 아니라, 걷고 앉고 물건을 드는 평범한 힘에도 뼈와 뼈 사이가 정상 범위를 넘어 움직이는 상태를 말합니다. 그 움직임 때문에 통증이 생기거나, 신경이 자극받거나, 모양이 점점 변할 수 있는 경우죠.

이런 상태는 여러 이유로 생깁니다.

  • 나이가 들며 디스크와 후관절이 닳아 위 뼈가 앞으로 미끄러지는 경우(퇴행성 척추전방전위증)
  • 허리뼈 뒤쪽 고리에 금이 가서 앞뒤가 따로 노는 경우(척추분리증)
  • 수술로 뼈나 관절을 많이 걷어 낸 뒤
  • 골절, 감염, 종양처럼 뼈 자체가 약해진 경우

뒤의 두 경우는 각각 척추가 밀렸다는데 수술해야 하나와 척추분리증, 허리뼈에 금이 갔다면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불안정성의 정의

교과서는 척추 안정성을 생체역학에서 가장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 중 하나로 봅니다. 불안정성(Instability)은 생리적 부하에서 척추 사이의 정상 관계를 유지하지 못해 척추나 신경근의 손상이나 자극, 변형, 통증을 일으킬 수 있는 상태로 정의됩니다.

White와 Panjabi(1990)는 임상적 불안정성(Clinical Instability)을 척추 운동분절에 힘이 가해질 때 정상 운동 범위를 벗어난 전위가 생겨 통증, 변형의 진행, 신경학적 증상이 유발될 수 있는 상태로 정의했습니다.

척추를 붙잡고 있는 장치들

척추는 크게 두 종류의 장치로 버팁니다(그림 1). 하나는 뼈와 디스크, 그리고 뼈와 뼈를 묶는 여러 인대입니다. 의식하지 않아도 늘 일하지만, 한번 늘어나거나 찢어지면 원래 강도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다른 하나는 근육입니다. 배와 등 근육, 그리고 숨 쉴 때 쓰는 횡격막까지 몸통을 통처럼 감싸 척추를 받칩니다. Panjabi(1992)는 여기에 이 근육들을 알맞은 순간에 알맞은 세기로 움직이게 하는 신경의 조절을 더해, 세 가지가 함께 척추를 안정시킨다고 설명했습니다. 인대가 조금 느슨해져도 근육과 신경 조절이 잘 받쳐 주면 증상 없이 지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인대와 뼈는 우리가 마음대로 키울 수 없지만, 근육과 그 조절은 연습으로 좋아집니다. 허리 질환에서 운동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척추를 붙잡는 장치

정적 안정장치(Static Stabilizer)에는 추간판, 전종인대, 후종인대, 황색인대, 극간인대, 상극인대가 속합니다(그림 2). 동적 안정장치(Dynamic Stabilizer)는 주로 요추부 근육으로, 전복벽을 이루는 복부 근육과 등 근육, 횡격막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Panjabi(1992)는 척추 안정 체계를 수동 하위체계(척추뼈, 추간판, 인대), 능동 하위체계(척추 주위 근육과 힘줄), 신경 조절 하위체계로 나누고, 한 하위체계의 기능이 떨어지면 다른 하위체계가 이를 보상한다는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사진에서는 어떻게 확인할까

불안정은 가만히 있을 때보다 움직일 때 드러나는 문제라, 보통의 누운 MRI나 선 채 찍은 엑스레이로는 잘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허리를 앞으로 굽힌 상태와 뒤로 젖힌 상태에서 각각 엑스레이를 찍어 비교합니다. 교과서는 굽혔다 젖혔을 때 위아래 뼈의 각도가 10도 넘게 바뀌거나, 앞뒤로 4mm 넘게 밀리면 불안정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합니다.

증상에도 특징이 있습니다. 앉았다 일어설 때나 허리를 숙였다 펼 때처럼 자세를 바꾸는 순간 아프다면 불안정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사진에서 기준을 넘는 움직임이 보여도 아프지 않은 사람이 있어서, 사진과 증상을 함께 봐야 합니다.

디스크는 누르는 힘보다 비트는 힘에 약합니다

디스크는 몸무게에 눌려서 터진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위아래로 누르는 힘에 대해서는 디스크가 의외로 잘 버팁니다. 교과서도 디스크가 압축보다 비틀림이나 굽힘에 훨씬 쉽게 손상된다고 설명하죠.

돼지 척추로 한 Marshall과 McGill(2010)의 실험이 이를 잘 보여 줍니다. 비트는 동작만 수천 번 되풀이했을 때는 디스크가 탈출하지 않았지만, 굽힌 채 비트는 동작을 반복하자 표본의 3분의 2에서 디스크 바깥 섬유가 층층이 벌어지는 손상이 생겼습니다. 한 번 크게 삐끗해서라기보다, 한쪽으로 치우친 동작이 쌓여서 망가지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죠.

