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도 아프긴 한데, 다리가 더 아파요.”
허리디스크로 오시는 분들에게 자주 듣는 말입니다. 병은 허리에 있는데, 정작 괴로운 건 엉덩이에서 종아리, 발끝까지 뻗치는 다리 통증이죠.
그래서 허리디스크는 이름과 달리 다리 증상으로 알아보는 병에 가깝습니다. 어떤 증상이 디스크를 의심하게 하는지, 왜 그런 증상이 생기는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목차허리 병인데 왜 다리가 아플까
허리뼈 사이에는 쿠션 역할을 하는 디스크가 있고, 그 바로 뒤로 다리로 가는 신경 뿌리들이 지나갑니다. 디스크가 터져 뒤쪽으로 밀려 나오면 이 신경 뿌리를 누르고, 주변에 염증을 일으키죠.
신경은 눌린 자리가 아니라 그 신경이 맡은 곳에서 아픔을 느낍니다. 허리에서 눌린 신경이 엉덩이와 다리로 뻗어 있으니 통증도 다리 쪽으로 퍼지는 거고요. 이렇게 다리로 뻗치는 통증을 좌골신경통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허리만 아프고 다리 증상이 전혀 없다면 수술이 필요한 정도의 디스크일 가능성은 낮습니다. 반대로 다리로 뻗치는 통증은 디스크를 의심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단서입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좌골신경통과 디스크 진단
다리로 뻗치는 통증을 좌골신경통(Sciatica)이라 하고, 신경 뿌리가 눌려 생기는 증상을 통틀어 신경근병증(Radiculopathy)이라고 합니다.
Deyo 등(1992)은 좌골신경통의 민감도가 0.95로 매우 높아서, 좌골신경통이 없으면 임상적으로 중요한 요추 디스크 탈출일 가능성이 낮다고 정리했습니다. 수술이 필요한 디스크 탈출의 유병률을 2%로 가정하면, 좌골신경통이 없는 환자가 디스크 탈출일 확률은 1,000명 중 1명 정도로 추정했습니다.
Konstantinou와 Dunn(2008)의 고찰에 따르면 좌골신경통은 허리 통증만 있는 경우보다 오래가고 더 심하며 결과도 좋지 않은 편입니다. 다만 연구마다 좌골신경통의 정의가 달라 유병률은 1.2%에서 43%까지 크게 차이 났고, 평생 유병률은 12.2~43%로 보고됐습니다.
허리디스크 초기 증상
허리가 뻐근하고 아픈 일을 여러 번 겪다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디스크가 크게 터지면 허리 통증보다 다리 통증이 더 두드러지게 되고요.
통증은 엉덩이에서 허벅지 뒤나 바깥쪽을 타고 종아리, 발목, 발까지 내려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찌릿하거나 타는 듯한 느낌, 저리고 먹먹한 느낌이 함께 오기도 하죠.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변을 보려고 힘을 줄 때 다리가 찌릿해지는 것도 특징입니다. 배에 힘이 들어가면서 눌린 신경이 더 자극되기 때문입니다. 젊은 성인과 중년에 흔하고, 대부분 허리 아래쪽 두 마디에서 생깁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초기 증상과 발생 부위
Deyo 등(1992)은 신경 뿌리 자극의 첫 단서가 대개 다리 뒤쪽이나 바깥쪽을 따라 발이나 발목까지 뻗치는 날카롭거나 타는 듯한 통증이며, 저림이나 이상감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합니다. 이 통증은 기침, 재채기, 배에 힘을 주는 동작(발살바 수기, Valsalva Maneuver)에서 심해지기도 합니다. 대부분 좌골신경통이 생기기 전에 반복되는 허리 통증을 오래 겪지만, 디스크가 크게 탈출하면 다리 통증이 허리 통증을 압도한다고 했습니다.
교과서는 요추 추간판 탈출증이 20~40대에 많이 생기며, 대부분 요추 4-5번 사이에서 발생하고 요추 4번보다 위쪽에서 생기는 경우는 5~10%로 흔하지 않다고 기술합니다. Deyo 등은 임상적으로 중요한 디스크 탈출의 98%가 요추 4-5번 또는 요추 5번-천추 1번 사이에서 생기며, 발생 빈도가 가장 높은 나이를 30~55세로 봤습니다.
4-5번 디스크인데 왜 5번 신경일까
MRI 결과를 들으면 “4-5번 디스크가 5번 신경을 누르고 있다”는 식의 설명을 듣게 됩니다. 번호가 하나씩 어긋나 있어서 헷갈리실 수 있죠.
허리 신경은 번호가 같은 뼈 바로 아래로 빠져나갑니다. 4번 신경은 4-5번 디스크보다 조금 위에서 이미 빠져나가고, 5번 신경은 4-5번 디스크 뒤를 지나 한 마디 더 내려가서 빠져나가죠.
