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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가 밀렸다는데 수술해야 하나

엑스레이를 보던 의사가 “척추가 좀 밀렸네요”라고 합니다.

이 말을 들은 분들이 이어서 하시는 질문은 대개 비슷합니다. “더 밀리면 어떡하죠?” 그리고 “그럼 수술해야 하나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밀렸다는 사실만으로 수술을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수술 여부는 밀린 정도보다 다른 데서 정해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척추가 밀렸다는 건 무슨 뜻일까

위쪽 척추뼈가 아래쪽 척추뼈보다 앞으로 어긋나 있는 상태를 척추전방전위증이라고 합니다. 흔히 “척추가 밀렸다”, “척추가 빠졌다”고 하는 게 바로 이 병이죠.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뒤쪽 관절이 닳고 헐거워져 뼈 전체가 앞으로 밀리는 퇴행성, 그리고 뼈 뒤쪽 고리에 금이 가서 앞부분만 밀리는 분리증형입니다.

중년 이후에 흔한 건 퇴행성입니다. 여성에게 훨씬 많고, 허리 4번과 5번 사이에 주로 생기죠. 퇴행성은 뒤쪽 고리까지 통째로 밀리기 때문에 신경이 지나는 통로가 좁아지기 쉽습니다. 이 글은 퇴행성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전방전위증의 종류

척추전방전위증(Spondylolisthesis)은 한 척추체가 아래 척추체에 대해 앞으로 전위된 상태입니다. 교과서는 1976년 Wiltse 등이 제안한 분류를 따라 선천성, 협부형, 퇴행성, 외상성, 병적, 수술 후 전방전위증으로 나눕니다.

퇴행성 척추전방전위증(Degenerative Spondylolisthesis)은 기본적으로 후관절의 질병으로, 뼈 고리는 온전한 채로 후관절의 퇴행성 변화 때문에 전위가 생깁니다. 주로 40대 이후에 발생하고, 여성이 남성보다 약 5배 많으며, 요추 4-5번 사이에서 다른 부위보다 6~9배 흔합니다.

협부형(Isthmic Spondylolisthesis)은 척추 뒤쪽 고리의 협부(Pars Interarticularis)에 결손이 있는 척추분리증(Spondylolysis)에서 전위가 진행한 경우로, 주로 5번 요추와 천추 사이에 생깁니다.

얼마나 밀렸는지보다 중요한 것

밀린 정도는 아래 뼈 윗면의 앞뒤 길이를 넷으로 나눠 네 등급으로 표시합니다. 그런데 퇴행성 전방전위증은 대부분 가장 낮은 1등급에 머뭅니다.

더 밀릴까 봐 걱정하시는 분이 많은데, 수술 없이 10년 넘게 지켜본 연구가 있습니다. 그동안 더 밀린 사람은 세 명 중 한 명 정도였지만, 더 밀렸다고 증상이 나빠지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마디의 디스크 높이가 낮아지면서 다시 안정되고 허리 통증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았고요.

결과에 영향을 준 건 밀린 정도가 아니라 신경 증상이었습니다. 처음에 신경 증상이 없던 사람은 대부분 10년 뒤에도 그대로였지만, 오래 걷기 힘들거나 대소변 이상 같은 신경 증상이 있는데 수술을 받지 않은 사람은 대부분 나빠졌습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밀린 정도와 자연 경과

밀린 정도는 Meyerding 분류(Meyerding Grade)로 나타냅니다. 아래 척추체를 넷으로 나눠 위 척추체가 25% 이하로 밀리면 1등급(Grade 1), 25~50%는 2등급(Grade 2), 50~75%는 3등급(Grade 3), 75% 이상은 4등급(Grade 4)입니다.

Matsunaga 등(2000)은 수술하지 않은 퇴행성 전방전위증 환자 145명을 10~18년 동안 해마다 추적했습니다. 전위가 진행한 사람은 49명(34%)이었지만 임상 증상의 변화와는 상관관계가 없었습니다. 전위가 진행하지 않은 사람에서는 해당 마디의 추간판 간격이 유의하게 줄었고, 이렇게 다시 안정되면서 요통이 좋아졌습니다.

처음 진찰 때 신경학적 결손이 없던 110명 중 84명(76%)은 10년 뒤에도 신경학적 결손이 없었습니다. 반면 간헐적 파행이나 방광·직장 장애 같은 신경 증상이 있었으나 수술을 거부한 35명 중 29명(83%)은 신경학적으로 악화됐고, 최종 예후가 매우 나빴습니다. 연구진은 요통만 있거나 다리 통증이 동반된 환자에게는 보존적 치료가 유용하고, 신경 증상이 있는 환자에게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아픈 이유는 대개 밀림보다 좁아짐

퇴행성 전방전위증에서 다리가 아프고 걷기 힘든 건, 뼈가 밀린 것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신경 통로가 좁아졌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뒤쪽 관절과 인대가 두꺼워지면서 신경을 누르는 거죠.

