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 걸렸다”는 말, 한 번쯤 해 보셨을 겁니다. 무거운 걸 들다 허리가 뜨끔하더니 꼼짝도 못 하게 되는 경우죠. 이럴 때 병원에 가면 진통소염제와 함께 근육이완제가 처방되는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근육이완제를 ‘담약’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진료실에서도 “근육이완제 꼭 먹어야 하나요?”, “먹었더니 너무 졸려요” 같은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흔히 쓰는 약이지만, 사실 효과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논란이 많은 약입니다. 오늘은 근육이완제가 어떤 약인지, 실제로 얼마나 듣는지,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목차근육이 아니라 뇌에 작용하는 약
이름만 들으면 근육에 직접 작용할 것 같지만, 허리 통증에 먹는 근육이완제는 대부분 뇌와 척수에 작용하는 약입니다. 근육으로 가는 신경 신호를 줄여서 긴장을 풀어 주는 방식이죠. 그래서 근육이 풀리는 느낌보다 졸음이 먼저 오는 분도 많습니다. 수술할 때 마취에 쓰는 근이완제는 신경과 근육이 만나는 곳에 직접 작용하는 주사약으로, 이름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약입니다.
허리를 삐끗했을 때 처방되는 약으로는 에페리손, 톨페리손, 메토카르바몰, 클로르족사존, 티자니딘 같은 성분이 있습니다. 바클로펜이나 단트롤렌은 뇌졸중이나 척수 손상 뒤 근육이 뻣뻣해지는 경직에 주로 쓰고, 디아제팜 같은 신경안정제 계열도 근육을 풀 목적으로 쓰이곤 합니다. 약국에서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근육이완제도 있는데, 대개 클로르족사존에 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을 섞은 복합제입니다.
척추학 교과서도 근육이완제를 척추 통증에 가장 먼저 쓸 약으로는 권하지 않습니다. 효과에 논란이 있고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서입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근육이완제의 분류
교과서는 중추작용 근이완제가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골격근에 효과를 나타내며, 전신마취에 쓰는 말초성 근이완제와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근이완제는 항연축제와 항경직제로 나눌 수 있고, 요통 같은 척추 통증에는 보통 항연축제를 쓰며, 항연축제는 다시 벤조디아제핀계와 비벤조디아제핀계로 나뉩니다. 골격근 경련을 척추 통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보아 관행적으로 처방해 왔지만, 효과에 논란이 있고 부작용 가능성이 있어 1차 약제로 권장되지 않는다고 기술합니다.
교과서 표에 정리된 주요 부작용은 바클로펜(졸림, 구역, 혼돈, 근육긴장저하), 단트롤렌(어지러움, 설사, 간독성), 티자니딘(저혈압, 졸림, 입마름, 간수치 이상), 디아제팜(진정, 기억장애, 중독), 에페리손(발진, 가려움, 불면, 구역), 톨페리손(근무력, 두통, 구역, 소화불량) 등입니다.
Cashin 등(2021)은 근육이완제를 경직에 쓰는 항경직제(바클로펜, 단트롤렌), 급성 근육 경련에 쓰는 비벤조디아제핀계 항연축제(카리소프로돌, 사이클로벤자프린, 메탁살론, 메토카르바몰, 티오콜치코사이드, 티자니딘, 톨페리손, 오르페나드린), 벤조디아제핀계(디아제팜)로 나눴고, 비벤조디아제핀계 항연축제도 진정 작용이 강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근육이완제가 허리 통증에 세 번째로 많이 처방되는 약이라는 점도 소개합니다.
효과는 생각보다 작습니다
20년 전만 해도 근육이완제는 효과가 있다는 쪽이 우세했습니다. 2003년 코크란 고찰은 급성 요통에서 근육이완제가 가짜 약보다 단기 통증을 더 줄인다고 결론 내렸죠. 그때도 졸림과 어지러움은 더 많았지만요.
그런데 2021년에 연구 49편을 다시 모아 분석한 결과는 좀 달랐습니다. 근육이완제를 먹으면 2주 안에 통증이 100점 만점에 8점쯤 더 줄었는데, 이 정도는 환자가 “확실히 덜 아프다”고 느끼는 수준(보통 10점)에 못 미칩니다. 3개월 뒤에는 차이가 없었고요. 연구 설계가 허술해 결과가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큰 연구들을 빼고 다시 계산하자, 그 8점마저 거의 0이 됐습니다.
