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 싱크대에 팔꿈치를 대고 설거지하는 어르신을 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허리를 펴고 오래 서 있기가 힘드니 팔꿈치로 상체를 받치는 거죠. 그렇게 오래 지내면 팔꿈치에 굳은살이 박이기도 합니다.
흔히 나이 들면 허리가 굽는다고 말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모두가 같은 이유로 굽는 건 아닙니다. 등이 둥글게 말리는 경우와 허리가 꺾이듯 앞으로 숙여지는 경우는 원인도, 대처도 조금씩 다릅니다.
목차척추는 원래 S자로 휘어 있습니다
척추를 옆에서 보면 목과 허리는 배 쪽으로, 등과 엉치는 등 쪽으로 휘어 있습니다. 배 쪽으로 볼록한 곡선을 전만, 등 쪽으로 볼록한 곡선을 후만이라고 부르죠. 그러니 등이 어느 정도 둥근 건 정상입니다.
척추후만증은 이 균형이 깨진 상태를 말합니다. 등의 후만이 지나치게 커졌거나, 배 쪽으로 휘어 있어야 할 허리가 펴지거나 거꾸로 굽은 경우입니다.
등의 곡선은 나이가 들수록 조금씩 커집니다. 그래서 각도 숫자 하나만으로 병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고, 목과 등, 허리, 골반이 서로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를 함께 봅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정상 곡선의 범위
교과서에 따르면 목뼈의 전만각(C2–C7)은 25~50도, 등뼈의 후만각(T3–T12)은 20~50도입니다. 등뼈 후만은 여성에서 약간 크고, 나이가 들수록 커져 노년에는 약 60도에 이릅니다. 허리뼈의 전만각(L1–S1)은 20~80도로 범위가 넓고, 대부분이 아래쪽 마디(L4–S1)에서 만들어집니다.
Scoliosis Research Society는 등뼈 후만이 45도 이상인 경우를 후만증으로 정의합니다. 다만 목, 등, 허리의 곡선은 서로 비례해서 움직이기 때문에 한 곡선의 절대 각도만으로 이상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서서 찍은 척추 전체 옆모습 엑스레이에서 일곱 번째 목뼈(C7) 중심에서 내린 수직선이 엉치뼈 윗면 뒤쪽 모서리에서 4cm 이내를 지나면 균형이 잘 맞는 것으로 봅니다.
등이 굽는 경우와 허리가 굽는 경우
등이 둥글게 굽는 대표적인 원인은 골다공증으로 생긴 압박골절입니다. 척추뼈 앞쪽이 주저앉아 쐐기 모양이 되면 그만큼 등이 앞으로 기웁니다. 한 마디로 끝나지 않고 여러 마디가 차례로 내려앉으면서 굽는 정도가 커지기도 하죠. 이 과정은 압박골절은 왜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까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허리가 굽는 경우는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허리 아래쪽 디스크가 닳아 납작해지고, 허리를 뒤에서 받치는 근육(척추기립근)이 가늘어지면서 지방으로 바뀝니다. 그러면 허리 곡선이 사라지고 상체가 앞으로 숙여지죠. 이를 퇴행성 요추 후만증이라고 부릅니다.
오랫동안 쪼그려 앉아 밭일이나 집안일을 해 온 분들에게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허리 근육이 약해진 것이 핵심이라는 설명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청소년의 굽은 등은 또 다릅니다. 대부분 구부정한 자세 때문이라 허리를 펴면 곧게 돌아옵니다. 펴려고 해도 잘 펴지지 않는다면 척추뼈 모양 자체가 바뀌는 쇼이에르만병일 수 있어 한 번 확인해 보는 게 좋겠습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후만증의 원인
원인별로는 청소년기 자세성 후만증이 가장 흔합니다. 바른 자세를 취하면 쉽게 펴지고 엑스레이에도 이상이 없어 다른 후만증과 구분됩니다. 쇼이에르만병(Scheuermann’s disease)은 전체 인구의 약 1~8%에서 생기며 척추뼈 앞쪽이 쐐기 모양으로 낮아지는 고정된 후만입니다. 이 밖에 선천성 기형, 강직성 척추염, 외상, 골다공증 같은 대사성 질환, 감염, 종양, 퇴행성 변화가 원인이 됩니다.