그래서 증상도 척추관 협착증과 비슷합니다. 오래 걸으면 다리가 저리고 아파서 쉬어야 하고, 앉거나 허리를 숙이면 나아지고요. 이 증상은 걸으면 다리가 아프고, 앉으면 괜찮아지는 이유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밀린 마디가 허리를 굽히고 펼 때마다 흔들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흔들림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척추가 불안정하다는 말, 그리고 자세가 중요한 진짜 이유에서, 골반이 많이 기운 체형에서 이 병이 더 잘 생긴다는 이야기는 골반 각도가 허리 통증과 무슨 상관일까에서 다뤘습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증상의 원인

교과서는 퇴행성 척추전방전위증이 전위 자체보다 후관절 비후, 활액낭종, 골극, 인대 비후 등으로 외측 함요나 척추관에서 신경근이 눌리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으며, 실제로 많은 증상이 척추 협착에서 기인한다고 기술합니다.

대부분은 수술 없이 지냅니다

신경 증상이 없거나 심하지 않다면 먼저 수술 없이 치료해 봅니다. 약으로 통증을 조절하고, 허리를 앞으로 숙이는 방향의 운동과 근력 운동을 하면서, 필요하면 주사로 심한 통증을 누그러뜨리죠.

체중이 많이 나간다면 체중을 줄이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치료하면 증상이 있는 분들 가운데서도 결국 수술까지 가는 경우는 열 명 중 한두 명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주사가 어디까지 도움이 되는지는 허리 주사,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에서, 운동은 허리 아플 때 운동, 무엇을 해야 할까에서 다뤘습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보존적 치료

교과서는 신경학적 결손이 없는 환자에게 보존적 치료를 일차로 시도하며,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와 근이완제 같은 약물, 증상에 맞춘 운동 요법, 주사 요법이 기본이라고 기술합니다. 운동은 굴곡 운동이 신전 운동보다 통증 감소와 직업 복귀 결과가 좋고, 비만이 있으면 체중 감량을 우선 목표로 해야 합니다. 통상적으로 증상이 있는 척추전방전위증 환자의 10~15%만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수술을 고려하게 되는 경우

충분히 치료했는데도 걷기 힘든 다리 증상이 이어지거나, 다리 힘이 빠지거나, 대소변 이상이 생기면 수술을 고려하게 됩니다. 특히 대소변 이상은 되도록 빨리 신경을 풀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분들을 대상으로 수술과 비수술을 비교한 대규모 연구에서는, 수술을 받은 쪽이 2년에 걸쳐 통증과 기능이 훨씬 많이 좋아졌습니다. 다만 배정된 치료를 바꿔 받은 환자가 많아서, 실제로 받은 치료를 기준으로 비교한 결과라는 점은 감안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수술과 비수술 비교

Weinstein 등(2007)의 척추 환자 결과 연구 시험(Spine Patient Outcomes Research Trial, SPORT)은 협착증을 동반한 퇴행성 전방전위증으로 12주 이상 증상이 있는 수술 후보 환자 607명(무작위 배정 304명, 관찰 코호트 303명)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무작위 배정군에서는 1년 안에 양방향으로 약 40%가 배정과 다른 치료를 받아, 배정 기준 분석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실제 받은 치료 기준 분석에서는 수술군이 3개월부터 유의하게 좋았고, 2년 시점의 차이는 통증 18.1점, 신체 기능 18.3점, 오스웨스트리 장애지수(Oswestry Disability Index, ODI) 16.7점이었습니다. 연구진은 비무작위 비교라는 한계를 밝히며, 잠재적 교란 요인을 통제한 결과 수술군의 호전이 훨씬 컸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붙일 것인가, 풀기만 할 것인가

수술을 하기로 했다면 범위도 정해야 합니다. 눌린 신경만 풀어 줄지, 아니면 밀린 마디를 나사로 고정해 붙일지를요.

오랫동안 “밀린 마디는 붙여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두 방법을 직접 비교한 무작위 시험의 결과는 엇갈립니다. 붙인 쪽이 조금 더 좋고 재수술이 적었다는 시험도 있지만, 더 큰 규모의 두 시험에서는 신경만 풀어 준 쪽과 결과가 비슷했고 재수술 비율도 차이가 없었습니다.