물론 평균이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근육이완제를 먹고 확실히 편해졌다는 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모두에게 기대할 만큼 확실한 약은 아니라는 거죠.

근거가 궁금하다면 — 근육이완제 효과에 대한 메타분석
van Tulder 등(2003)은 무작위 시험 30편을 분석했습니다. 급성 요통에서 비벤조디아제핀계 근육이완제는 위약보다 2~4일 뒤 통증 완화(상대위험 0.80)와 전반적 호전(0.49)에서 나았고, 연구진은 근육이완제가 효과적이라는 강한 근거가 있다고 정리했습니다. 그러나 부작용은 1.50배, 졸림·어지러움 같은 중추신경계 부작용은 2.04배 많아 신중하게 써야 한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만성 요통에 대한 연구는 적었습니다.
Cashin 등(2021)은 2021년 2월까지의 무작위 시험 49편(정량 분석 31편, 6505명)을 분석했습니다. 급성 요통에서 비벤조디아제핀계 항연축제는 2주 이내 통증을 0~100점 척도로 7.7점 더 줄였지만(16편, 4546명, 근거 확실성 매우 낮음), 3~13주에는 차이가 없었고(0.6점), 장애 점수도 2주 이내 3.3점으로 차이가 없었습니다. 연구진은 10점 이상을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로 보았습니다. 비뚤림 위험이 높은 연구를 제외하면 2주 이내 통증 차이는 0.2점으로 줄었습니다. 급성 요통에서 항경직제와 벤조디아제핀계는 통증을 줄이지 못했습니다(각 1편).
같은 연구에서 비벤조디아제핀계 항연축제는 부작용 위험을 1.6배 높였지만(16편, 3404명, 근거 확실성 낮음), 심각한 부작용에는 뚜렷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흔한 부작용은 어지러움, 졸림, 두통, 메스꺼움이었습니다. 연구진은 근거가 불확실해 확고한 권고를 할 수 없으며, 의사가 효과의 불확실성과 부작용 위험을 환자와 함께 이야기하고 결정하라고 제안했습니다.
진통소염제와 같이 먹으면 나을까
실제 처방전에는 근육이완제만 들어가는 경우가 드뭅니다. 대부분 진통소염제와 같이 나오죠. 그러니 진짜 궁금한 건 “진통소염제만 먹는 것보다 근육이완제를 더하면 나은가”입니다.
Friedman 등은 응급실에 온 급성 요통 환자를 대상으로 이 질문을 세 번이나 시험했습니다. 모든 환자에게 진통소염제(나프록센)를 주고, 무작위로 나눠 일부에게는 근육이완제를, 나머지에게는 모양이 똑같은 가짜 약을 더 줬습니다. 사이클로벤자프린, 디아제팜, 오르페나드린, 메토카르바몰까지 네 가지 약을 시험했는데, 일주일 뒤 회복 정도는 네 가지 모두 가짜 약과 차이가 없었습니다. 첫 번째 시험에서는 부작용만 21%에서 33%로 늘었고요.
오래된 연구 중에는 티자니딘을 더하면 단기 통증이 더 줄었다는 결과도 있어서, 완전히 결론이 났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최근에 잘 설계된 시험일수록 “더해도 별 차이 없다”는 쪽입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소염진통제와 근육이완제 병용 시험
Friedman 등(2015)은 다리로 뻗치지 않는 2주 이내의 급성 요통으로 응급실을 찾은 323명에게 나프록센 500mg을 하루 두 번 주고, 가짜 약(107명), 사이클로벤자프린 5mg(108명), 옥시코돈/아세트아미노펜(108명) 중 하나를 무작위로 더했습니다. 1주 뒤 Roland-Morris 장애 점수(0~24점, 높을수록 불편)는 각각 9.8점, 10.1점, 11.1점 좋아져 군 사이 차이가 없었습니다(사이클로벤자프린 대 가짜 약 0.3점, p=0.77). 부작용은 21%, 33%, 40%에서 보고됐습니다.
