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깊이 들이쉬거나 몸을 돌리는 순간, 왼쪽 갈비뼈 아래가 찌릿하게 아픕니다. 몇 초면 지나가지만 하루에도 여러 번 반복되고, 하필 왼쪽이라 심장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덜컥 겁이 나죠. 인터넷을 찾아보면 늑간신경통이라는 말이 가장 먼저 나옵니다.
늑간신경통은 갈비뼈 사이를 지나는 신경이 아픈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 이름은 원인이 아니라 통증이 생긴 자리를 가리키는 말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늑간신경통입니다”라는 말을 들었다면, 그 신경이 왜 아픈지를 한 번 더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목차갈비뼈를 따라 도는 신경
등뼈(흉추)에서는 마디마다 신경이 한 쌍씩 좌우로 빠져나옵니다. 이 신경은 나오자마자 등 근육과 피부로 가는 작은 가지를 내고, 큰 줄기는 갈비뼈 아래쪽 가장자리를 따라 옆구리를 돌아 앞가슴과 윗배까지 이어집니다. 이것이 늑간신경이죠.
그래서 늑간신경통은 모양이 독특합니다. 한쪽에만, 갈비뼈를 따라 띠처럼 아프고, 몸의 가운데 선을 잘 넘지 않습니다. 등에서 시작해 옆구리로, 앞으로 뻗치기도 하고 그 일부만 아프기도 합니다. 찌릿하거나 콕콕 찌르고, 화끈거리거나 그 부위 피부가 옷에 스치기만 해도 불편하다고 표현하는 분이 많습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늑간신경의 해부
교과서에 따르면 척수 신경은 뇌막 가지를 낸 뒤 배지(dorsal ramus)와 전지(ventral ramus)로 나뉩니다. 배지는 등의 피부와 근육에, 전지는 몸통과 팔다리에 분포합니다. 팔과 다리로 가는 전지는 신경총을 이룬 뒤 분포하지만, 몸통에 분포하는 전지는 마디마다 지배 영역이 비교적 뚜렷하게 구별됩니다. 흉추 신경의 전지가 늑간신경으로, 갈비뼈 사이를 따라 돌면서 옆구리에서 옆 가지를, 가슴 앞쪽에서 앞 가지를 내어 피부 감각을 맡습니다.
왼쪽이 아프면 심장일까
가장 먼저 드는 걱정이니 이것부터 짚어 보겠습니다. 1차 진료 기관에서 가슴 통증으로 진료받은 672명을 분석한 Verdon 등(2007)의 연구에서, 가장 흔한 원인은 심장이 아니라 가슴벽에서 오는 통증으로 전체의 44.6%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가슴벽 통증은 주로 왼쪽이나 가운데에서 약간 왼쪽에 생겼습니다. 왼쪽이 아프다는 것만으로 심장을 의심할 이유는 되지 않는 셈이죠.
가슴벽이나 신경에서 오는 통증은 대개 아픈 곳을 손가락으로 짚을 수 있고, 누르면 같은 통증이 다시 생기며, 몸을 돌리거나 숨을 쉴 때 달라집니다. 반대로 가슴 가운데가 쥐어짜듯 누르듯 아프고, 걷거나 계단을 오를 때 생겼다가 쉬면 가라앉고, 숨 참이나 식은땀이 함께 온다면 심장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다만 이 구분은 참고일 뿐입니다. 같은 연구에서도 가슴벽 통증과 심장병이 함께 있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고혈압, 당뇨, 흡연처럼 심장병 위험이 있다면 “신경통이겠지” 하고 넘기기보다 심장 검사를 한 번 받아 보는 편이 마음도 편하고 안전합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가슴벽 통증 연구
Verdon 등(2007)은 1차 진료 기관에서 가슴 통증으로 진료받은 672명(전체 진료 24,620건의 2.7%)을 추적 관찰했습니다. 가슴벽 증후군은 300명(44.6%)으로 가장 흔한 원인이었습니다. 통증은 대체로 중간 정도이고 위치가 분명하며, 자세나 움직임에 따라 심해지는 경우가 많았고, 주로 왼쪽이나 가운데에서 약간 왼쪽에 있었습니다. 300명 중 214명에서 누르면 아픈 지점이 확인됐습니다.
가슴벽 증후군을 가장 잘 구별해 준 특징은 쥐어짜거나 누르는 통증이 아님, 위치가 분명함, 운동으로 생기지 않음, 움직임 같은 기계적 요인에 따라 달라짐, 눌러서 재현됨 등이었습니다. 다만 19명은 관상동맥질환이 함께 있었고, 저자들은 가슴벽 통증이 대부분 왼쪽이라 함께 있는 심장병을 신중히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물집보다 통증이 먼저 오는 대상포진
갈비뼈를 따라 띠처럼 아픈데 피부에 아무것도 없다면 꼭 떠올려야 할 병이 대상포진입니다. 몸속에 숨어 있던 수두 바이러스가 한 신경을 따라 다시 활동하면서 생기는데, 몸통에 가장 흔합니다. 물집이 올라오기 2~3일 전부터 따끔거리거나 화끈거리는 통증이 먼저 오는 경우가 많아, 이 시기에는 늑간신경통이나 근육통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한쪽 갈비뼈를 따라 화끈거리는 통증이 새로 생겼다면 며칠 동안은 그 자리 피부를 잘 살펴보는 게 좋겠습니다. 붉은 반점이나 물집이 보이면 되도록 빨리 진료를 받는 편이 좋습니다. 물집이 가라앉은 뒤에도 통증이 오래 남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나이가 들수록 잘 생기는데, 50세 이상에서는 예방 접종으로 대상포진 자체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대상포진의 진행 과정은 등과 옆구리가 아플 때, 척추 문제일까에서 그림과 함께 다뤘습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대상포진 예방 접종
Lal 등(2015)의 무작위 시험은 50세 이상 15,411명에게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 또는 위약을 2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하고 평균 3.2년 추적했습니다. 대상포진은 위약군 210명, 백신군 6명에서 생겨 예방 효과는 97.2%였고, 중대한 이상 반응의 빈도는 두 군이 비슷했습니다.
