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반 각도가 허리 통증과 무슨 상관일까

허리가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목부터 골반까지 한 장에 나오는 큰 엑스레이를 찍자고 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결과를 보면서 골반 각도 이야기가 나오죠.

여기서 많은 분들이 “골반이 틀어졌다”는 말을 떠올리십니다. 한쪽 다리가 짧다거나, 골반을 맞추면 허리가 낫는다거나 하는 이야기요.

엑스레이에서 재는 골반 각도는 그것과 다릅니다. 오히려 바뀌지 않는 각도를 봅니다.

골반 모양은 타고납니다

골반을 옆에서 보면, 척추가 올라앉는 받침대인 엉치뼈 윗면이 비스듬히 기울어 있습니다. 이 기울기가 사람마다 다르죠.

그리고 어른이 되면 거의 변하지 않습니다. 키나 발 크기처럼 타고나는 체형의 일부입니다. 스트레칭을 해도, 자세를 바꿔도, 교정을 받아도 이 각도 자체는 그대로입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골반을 재는 세 가지 각도

Legaye 등(1998)이 제안한 골반입사각(Pelvic Incidence, PI)은 제1천추(First Sacral Vertebra, S1) 상부 골판의 중심에서 수직으로 내린 선과, 대퇴골두(Femoral Head) 중심에서 그 중심점으로 그은 선이 이루는 각도입니다. 천장관절(Sacroiliac Joint, SIJ)의 움직임이 제한돼 있어 골격이 성숙한 뒤에는 변하지 않습니다. 정상 범위는 43~62도로 보고됩니다.

이 고정된 값은 두 개의 움직이는 각도로 나뉩니다. 천골경사각(Sacral Slope, SS)과 골반기울기각(Pelvic Tilt, PT)이고, PI = SS + PT의 관계가 성립합니다. 합은 정해져 있고 배분만 바뀌는 구조입니다.

받침대가 기울면 척추도 휩니다

받침대가 많이 기울어 있으면, 그 위에 똑바로 서 있기 위해 허리가 더 많이 휘어야 합니다. 그래서 골반이 많이 기운 사람은 허리 곡선이 깊고, 덜 기운 사람은 허리가 비교적 곧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나옵니다. “정상적인 허리 곡선”은 하나가 아닙니다.

허리가 곧다고 무조건 일자허리라고 할 수 없고, 깊게 휘었다고 무조건 과하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남과 비교하기보다 자기 골반과 비교해서 봐야 하는 거죠.

근거가 궁금하다면 — 네 가지 허리 곡선 유형

Roussouly 등(2005)은 증상이 없는 성인 160명의 시상면 배열을 분석해, 천골경사각을 기준으로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습니다. 1형과 2형은 35도 미만, 3형은 35~45도, 4형은 45도 초과입니다. 가장 흔한 것은 3형(60명, 평균 골반입사각 51도)이었고, 가장 드문 것은 2형(18명)이었습니다. 1형에서 4형으로 갈수록 골반입사각과 요추 전만각(Lumbar Lordosis, LL)이 함께 커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골반 모양에 따라 탈 나는 곳이 다릅니다

골반이 많이 기운 사람은 척추 뒤쪽에 부담이 몰립니다. 그래서 뒤쪽 관절이 닳거나 척추뼈가 앞으로 미끄러지는 문제가 상대적으로 잘 생기고요. 척추뼈가 앞으로 밀리는 병은 척추가 밀렸다는데 수술해야 하나에서 다뤘습니다.

반대로 덜 기운 사람은 척추 앞쪽, 그러니까 디스크에 부담이 갑니다. 디스크가 빨리 닳거나 터지는 쪽과 연관이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경향입니다. 골반 모양 하나로 병이 정해지지는 않지만, “왜 하필 저한테 이 병이 생겼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설명의 한 부분은 될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몸이 버티는 법을 씁니다

골반 각도가 통증과 본격적으로 엮이는 건 나이가 들면서입니다.

디스크가 닳고 허리 근육이 약해지면 허리 곡선이 점점 얕아집니다. 그러면 상체가 앞으로 쏠리게 되죠.

몸은 가만있지 않습니다. 앞으로 넘어지지 않으려고 골반을 뒤로 돌려서 버팁니다. 그걸로도 모자라면 무릎을 굽히고 엉덩이를 뒤로 뺍니다.

문제는 이렇게 버티는 데 힘이 든다는 점입니다. 골반을 뒤로 돌린 자세를 유지하려면 엉덩이와 허벅지 근육이 계속 일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오래 서 있거나 걸으면 허리와 엉덩이가 금방 지치고, 앉으면 편해집니다.