Friedman 등(2017)의 시험에서는 114명에게 나프록센과 함께 디아제팜 5mg 또는 가짜 약을 주었습니다. 1주 뒤 장애 점수는 두 군 모두 평균 11점 좋아졌고, 1주 뒤 중등도 이상 통증은 디아제팜군 32%, 가짜 약군 22%, 3개월 뒤는 12%와 9%였습니다. 부작용은 21%와 15%였습니다.
Friedman 등(2018)의 시험에서는 240명에게 나프록센과 함께 오르페나드린 100mg, 메토카르바몰 750mg, 또는 가짜 약을 주었습니다. 1주 뒤 장애 점수 호전은 가짜 약 10.9점, 오르페나드린 9.4점, 메토카르바몰 8.1점으로, 근육이완제를 더해도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부작용은 17%, 9%, 19%였습니다.
van Tulder 등(2003)은 급성 요통에서 티자니딘을 진통제나 소염진통제에 더하면 단기 통증과 근육 경련이 더 줄었다는 강한 근거(3편, 560명)가 있다고 정리했고, 이때 중추신경계 부작용은 2.44배 많았습니다. Chou 등(2017)은 근육이완제와 소염진통제 병용을 소염진통제 단독과 비교한 4편의 결과가 일관되지 않았다고 정리했습니다.
오래된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에는
3개월 넘게 이어지는 만성 요통에는 근육이완제가 듣는다는 근거가 거의 없습니다. 연구가 적고 결과도 제각각이죠. 오래 먹었을 때 안전한지도 확인된 적이 없습니다.
허리디스크로 다리가 저리고 당기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통증은 근육이 뭉쳐서가 아니라 신경이 눌리고 자극을 받아서 생기기 때문에, 근육을 푼다고 좋아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디아제팜을 시험한 연구에서는 오히려 가짜 약을 먹은 쪽에서 통증이 크게 줄어든 사람이 더 많았습니다. 다리 통증은 허리디스크 증상, 허리보다 다리가 아픈 이유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만성 요통과 신경 통증
Chou 등(2017)은 만성 요통에서 근육이완제를 위약과 비교한 소규모 시험 3편이 결과가 일관되지 않고 방법론적 한계가 있어 효과를 판단할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정리했습니다. 신경근 통증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는 디아제팜 5mg 하루 세 번이 위약보다 기능 개선에 차이가 없었고, 1주 뒤 50% 이상 통증 감소는 41% 대 79%(상대위험 0.5)로 디아제팜군에서 더 적었습니다.
교과서는 근이완제가 급성 척추 통증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장기간 사용의 안정성과 유효성은 입증되지 않았고, 장기간 사용하면 오히려 잠재적 위험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요추관 협착증의 증상을 완화한다는 근거는 미약하며, 근육 긴장이 동반된 경우에 쓸 수 있다고 기술합니다.
졸음은 생각보다 흔합니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졸림과 어지러움이고, 두통이나 메스꺼움도 생길 수 있습니다. 연구를 모아 보면 부작용을 겪을 가능성이 가짜 약보다 1.5배 정도 높습니다. 심각한 부작용은 드뭅니다. 먹는 동안에는 운전이나 위험한 작업을 조심하셔야 합니다.
술, 수면제, 신경안정제, 콧물감기약처럼 졸리게 하는 약과 같이 먹으면 졸음이 겹칩니다. 약국에서 산 복합제를 먹는다면 아세트아미노펜이 들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감기약이나 다른 진통제에도 아세트아미노펜이 흔히 들어 있어서, 모르고 같이 먹으면 하루 최대량을 넘겨 간에 무리가 갈 수 있거든요.
어르신들은 더 조심해야 합니다. 미국노인의학회의 Beers 기준은 근골격계 통증에 쓰는 근육이완제를 노인에게는 쓰지 말라고 권합니다. 졸리고 어지러워 넘어지면 골절로 이어질 수 있고, 노인이 견딜 만한 용량에서는 효과도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입니다.