붙이는 수술은 시간이 더 걸리고 출혈과 입원 기간도 늘어나며, 붙인 마디 옆으로 부담이 넘어가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유합술을 하면 옆 마디가 나빠진다는 말에서 다뤘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밀렸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붙이기보다는, 흔들림이 얼마나 심한지와 나이, 건강 상태를 함께 보고 정하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감압술 단독과 유합술 추가 비교

Ghogawala 등(2016)의 SLIP 시험(Spinal Laminectomy versus Instrumented Pedicle Screw trial)은 안정적인 1등급 퇴행성 전방전위증(전위 3~14mm)이 있는 50~80세 환자 66명을 후궁절제술(Laminectomy)만 받는 군과 후방 기기 고정 유합술(Posterolateral Instrumented Fusion)을 함께 받는 군으로 나눠 비교했습니다. 2년 뒤 SF-36 신체 요약 점수는 유합군이 15.2점, 감압군이 9.5점 좋아져 유합군의 호전이 더 컸고(P=0.046), 이 차이는 3년과 4년에도 유지됐습니다. 반면 ODI는 두 군 사이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습니다(P=0.06). 재수술률은 유합군 14%, 감압군 34%로 감압군이 높았고, 유합군은 출혈이 많고 입원 기간이 길었습니다.

같은 해 발표된 Försth 등(2016)의 SSSS 연구(Swedish Spinal Stenosis Study)는 한두 마디에 협착증이 있는 환자 247명을 대상으로 했고, 이 중 135명은 전방전위증을 동반했습니다. 2년 뒤 ODI(유합군 27, 감압군 24)와 6분 걷기 거리는 두 군 사이에 차이가 없었고, 전방전위증이 있든 없든 결과는 같았습니다. 5년 결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평균 6.5년의 추적 기간 동안 추가 수술을 받은 비율은 유합군 22%, 감압군 21%로 비슷했지만, 유합군은 입원 기간(7.4일 대 4.1일), 수술 시간, 출혈량, 비용이 모두 더 컸습니다.

Kgomotso 등(2024)의 Nordsten-DS 시험(Norwegian Degenerative Spondylolisthesis and Spinal Stenosis trial)은 3mm 이상 전위가 있는 협착증 환자 267명을 감압술 단독군과 기기 고정 유합술 추가군으로 나눠 5년간 추적했습니다. ODI가 30% 이상 좋아진 환자는 두 군 모두 63%로, 감압술 단독이 유합술보다 열등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마디나 인접 마디에 추가 수술을 받은 비율도 16%와 18%로 차이가 없었습니다.

수술을 권유받으셨다면

먼저 증상이 무엇 때문인지 여쭤보시면 좋겠습니다. 다리가 아프고 걷기 힘든 게 신경 통로가 좁아진 탓인지, 허리가 흔들려서인지에 따라 수술 방법이 달라지거든요.

허리를 굽히고 펴서 찍은 엑스레이로 흔들림을 확인했는지, 고정이 필요하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도 들어 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신경만 풀어 주는 방법도 선택지에 있는지 물어보셔도 괜찮고요. 협착증 수술 전반은 척추관 협착증, 수술해야 할까에서 다뤘습니다.

등급보다 걷는 거리가 더 중요합니다

“척추가 밀렸다”는 말을 들으면 겁이 나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엑스레이에서 뼈가 어긋나 보인다는 것만으로 수술을 정하지는 않습니다.

걸을 수 있는 거리가 점점 줄고 있는지, 다리 힘이 빠지거나 대소변에 이상이 생기지는 않았는지. 이런 변화가 없다면 밀린 뼈와 함께 오래 잘 지내는 분들이 많습니다. 등급 숫자보다는 이런 변화를 꾸준히 지켜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문헌

1.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척추학. 제3판.

2. Matsunaga S, Ijiri K, Hayashi K. Nonsurgically managed patients with degenerative spondylolisthesis: a 10- to 18-year follow-up study. J Neurosurg. 2000;93(2 Suppl):194-8.

3. Weinstein JN, Lurie JD, Tosteson TD, Hanscom B, Tosteson AN, Blood EA, et al. Surgical versus nonsurgical treatment for lumbar degenerative spondylolisthesis. N Engl J Med. 2007;356(22):2257-70. doi:10.1056/NEJMoa070302

4. Ghogawala Z, Dziura J, Butler WE, Dai F, Terrin N, Magge SN, et al. Laminectomy plus fusion versus laminectomy alone for lumbar spondylolisthesis. N Engl J Med. 2016;374(15):1424-34. doi:10.1056/NEJMoa1508788

5. Försth P, Ólafsson G, Carlsson T, Frost A, Borgström F, Fritzell P, et al.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of fusion surgery for lumbar spinal stenosis. N Engl J Med. 2016;374(15):1413-23. doi:10.1056/NEJMoa1513721

6. Kgomotso EL, Hellum C, Fagerland MW, Solberg T, Brox JI, Storheim K, et al. Decompression alone or with fusion for degenerative lumbar spondylolisthesis (Nordsten-DS): five year follow-up of a randomised, multicentre, non-inferiority trial. BMJ. 2024;386:e079771. doi:10.1136/bmj-2024-079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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