골반과 허리가 얼마나 어긋났을까

그래서 엑스레이를 볼 때는 골반 모양에 비해 허리 곡선이 얼마나 모자란지를 살펴봅니다. 두 각도의 차이가 크지 않아야 몸이 무리 없이 서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차이가 벌어질수록 통증이 심하고 일상생활이 불편하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허리를 붙이는 수술을 할 때도 이 차이를 좁히는 것을 목표로 잡고요. 정렬이 수술 결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유합술을 하면 옆 마디가 나빠진다는 말에서 다뤘습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기준값과 그 한계

교과서는 이상적인 요추 전만각이 골반입사각과 9~10도 이내로 차이 나야 한다고 기술합니다. 이 차이를 골반입사각-요추 전만각 차이(Pelvic Incidence minus Lumbar Lordosis, PI-LL)라고 부릅니다. 전신 정렬은 제7경추 추선(C7 Plumb Line)이 제1천추 후상연에서 4cm 이내에 있어야 한다는 기준으로 평가합니다.

성인 척추변형 환자를 대상으로 한 Schwab 등(2013)의 전향적 다기관 연구에서는 오스웨스트리 장애지수(Oswestry Disability Index, ODI) 40 이상의 심한 장애와 연관된 기준값으로 골반기울기각 22도 이상, 시상수직축(Sagittal Vertical Axis, SVA) 47mm 이상, PI-LL 11도 이상을 제시했습니다.

다만 이 숫자들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증상 있는 요추 측만증 환자 286명을 분석한 Chapman 등(2016)의 다기관 연구에서 영상 지표와 환자가 느끼는 증상의 상관관계는 0.2~0.4의 약한 수준이었습니다. 퇴행성 측만증을 대상으로 한 Ha 등(2016)의 연구에서도 영상 지표와 임상 지표의 상관관계는 약했습니다.

연령도 고려해야 합니다. Yasuda 등(2015)이 평균 74세 일본 노인을 대상으로 발표한 학회 초록에서는 정상으로 볼 수 있는 시상수직축의 범위가 젊은 층보다 넓었습니다. 고령 환자에게 젊은 층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대부분이 비정상으로 분류됩니다.

바꿀 수 없는 것과 바꿀 수 있는 것

골반 모양은 타고난 것이어서 바꿀 수 없습니다. 바꿀 수 있는 건 그 위에 얹힌 허리 곡선과, 그것을 붙잡고 있는 근육입니다.

허리와 엉덩이, 허벅지 근육이 버텨 줄수록 골반을 뒤로 돌려 버티는 시기가 늦게 오고, 오래 서 있어도 덜 지칩니다. 근육이 척추를 잡아 주는 원리는 척추가 불안정하다는 말, 그리고 자세가 중요한 진짜 이유에서, 허리 운동은 허리 아플 때 운동, 무엇을 해야 할까에서 다뤘습니다.

“골반이 틀어져서 아프다”는 말을 들으셨다면, 그것이 어떤 각도를 두고 하는 이야기인지 한 번 물어보셔도 좋겠습니다. 타고난 골반을 맞추려 애쓰기보다 그 골반에 맞는 허리 곡선을 지켜 줄 근육을 기르는 쪽이 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문헌

1.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척추학. 제3판.

2. Legaye J, Duval-Beaupère G, Hecquet J, Marty C. Pelvic incidence: a fundamental pelvic parameter for three-dimensional regulation of spinal sagittal curves. Eur Spine J. 1998;7(2):99-103.

3. Roussouly P, Gollogly S, Berthonnaud E, Dimnet J. Classification of the normal variation in the sagittal alignment of the human lumbar spine and pelvis in the standing position. Spine (Phila Pa 1976). 2005;30(3):346-53.

4. Schwab FJ, Blondel B, Bess S, Hostin R, Shaffrey CI, Smith JS, et al. Radiographical spinopelvic parameters and disability in the setting of adult spinal deformity: a prospective multicenter analysis. Spine (Phila Pa 1976). 2013;38(13):E803-12.

5. Yasuda T, Hasegawa T, Yamato Y, Kobayashi S, Togawa D, Arima H, et al. Sagittal alignment in Japanese elderly people – how much can we tolerate as normal sagittal vertical axis? Scoliosis. 2015;10(Suppl 1):O34. doi:10.1186/1748-7161-10-S1-O34

6. Ha KY, Jang WH, Kim YH, Park DC. Clinical relevance of the SRS-Schwab classification for degenerative lumbar scoliosis. Spine (Phila Pa 1976). 2016;41(5):E282-8. doi:10.1097/BRS.0000000000001229

7. Chapman TM Jr, Baldus CR, Lurie JD, Glassman SD, Schwab FJ, Shaffrey CI, et al. Baseline patient-reported outcomes correlate weakly with radiographic parameters: a multicenter, prospective NIH adult symptomatic lumbar scoliosis study of 286 patients. Spine (Phila Pa 1976). 2016;41(22):1701-8. doi:10.1097/BRS.000000000000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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