약마다 따로 조심할 점도 있습니다. 티자니딘은 간 수치를 올릴 수 있고, 단트롤렌은 드물지만 심한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바클로펜은 콩팥 기능이 떨어진 어르신에게 의식 저하를 일으킬 수 있고, 디아제팜 같은 신경안정제 계열은 오래 먹으면 의존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부작용과 노인에서의 주의
교과서는 위약 비교 연구에서 졸림, 어지러움 등 중추신경계 부작용이 많이 보고됐고 두통, 시야흐림, 구역, 구토가 나타날 수 있으며 약물 남용이나 의존성도 보고됐다고 설명합니다. 단트롤렌은 심각한 간독성을 일으킬 수 있어 장기간 사용을 피하고, 티자니딘도 일시적인 간독성이 있어 간 질환자에게는 피하며, 카리소프로돌은 중독 위험이 있어 약물 남용 병력이 있는 사람에게 쓰지 않는다고 기술합니다.
2023년 미국노인의학회 Beers 기준은 근골격계 증상에 쓰는 근육이완제(카리소프로돌, 클로르족사존, 사이클로벤자프린, 메탁살론, 메토카르바몰, 오르페나드린)를 노인에게 피하도록 권고했습니다(근거 수준 중등도, 권고 강도 강함). 항콜린 부작용, 진정, 골절 위험 증가로 노인이 잘 견디지 못하고, 견딜 수 있는 용량에서의 효과가 의문이라는 이유입니다. 경직에 쓰는 바클로펜과 티자니딘은 이 항목에서 제외되지만 역시 상당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바클로펜은 사구체여과율 60 미만인 노인에서 뇌병증 위험 때문에 피하도록 했고,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약을 세 가지 이상 함께 쓰는 경우 근육이완제를 더하는 것도 주의 대상에 포함했습니다.
Cabitza와 Randelli(2008)는 급성 요통 환자 160명을 에페리손과 티오콜치코사이드로 무작위 배정해 12일간 비교했습니다. 두 약의 통증 감소 효과는 비슷했고, 부작용은 에페리손군 5%(가벼운 위장 증상), 티오콜치코사이드군 21.25%였습니다. 다만 위약군이 없는 비교여서 에페리손 자체의 효과를 확인한 연구는 아닙니다.
그래서, 먹어야 할까요
진료지침도 의견이 갈립니다. 미국내과학회는 급성 요통에 약이 필요하면 진통소염제나 근육이완제를 쓰라고 권하지만, 근육이완제를 권하지 않는 지침도 적지 않습니다. 미국내과학회조차 급성 요통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니 온찜질이나 마사지 같은 방법을 먼저 해 보라고 했죠.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근육이완제는 꼭 먹어야 하는 약도, 먹으면 안 되는 약도 아닙니다. 허리를 삐끗해 근육이 심하게 뭉치고 잠을 못 잘 정도라면 짧게 써 볼 만합니다. 하지만 며칠 먹어도 별 차이가 없거나 너무 졸리다면 굳이 계속 드실 필요는 없습니다. 처방한 의사에게 말씀하시고 빼 달라고 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허리를 삐끗했을 때 회복을 앞당기는 건 약보다 움직임입니다. 오래 누워 있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 움직이는 게 좋은 이유는 허리를 삐끗했을 때, 누워 있어야 할까에서, 통증이 가라앉은 뒤 할 운동은 허리 아플 때 운동, 무엇을 해야 할까에서 다뤘습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진료지침의 권고
Qaseem 등(2017)의 미국내과학회 지침은 급성·아급성 요통 환자 대부분이 치료와 관계없이 시간이 지나며 좋아지므로 표재열, 마사지, 침, 척추 도수치료 같은 비약물 치료를 먼저 선택하고, 약물 치료를 원하면 소염진통제나 골격근 이완제를 선택하라고 권고했습니다(근거 수준 중등도, 강한 권고). 골격근 이완제는 중추신경계 부작용, 특히 진정과 관련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Cashin 등(2021)은 다른 연구를 인용해 15개 진료지침 가운데 6개는 근육이완제를 권고하고 5개는 권고하지 않으며 4개는 권고를 내리지 않았다고 소개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지침은 비벤조디아제핀계 항연축제를 급성 요통의 선택 약으로 권하지만, 벨기에 지침은 사용을 권하지 않고, 영국 지침은 권고를 내리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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