기침하다가 갈비뼈에 금이 가기도 합니다
감기나 기관지염으로 몇 주씩 기침을 하다가 옆구리가 아프기 시작했다면 갈비뼈에 금이 갔을 수 있습니다. 한 번 넘어지거나 부딪힌 적이 없는데도요. 기침할 때마다 가슴 근육이 갈비뼈를 세게 당기다 보니, 뼈가 약한 경우 견디지 못하는 것이죠.
Hanak 등(2005)이 기침 때문에 생긴 갈비뼈 골절 환자 54명을 살펴보니 78%가 여성이었고, 골밀도 검사를 받은 사람의 65%에서 뼈가 약해져 있었습니다. 숨을 쉬거나 기침할 때 한 점이 유독 아프고 그 자리를 누르면 펄쩍 뛸 만큼 아프다면 골절을 의심해 볼 만합니다. 기침만으로 갈비뼈에 금이 갔다면 골다공증을 확인해 볼 신호이기도 합니다. 골밀도 결과지를 읽는 법은 골밀도 검사 결과지, 어디를 봐야 할까에서 다뤘습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기침으로 생긴 갈비뼈 골절
Hanak 등(2005)은 9년 동안 기침으로 갈비뼈 골절이 생긴 환자 54명(평균 55세, 여성 42명)을 분석했습니다. 112개의 갈비뼈가 부러졌고 절반은 두 개 이상이 부러졌습니다. 6번 갈비뼈가 가장 흔했고, 옆쪽에 가장 많이 생겼습니다. 골밀도 검사를 받은 26명 중 17명(65%)이 골감소증이나 골다공증이었습니다. 저자들은 골밀도 저하가 위험 요인으로 보이지만 골밀도가 정상이어도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등뼈에서 신경이 눌리는 경우
척추 쪽 원인도 있습니다. 등뼈 사이 디스크가 튀어나오거나 뼈가 자라 나와 신경이 나오는 길을 누르면, 그 신경이 지나는 갈비뼈를 따라 통증이 뻗칩니다. 허리디스크가 다리로 저림을 보내는 것과 같은 원리죠. 압박골절로 등뼈가 주저앉았을 때도 비슷한 띠 모양 통증이 올 수 있습니다.
교과서는 증상이 있는 흉추 디스크가 전체 디스크 질환의 4% 이하로 드물다고 설명합니다. 그 대신 가운데 등뼈에서 생기면 가슴이나 배의 통증으로 나타나 심장이나 위장 질환으로 오인되기 쉽고, 아래쪽 등뼈에서는 옆구리와 사타구니 쪽으로 뻗쳐 콩팥이나 요로 문제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설명합니다. 드물게 척수가 눌리면 다리가 저리고 힘이 빠지거나 걸음이 불안해지는데, 이런 증상이 함께 있다면 빨리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이 밖에 갈비뼈와 연골이 만나는 앞가슴이 아픈 늑연골염, 등이나 옆구리 근육이 뭉쳐 생기는 근막 통증도 늑간신경통과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근육에서 오는 통증은 담 걸렸을 때, 근막통증증후군일까에서 다뤘습니다.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달라집니다
원인이 대상포진이면 항바이러스제를, 갈비뼈 골절이면 진통제와 함께 뼈가 붙기를 기다리며 골다공증을 확인합니다. 디스크나 뼈가 신경을 누르고 있다면 그에 맞는 치료를 합니다. 뚜렷한 원인이 없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이때는 진통제나 신경통에 쓰는 약으로 통증을 조절하면서 지켜보는 경우가 많고, 통증이 오래가면 해당 신경 주변에 약을 넣는 늑간신경 차단술을 고려하기도 합니다.
갈비뼈를 따라 아프다는 분을 보면, 저는 늑간신경통이라는 병명을 붙이기 전에 확인할 것들을 차례로 떠올립니다. 먼저 심장이나 폐의 문제는 아닌지, 며칠 안에 물집이 올라오는 대상포진은 아닌지, 심한 기침 뒤에 갈비뼈에 금이 간 것은 아닌지 살피고, 그다음에 등뼈를 확인합니다. 늑간신경통이라는 이름은 이런 원인들을 하나씩 지워 본 뒤에 붙여도 늦지 않다고 봅니다.
참고문헌
1.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척추학. 제3판.
2. Verdon F, Burnand B, Herzig L, Junod M, Pécoud A, Favrat B. Chest wall syndrome among primary care patients: a cohort study. BMC Fam Pract. 2007;8:51. doi:10.1186/1471-2296-8-51
3. Lal H, Cunningham AL, Godeaux O, Chlibek R, Diez-Domingo J, Hwang SJ, et al. Efficacy of an adjuvanted herpes zoster subunit vaccine in older adults. N Engl J Med. 2015;372(22):2087-96. doi:10.1056/NEJMoa1501184
4. Hanak V, Hartman TE, Ryu JH. Cough-induced rib fractures. Mayo Clin Proc. 2005;80(7):879-82. doi:10.4065/80.7.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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