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에서 골밀도 결과를 받으면 흔히 이런 질문이 나옵니다.
“-2.3이면 골다공증은 아닌 거죠?”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진단명으로는 골다공증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안심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거든요.
목차결과지에 적힌 숫자들
결과지에는 보통 세 가지 숫자가 나란히 나옵니다. 실제로 잰 골밀도 값, 그리고 T점수와 Z점수입니다.
실제 측정값만 봐서는 좋은지 나쁜지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누군가와 비교한 점수로 바꿔서 보죠. T점수는 뼈가 가장 튼튼한 젊은 성인과, Z점수는 나와 같은 나이대와 비교한 값입니다.
같은 뼈를 재고도 두 점수가 다르게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비교하는 상대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T점수: 진단에 쓰는 숫자
골다공증 진단은 T점수로 합니다. -1 이상이면 정상, -1에서 -2.5 사이면 골감소증, -2.5 이하면 골다공증입니다.
그러니까 -2.3은 골감소증입니다. 진단명으로 골다공증이 아닌 건 맞죠.
굳이 젊은 사람과 비교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골밀도가 떨어지는데, 같은 나이대끼리만 비교하면 다들 비슷해 보여서 위험한 사람을 찾아내기 어렵거든요.

근거가 궁금하다면 — 검사 방법과 진단 기준
골밀도는 대개 이중에너지 방사선 흡수법(Dual-Energy X-ray Absorptiometry, DXA)으로 측정합니다. 방사선 노출량은 흉부 엑스레이 한 장의 50분의 1 정도로 적어 반복 검사에 부담이 없습니다.
결과지의 골밀도(Bone Mineral Density, BMD)는 g/cm² 단위의 실측값입니다. T점수는 이 값이 젊은 성인 평균에서 표준편차(Standard Deviation, SD) 몇 개만큼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냅니다.
진단 기준은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연구 그룹의 보고서(Kanis, 1994)에서 제시된 것으로, T점수 -1 이상은 정상, -1과 -2.5 사이는 골감소증, -2.5 이하는 골다공증입니다. -2.5 이하이면서 이미 골절이 있으면 중증 골다공증으로 분류합니다.
Z점수: 나이 탓인지 살펴보는 숫자
그런데 젊은 사람과 비교하는 것이 맞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폐경 전 여성, 50세 이전 남성, 그리고 소아와 청소년은 T점수가 아니라 Z점수로 판단합니다.
Z점수가 또래보다 뚜렷하게 낮게 나오면 의미가 달라집니다. 나이 때문이 아니라 다른 원인이 뼈를 약하게 만들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때는 골다공증 약부터 시작하기보다 원인을 찾는 검사를 먼저 하게 됩니다. 원인을 그대로 두고 약만 쓰면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고요.
근거가 궁금하다면 — Z점수 기준과 확인할 원인들
국제임상골밀도학회(International Society for Clinical Densitometry, ISCD)는 Z점수 -2.0 이하를 “연령 기대치 이하”로 규정합니다. 이 집단에서는 골다공증이라는 진단명 대신 이 표현을 씁니다.
이 경우 확인하는 이차성 원인으로는 갑상선·부갑상선 기능 이상, 흡수장애, 만성 신장 질환, 성선 기능 저하, 그리고 스테로이드 같은 약물 복용 등이 있습니다.
부위마다 숫자가 다른 이유
결과지를 보면 허리뼈 여러 마디와 엉덩이뼈 점수가 따로 나와서 헷갈리기 쉽습니다. 허리와 엉덩이를 함께 재고, 그중 낮은 쪽으로 진단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허리뼈에는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 관절이 두꺼워지고 뼈가 덧자라면 실제보다 골밀도가 높게 나오죠. 그래서 이런 마디는 판정에서 빼고, 나이가 많을수록 엉덩이뼈 점수가 더 중요해집니다.
추적 검사는 같은 병원, 같은 기계로 받아야 제대로 비교할 수 있습니다. 병원을 옮긴 뒤 숫자가 좋아졌다면, 실제로 좋아진 게 아닐 수도 있고요.
그리고 골밀도는 잰 시점에서 멀어질수록 골절을 예측하는 힘이 약해집니다. 몇 년 전 검사 결과만으로 지금을 판단하기보다 주기적으로 다시 재 보는 게 좋은 이유입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허리뼈 판정 기준과 추적 검사

요추 골밀도는 정상적으로 1번에서 4번으로 내려갈수록 높아집니다. 퇴행성 변화로 이 순서가 뒤집히거나, 한 마디의 T점수가 옆 마디와 1 이상 차이 나면 그 마디는 판정에서 제외합니다. 평가 가능한 마디가 최소 두 개는 남아야 합니다.
교과서 예시에서는 네 마디를 모두 평균하면 -2.0으로 골감소증이지만, 퇴행성 변화가 의심되는 1번과 4번을 빼고 2~3번만 쓰면 -2.6으로 골다공증이 됩니다. 대퇴골은 전체 대퇴골(Total Hip)과 대퇴골 경부(Femoral Neck) 값을 봅니다.
Mai 등(2019)의 더보 골다공증 역학 연구(Dubbo Osteoporosis Epidemiology Study)는 퇴행성 변화가 요추 골밀도를 인위적으로 높인다는 이유로 대퇴골 경부 값만 분석에 사용했습니다. 같은 연구에서 처음 측정한 골밀도와 골절 위험의 연관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약해져, 추적 첫해와 15년째 사이에 상대위험이 여성에서 약 50%, 남성에서 약 60% 줄었습니다.