Takemitsu 등(1988)은 허리 디스크의 퇴행과 허리 뒤쪽 근육(신전근)의 위축으로 허리 전만이 사라지고 상체가 앞으로 기우는 변형을 요추 퇴행성 후만증(lumbar degenerative kyphosis)이라고 보고했습니다. 교과서는 아래쪽 허리 마디(L3–4, L4–5, L5–S1) 디스크의 퇴행과 함께 장요근과 허리 신전근의 위축, 지방 변화가 심해지면서 생기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바닥에 앉는 생활을 오래 한 사람들에게서 주로 발생한다고 기술합니다.
신전근의 약화는 MRI, 근력 측정, 수술 소견과 조직 검사로 확인됐습니다.
허리가 굽으면 생활이 이렇게 불편해집니다
가장 먼저 걷기가 힘들어집니다. 상체가 앞으로 숙여진 채 걸으면 금방 지쳐서, 보행기나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분이 많죠. 무거운 물건을 앞으로 들기 어렵고, 오르막이나 계단도 버겁습니다.
몸은 앞으로 쓰러지지 않으려고 버팁니다. 골반을 뒤로 젖히고, 무릎을 살짝 굽히고, 등을 억지로 펴 어깨를 뒤로 젖히는 식이죠. 오래 걸으면 허벅지 앞뒤 근육이 쉽게 피로해지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몸이 버티는 단계는 골반 각도가 허리 통증과 무슨 상관일까에 그림과 함께 정리했습니다.
허리 곡선이 사라지면 등 근육도 일하기 불리한 자세가 됩니다. 지렛대가 짧아진 만큼 더 많은 힘을 써야 서 있을 수 있어서, 근육은 더 빨리 지치고 점점 더 약해지거든요. 허리 통증이나 다리가 당기는 증상이 함께 오기도 합니다.
허리가 굽었다고 모두 후만증은 아닙니다
앞으로 숙이고 걷는 모습만 보고 후만증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비슷해 보이는 병이 몇 가지 있거든요.
척추관 협착증이 있으면 허리를 숙일 때 신경이 지나는 통로가 넓어져 다리가 덜 아픕니다. 그래서 스스로 몸을 숙이고 걷게 되죠. 이때는 허리를 펴고 걸으면 다리가 저리고 아프다는 점이 단서가 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걸으면 다리가 아프고, 앉으면 괜찮아지는 이유에 있습니다.
파킨슨병도 꼭 구분해야 합니다. 몸이 앞으로 숙여지는 자세가 아주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손 떨림, 느려진 동작, 보폭이 좁아진 종종걸음이 함께 있다면 신경과 진료를 먼저 받아 보는 게 좋겠습니다.
반대로 엑스레이에서 허리 곡선이 줄어 보여도 허리 근육이 제 역할을 하고 있으면 몸은 앞으로 기울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진만이 아니라 서 있는 자세와 걷는 모습을 함께 보고 판단합니다. 검사는 서서 찍은 척추 전체 옆모습 엑스레이를 가장 많이 씁니다.

운동과 보조기로 얼마나 좋아질까
아직 허리가 유연하게 펴지는 단계라면 운동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등과 엉덩이 근육을 키우고, 굽어 있는 고관절 앞쪽을 펴 주는 운동이 중심이 됩니다. 운동을 고르는 방법은 허리 아플 때 운동, 무엇을 해야 할까에서 다뤘습니다.
Katzman 등(2017)의 연구에서는 등이 굽은 60세 이상 99명이 6개월 동안 일주일에 세 번 등 근육 운동과 자세 훈련을 했더니, 등이 굽은 각도가 대조군보다 3도쯤 더 줄었습니다. 큰 변화는 아니지만 운동으로 굽은 등이 조금은 펴질 수 있다는 뜻이죠. 걷는 속도 같은 신체 기능은 두 군이 비슷했고요.
근거가 궁금하다면 — 운동 효과
Katzman 등(2017)의 무작위 대조시험(SHEAF)은 지역사회에 사는 60세 이상 등뼈 후만이 있는 99명(평균 70.6세)을 운동군 51명과 대조군 48명으로 나눴습니다. 운동군은 물리치료사 지도 아래 한 번에 1시간, 주 3회, 6개월 동안 등 근육 강화 운동과 자세 훈련을 했고, 대조군은 4개월 동안 월 1회 건강 교육을 받았습니다.