근거가 궁금하다면 — 디스크가 손상되는 힘의 방향

교과서는 추간판이 압축력보다 뒤틀림이나 굴곡력에 쉽게 손상되며, 약 15도의 뒤틀림만으로도 손상될 수 있다고 기술합니다.

Marshall과 McGill(2010)의 돼지 경추 실험에서 비틀림만 반복한 표본은 4,000회 뒤에도 탈출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비틀림과 반복 굴곡·신전을 함께 가한 40개 중 27개(67.5%)에서 섬유륜의 방사형 층 분리가 생겼습니다. 굴곡만 반복한 표본에서는 수핵이 뒤쪽으로 밀려 나가는 양상이 주로 나타났습니다.

Šećerović 등(2026)의 생체 밖 디스크 모델 연구에서는 대칭적인 굽힘과 폄은 횟수가 적을 때 디스크 구조를 잘 보존했지만, 비대칭 동작을 많은 횟수로 반복하자 섬유륜 바깥쪽에 구조적 손상이 생겼습니다.

앉으면 디스크가 더 힘들까

허리뼈 뒤쪽의 작은 관절인 후관절은 서 있을 때 몸무게의 일부를 나눠 집니다. 교과서에 따르면 서 있을 때는 이 관절이 하중의 16% 정도를 맡지만, 앉으면 거의 맡지 않게 됩니다(그림 3). 그래서 앉으면 디스크 부담이 커진다는 이야기가 오래 전해졌죠.

그런데 디스크 안에 직접 압력 측정기를 넣어 잰 Wilke 등(1999)의 연구에서는 결과가 조금 달랐습니다. 의자에 편하게 앉았을 때의 압력은 서 있을 때와 거의 같았고, 오히려 구부정하게 기대앉았을 때가 더 낮았습니다. 반면 서서 허리를 숙이면 서 있을 때의 두 배 남짓, 허리를 굽혀 20kg을 들면 네 배를 넘었습니다(그림 4).

한 사람에게서 잰 값이라 그대로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앉는 자세를 너무 걱정하기보다 허리를 굽힌 채 들거나 비트는 동작을 줄이는 쪽이 디스크에는 더 중요하다는 것이죠. 같은 무게라도 몸에 붙여 무릎을 굽혀 들면 디스크 압력이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오래 앉아 있을 때는 바른 자세 하나를 고집하기보다 자주 일어나 자세를 바꿔 주는 편이 낫습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자세에 따른 하중

교과서에 따르면 요추 후관절은 선 자세에서 하중의 약 16%를 감당하지만 앉은 자세에서는 하중이 부과되지 않습니다. 요추 전만이 증가하면 후관절이 받는 하중은 늘고 추간판이 받는 하중은 줄어듭니다. 척추체의 퇴행성 변화, 추간판 높이 감소, 시상 정렬의 변화는 후관절에 더 많은 부하를 초래합니다.

Wilke 등(1999)은 건강한 45세 남성 한 명의 L4-5 추간판에 압력 센서를 넣어 일상 동작 중 압력을 측정했습니다. 바로 누운 자세 0.10MPa, 옆으로 누운 자세 0.12MPa, 편하게 선 자세 0.5MPa, 등받이 없이 편하게 앉은 자세 0.46MPa, 구부정하게 앉은 자세 약 0.3MPa, 서서 앞으로 숙인 자세 1.1MPa였고, 20kg을 허리를 굽혀 들 때 2.3MPa, 무릎을 굽혀 몸에 붙여 들 때 1.1MPa였습니다. 앉은 자세의 압력이 선 자세보다 높다는 이전 연구와 다른 결과였고, 한 사람에서 잰 값이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후관절 차례가 옵니다

디스크가 닳아 높이가 낮아지고 허리 곡선이 바뀌면, 이번에는 후관절이 더 많은 무게를 떠안게 됩니다. 디스크 문제로 시작했다가 몇 년 뒤 후관절 통증이나 척추가 미끄러지는 문제를 겪는 일이 드물지 않은 이유입니다. 허리 곡선이 바뀔 때 몸이 어떻게 버티는지는 골반 각도가 허리 통증과 무슨 상관일까에서 다뤘습니다.