가장 흔한 오해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2.3이면 안전할까요.
골절을 겪은 사람들을 모아서 골밀도를 보면, 골다공증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이 절반을 훌쩍 넘습니다. 정상이나 골감소증 구간에서 부러지는 사람이 더 많다는 뜻입니다.
기준이 틀렸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골다공증 구간이면 확실히 위험하지만, 그 구간 밖이라고 안전한 건 아니라는 것이죠. 사람 수 자체가 골감소증 쪽에 훨씬 많고, 골절은 뼈가 약해서만이 아니라 넘어져서 생기기 때문입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골절은 어느 구간에서 일어나나
Mai 등(2019)이 더보 골다공증 역학 연구에서 50세 이상 3,700명을 장기 추적한 결과, 골절을 겪은 사람 중 처음 측정 당시 골다공증 범위였던 사람은 여성의 27%, 남성의 6%에 불과했습니다. 앞선 연구들에서도 골절 환자의 55~70% 이상이 정상이나 골감소증 범위였습니다.
이 연구에서 골다공증과 70세 이상이라는 두 요인을 합친 인구기여분율(Population Attributable Fraction, PAF)은 전체 골절의 3분의 1 정도였습니다. 다만 고관절 골절은 달라서, 두 요인이 약 60%를 설명했습니다.
연구진은 골밀도와 골절 위험의 관계가 연속적이어서 뚜렷한 경계값이 없고, 위험이 낮은 쪽에 속한 인구가 훨씬 많기 때문에 골절 대부분이 그쪽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합니다. 낙상도 중요한 요인으로, 고관절 골절의 최대 47%가 낙상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연구 대상이 백인 고령자여서 한국인에게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숫자 하나로 끝내지 않습니다
골감소증 구간에 있다면 골밀도 숫자만 보기보다 골절 위험도를 따로 계산해 보는 게 좋겠습니다. 나이, 체중, 가족력, 흡연, 복용 약 같은 요인을 골밀도와 함께 넣으면 앞으로 10년 안에 골절이 생길 확률을 알려 주는 도구가 있거든요.
위험도가 높게 나오면 골감소증이라도 약물 치료를 시작하는 것을 고려합니다. 어떤 약을 언제 쓰는지는 골다공증 주사, 어떤 약을 언제 맞을까에서, 칼슘과 비타민 D는 칼슘과 비타민 D, 영양제만 먹으면 뼈가 튼튼해질까에서 다뤘습니다.
그리고 이미 골절이 있었다면 골밀도 숫자와 상관없이 위험이 큰 상태입니다. 이 부분은 압박골절은 왜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까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골절 위험도 평가 도구
가장 널리 쓰이는 도구는 Kanis 등(2008)이 개발한 골절 위험도 평가 도구(Fracture Risk Assessment Tool, FRAX)입니다. 나이, 성별, 체중, 키, 골절 과거력, 부모의 고관절 골절, 흡연, 음주, 스테로이드 사용, 류마티스 관절염, 이차성 골다공증 여부와 대퇴골 경부 골밀도를 넣으면 10년 내 주요 골다공증 골절과 고관절 골절 확률을 계산합니다.
해면골 점수(Trabecular Bone Score, TBS)는 같은 요추 골밀도 영상을 다시 분석해 뼈의 미세구조를 간접적으로 평가합니다. 밀도가 비슷해도 구조가 성긴 경우를 잡아내는 데 쓰입니다.
결과지를 받으셨다면
어느 부위를 기준으로 진단됐는지부터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 허리뼈만 쟀다면,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엉덩이뼈도 함께 재 보는 게 좋습니다.
폐경 전이거나 50세 이전 남성이라면 T점수가 아니라 Z점수로 설명을 들었는지도 확인해 볼 만합니다. 또래보다 많이 낮다면 원인을 찾는 검사가 필요하고요.
골감소증이라는 이유로 그냥 지켜보자는 설명만 들었다면, 골절 위험도 계산을 한 번 요청해 보셔도 좋습니다.
검사는 숫자를 주지만, 그 숫자를 무엇과 비교하고 무엇을 더 볼지는 결국 사람이 판단합니다. 결과지의 숫자 하나에 안심하거나 겁먹기보다, 그 숫자가 무엇과 비교한 값인지부터 차분히 따져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문헌
1.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척추학. 제3판.
2. Kanis JA. Assessment of fracture risk and its application to screening for postmenopausal osteoporosis: synopsis of a WHO report. WHO Study Group. Osteoporos Int. 1994;4(6):368-81.
3. Kanis JA, Johnell O, Oden A, Johansson H, McCloskey E. FRAX and the assessment of fracture probability in men and women from the UK. Osteoporos Int. 2008;19(4):385-97.
4. Mai HT, Tran TS, Ho-Le TP, Center JR, Eisman JA, Nguyen TV. Two-thirds of all fractures are not attributable to osteoporosis and advancing age: implications for fracture prevention. J Clin Endocrinol Metab. 2019;104(8):3514-20. doi:10.1210/jc.2018-02614
5. International Society for Clinical Densitometry. 2019 ISCD official positions – adult [Internet].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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