엑스레이로 잰 등뼈 후만각(Cobb 각)은 운동군에서 3.3도, 대조군에서 0.3도 줄어 군 간 차이는 3.0도(95% 신뢰구간 0.8~5.2도)였습니다. 보행 속도, 일어나 걷기 검사, 6분 걷기 등 신체 기능은 두 군 사이에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고, 자기 모습에 대한 만족도 점수는 운동군에서 더 좋아졌습니다.
다만 오래 진행돼 허리 근육이 상당 부분 지방으로 바뀐 경우에는 운동이나 보조기만으로 굽은 허리가 다시 펴지기는 어렵습니다. 교과서도 이런 경우 보존 치료의 효과가 크지 않다고 적고 있습니다. 그래도 운동은 더 굽는 속도를 늦추고, 걷는 힘을 지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통증이 심할 때는 진통제나 짧은 기간의 보조기를 씁니다. 딱딱한 보조기보다는 허리를 감싸는 코르셋형이 부담이 덜합니다.
압박골절로 등이 굽는 경우에는 무엇보다 골다공증 치료가 중요합니다. 다음 골절을 막는 것이 더 굽지 않게 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약을 쓰는지는 골다공증 주사, 어떤 약을 언제 맞을까에서 정리했습니다.
수술로 얻는 것과 감수해야 할 것
적극적으로 치료해도 허리와 다리 통증이 심하고 걷기가 어려운 경우에 수술을 고려합니다. 목표는 굽은 각도를 숫자로 맞추는 것이 아니라 통증 없이 허리를 펴고 걸을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수술 규모는 큰 편입니다. 척추뼈 일부를 쐐기 모양으로 잘라 내 허리 곡선을 다시 만들고, 여러 마디를 나사못과 막대로 길게 고정합니다. 수술 시간이 아주 길어질 것 같으면 두 번에 나눠 하기도 합니다.
수술로 얼마나 좋아질까요. 성인 척추변형 환자들을 2년 넘게 지켜본 Smith 등(2016)의 연구에서, 상태가 비슷한 환자끼리 짝지어 비교했더니 수술한 쪽만 통증과 일상생활 장애가 뚜렷하게 줄었습니다. 허리 통증은 10점 만점에 6점대에서 3점 아래로 내려갔고, 수술하지 않은 쪽은 거의 그대로였죠. 대신 수술한 환자의 70% 정도가 2년 안에 크고 작은 합병증을 한 번 이상 겪었습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수술과 비수술 치료 비교
Smith 등(2016)은 여러 기관에서 성인 척추변형 환자를 전향적으로 모아 수술 치료와 비수술 치료의 2년 결과를 비교했습니다. 18세 이상이면서 측만 20도 이상, 시상면 수직축(SVA) 5cm 이상, 골반 기울기각 25도 이상, 등뼈 후만 60도 이상 중 하나에 해당하는 환자가 대상이었습니다. 수술 여부는 환자가 선택했고 무작위 배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2년 이상 추적된 수술군 246명(평균 55.4세)과 비수술군 223명(평균 52.6세) 가운데, 처음의 장애 지수(ODI), SRS-22r 점수, 측만 각도, 골반 입사각과 허리 전만각의 차이, 다리 통증이 비슷한 환자끼리 97쌍을 짝지어 분석했습니다.
짝지은 97쌍에서 ODI(0~100점, 높을수록 장애가 큼)는 수술군이 30.1점에서 17.1점으로 줄었고 비수술군은 30.0점에서 30.8점으로 변화가 없었습니다. 허리 통증(0~10점)은 수술군 6.4점에서 2.7점, 비수술군 5.1점에서 5.5점이었고, 다리 통증은 수술군 3.1점에서 1.8점, 비수술군 3.2점에서 3.7점이었습니다.
수술군 246명 중 71.5%가 2년 안에 합병증을 1건 이상 겪었습니다(수술 후 6주 이내 53.7%, 6주 이후 43.5%). 평균 수술 시간은 7.4시간, 평균 출혈량은 2.0L였습니다.