다친 척추에서는 기둥으로 나눠 봅니다

골절처럼 척추가 다친 경우에는 척추를 앞, 가운데, 뒤의 세 기둥으로 나눠 어느 기둥이 상했는지를 따지는 방식이 오래 쓰여 왔습니다. 특히 가운데 기둥까지 무너졌는지가 중요하죠. 같은 압박골절이라도 앞쪽만 눌린 경우와 가운데까지 무너진 경우는 치료 방향이 달라서, 보조기를 차고 지켜볼지 수술을 상의할지가 대개 여기서 나뉩니다. 압박골절이 왜 연달아 생기는지는 압박골절은 왜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까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척추를 기둥으로 나눠 보는 방법

척추를 기둥(Column)의 집합으로 보는 고전적 개념에는 이주설(Two Column Theory)과 삼주설(Three Column Theory)이 있습니다. Holdsworth(1963)는 척추를 앞기둥과 뒤기둥으로 나누고, 뒤쪽 인대 복합체가 온전하면 척추가 안정적이라고 봤습니다.

Denis(1983)는 척추체 뒤쪽 절반, 후종인대, 섬유륜 뒷부분을 묶은 중간 기둥을 추가했고, 불안정성을 판단하는 결정적 요소를 이 중간 기둥의 손상으로 정리했습니다.

근육은 어떤 운동으로 키울까

불안정에 좋다는 운동으로 흔히 ‘코어 운동’이나 ‘안정화 운동’을 권합니다. 배 깊은 곳의 근육을 먼저 의식적으로 조이는 법을 배우고, 그 상태로 점점 어려운 동작을 해 나가는 방식이죠.

이런 운동이 다른 운동보다 특별히 나은지 따져 본 코크란 고찰(Saragiotto 등, 2016)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확실히 나았지만 일반적인 운동이나 도수치료와 비교하면 결과가 비슷했습니다. 연구진은 어떤 운동을 할지는 본인이 꾸준히 할 수 있는지, 비용과 안전을 보고 고르면 된다고 정리했습니다. 정해진 하나의 운동을 찾기보다 몸통 근육을 꾸준히 쓰는 습관이 더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일반적인 허리 운동은 허리 아플 때 운동, 무엇을 해야 할까에서 정리했습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안정화 운동 연구

Saragiotto 등(2016)의 코크란 고찰은 만성 비특이적 요통에서 운동조절 운동(motor control exercise)을 다룬 무작위 시험 29편(2,431명)을 분석했습니다. 최소 처치와 비교하면 단기·중기·장기 통증이 의미 있게 줄었지만(장기 평균 차이 -12.97점, 100점 기준), 다른 운동과는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고(낮음~높은 근거 수준), 도수치료와도 차이가 없었습니다(중등도~높은 근거 수준). 부작용은 경미하거나 없었습니다. 연구진은 운동 선택은 환자나 치료자의 선호, 훈련, 비용, 안전을 고려해 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조심하라는 말의 진짜 뜻

척추가 불안정하다는 말을 들었다면, 움직임 자체를 줄이기보다 어떤 움직임을 줄일지를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걷기와 앉기는 대체로 괜찮습니다. 반면 허리를 굽힌 채 무거운 것을 들거나 비트는 동작은 되도록 피하고, 근육은 꾸준히 써서 키워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저는 조심하라는 말을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분을 볼 때 가장 안타깝습니다. 움직이지 않으면 그나마 척추를 받쳐 주던 근육까지 함께 약해지기 때문입니다. 다만 다리 힘이 빠지거나 저림이 점점 심해진다면, 신경이 눌리고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니 진료를 받아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참고문헌

1.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척추학. 제3판.

2. White AA, Panjabi MM. Clinical biomechanics of the spine. 2nd ed. Philadelphia: J.B. Lippincott; 1990.

3. Panjabi MM. The stabilizing system of the spine. Part I. Function, dysfunction, adaptation, and enhancement. J Spinal Disord. 1992;5(4):383-9. PMID: 1490034

4. Denis F. The three column spine and its significance in the classification of acute thoracolumbar spinal injuries. Spine. 1983;8(8):817-31. PMID: 6670016

5. Marshall LW, McGill SM. The role of axial torque in disc herniation. Clin Biomech. 2010;25(1):6-9. PMID: 19815318

6. Šećerović A, Ristaniemi A, Crivelli F, Heub S, Alini M, Weder G, et al. Combined flexion, torsion and compression drive distinct intervertebral disc failure mechanisms under asymmetric, high-cycle loading. JOR Spine. 2026;9(1):e70163. doi:10.1002/jsp2.70163

7. Wilke HJ, Neef P, Caimi M, Hoogland T, Claes LE. New in vivo measurements of pressures in the intervertebral disc in daily life. Spine. 1999;24(8):755-62. PMID: 10222525

8. Saragiotto BT, Maher CG, Yamato TP, Costa LOP, Menezes Costa LC, Ostelo RWJG, et al. Motor control exercise for chronic non-specific low-back pain. Cochrane Database Syst Rev. 2016;(1):CD012004. doi:10.1002/14651858.CD01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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