무작위 배정이 아니고 비수술 치료 방법이 정해져 있지 않았으며, 측만증 환자가 많이 포함되고 평균 나이가 50대라는 점에서, 나이가 많은 퇴행성 요추 후만증 환자에게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수술 뒤에 달라지는 생활도 미리 알고 결정하는 게 좋겠습니다. 허리 여러 마디가 굳기 때문에 바닥에 앉는 생활이 어려워지고, 양말이나 신발을 신고 벗기도 불편해질 수 있습니다. 고정한 마디 바로 위아래에 부담이 몰리는 문제도 생길 수 있고요. 이 부분은 유합술을 하면 옆 마디가 나빠진다는 말에서 다뤘습니다. 뼈가 약하면 나사못이 헐거워질 위험도 커집니다.
잘 펴 놓았는데도 시간이 지나 다시 앞으로 기우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수술 전에 허리 근육 상태와 골밀도를 꼼꼼히 확인합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수술 목표와 방법
교과서는 수술 뒤 일곱 번째 목뼈에서 내린 수직선이 엉치뼈 윗면 뒤쪽 모서리에서 5cm 이내에 오도록 하고, 허리 전만각을 적어도 골반 입사각(pelvic incidence)보다 크게, 골반 기울기각(pelvic tilt)을 20도 미만으로 맞추는 것을 목표로 제시합니다.
방법으로는 디스크 자리에 케이지를 넣어 앞쪽 기둥을 받치는 방법, 뒤쪽 관절을 잘라 내고 나사못으로 줄여 주는 방법(Smith-Petersen 절골술), 척추경을 지나 척추뼈를 쐐기 모양으로 잘라 내는 방법(척추경 쐐기 절골술, pedicle subtraction osteotomy), 여러 마디 절골술 등이 있습니다. 전체 수술 시간이 9시간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면 1주 간격으로 나눠 수술하기도 합니다.
등뼈와 허리뼈가 만나는 부위(흉요추 이행부)의 후만이 10도 이상이거나 그 주변 근육의 위축, 지방 변화가 보이면 수술 뒤 그 부위가 다시 굽는 것을 막기 위해 고정 범위에 포함합니다. 골다공증이 있으면 나사못 고정의 실패율이 높고, 골다공증성 후만증에서 신경 감압만을 위한 단순 후궁절제술은 금기로 기술됩니다.
굽는 속도는 늦출 수 있습니다
허리가 굽는 건 나이 탓으로 여기고 넘어가기 쉽습니다. 하지만 등이 굽는 데는 약해진 뼈가, 허리가 굽는 데는 약해진 근육이 깊이 관여합니다. 둘 다 손쓸 수 있는 부분이죠.
부모님의 허리가 예전보다 굽었다면 골밀도 검사를 받았는지, 하루에 얼마나 걷는지부터 확인해 보는 게 좋겠습니다. 골밀도 결과지 읽는 법은 골밀도 검사 결과지, 어디를 봐야 할까에 정리했습니다.
이미 많이 굽었다면 펴는 것보다 덜 굽게, 더 오래 걷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편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문헌
1.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척추학. 제3판.
2. Takemitsu Y, Harada Y, Iwahara T, Miyamoto M, Miyatake Y. Lumbar degenerative kyphosis. Clinical, radiological and epidemiological studies. Spine (Phila Pa 1976). 1988;13(11):1317-26.
3. Katzman WB, Vittinghoff E, Lin F, Schafer A, Long RK, Wong S, et al. Targeted spine strengthening exercise and posture training program to reduce hyperkyphosis in older adults: results from the study of hyperkyphosis, exercise, and function (SHEAF) randomized controlled trial. Osteoporos Int. 2017;28(10):2831-41. doi:10.1007/s00198-017-4109-x
4. Smith JS, Lafage V, Shaffrey CI, Schwab F, Lafage R, Hostin R, et al. Outcomes of operative and nonoperative treatment for adult spinal deformity: a prospective, multicenter, propensity-matched cohort assessment with minimum 2-year follow-up. Neurosurgery. 2016;78(6):851-61. doi:10.1227/NEU.000000000000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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