디스크는 대개 뒤쪽 가운데에서 약간 옆으로 터지기 때문에, 그 자리를 지나가는 5번 신경이 눌리게 됩니다. 그래서 흔히 한 마디 아래 신경이 눌린다고 표현합니다. 드물게 디스크가 바깥쪽으로 멀리 터지면 같은 번호인 4번 신경이 눌리기도 하고요.

근거가 궁금하다면 — 디스크 위치와 눌리는 신경
교과서는 일반적인 추간판 탈출에서 한 분절 아래의 신경근이 압박된다고 설명합니다. 척추강 안의 요추 4-5번 추간판 탈출은 요추 5번 신경근을 누르지만, 추간공 바깥으로 탈출하는 극외측(Far Lateral) 탈출에서는 요추 4번 신경근이 눌립니다. 척추강 안에서도 신경근 겨드랑이 쪽으로 탈출하는 액와(Axillary) 형태에서는 같은 분절의 신경근이 눌릴 수 있습니다.
어디가 저린지 보면 몇 번 신경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신경마다 맡은 피부와 근육이 정해져 있어서, 어디가 저리고 어떤 동작에 힘이 빠지는지 보면 몇 번 신경이 눌렸는지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가장 흔한 5번 신경이 눌리면 엄지발가락과 발등이 저리고, 엄지발가락이나 발목을 위로 드는 힘이 약해집니다. 그다음으로 흔한 천추 1번 신경은 발 바깥쪽이 저리고, 까치발 서기가 어려워지며 아킬레스건 반사가 약해지죠.
다만 저리는 범위는 사람마다 겹치고 조금씩 다릅니다. 그래서 저린 곳 하나만 보지 않고 힘과 반사를 함께 확인합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신경별 임상 소견
교과서의 요추 추간판 탈출증 임상 증상 표에 따르면, 요추 3-4번 탈출로 눌리는 4번 신경근은 대퇴사두근(무릎 펴기) 약화, 발목과 발 안쪽 감각 저하, 무릎 반사 저하, 허벅지 앞쪽 통증을 보입니다. 요추 4-5번 탈출로 눌리는 5번 신경근은 엄지발가락 신전근 약화와 발목이 처지는 족하수(Foot Drop), 엄지발가락과 발등 감각 저하, 내측 슬괵건 반사 저하, 다리 뒤쪽 통증을 보입니다. 요추 5번-천추 1번 탈출로 눌리는 천추 1번 신경근은 장딴지근(발목 아래로 굽히기) 약화, 발목 바깥쪽 감각 저하, 아킬레스건 반사 저하, 다리 뒤쪽과 발목 통증을 보입니다.
Deyo 등(1992)도 가장 흔한 신경학적 이상으로 발목과 엄지발가락을 위로 드는 힘의 약화(요추 5번), 아킬레스건 반사 저하(천추 1번), 발의 감각 저하(요추 5번과 천추 1번)를 꼽았습니다.
병원에서 하는 검사
누운 상태에서 무릎을 편 채 다리를 천천히 들어 올리는 검사가 가장 널리 쓰입니다. 들어 올리는 도중 평소 느끼던 다리 통증이 다시 나타나면 신경 뿌리가 눌려 있을 가능성을 생각합니다.
van der Windt 등(2010)의 코크란 고찰을 보면, 이 검사는 디스크가 있는 사람에서 거의 대부분 양성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양성이라고 모두 디스크는 아닙니다. 반대로 아프지 않은 쪽 다리를 들었는데 아픈 다리가 당긴다면, 흔하지는 않지만 디스크일 가능성이 꽤 높아지고요.
그래서 검사 하나로 진단하지 않고, 증상과 여러 진찰 소견을 함께 봅니다. 필요하면 MRI로 확인하는데, 사진에 보이는 디스크가 곧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야기는 MRI에 디스크가 보이는데 괜찮다는 이유에서 다뤘습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하지 직거상 검사의 정확도
하지 직거상 검사(Straight Leg Raising Test, SLR)는 누운 환자의 무릎을 편 채 다리를 들어 올려, 30~60도 사이에서 평소의 좌골신경통이 재현되면 양성으로 봅니다. 다리를 30도 넘게 들면 신경 뿌리에 긴장이 전달되고, 70도를 넘으면 신경의 추가 움직임은 거의 없습니다.
van der Windt 등(2010)의 코크란 체계적 고찰에서, 디스크 탈출의 유병률이 높은 수술 환자 집단의 하지 직거상 검사 민감도는 0.92로 높았지만 특이도는 0.28에 그쳤습니다. 증상 없는 쪽 다리를 들 때 아픈 다리의 통증이 재현되는 교차 하지 직거상 검사(Crossed Straight Leg Raising Test)는 특이도가 0.90으로 높았지만 민감도는 0.28로 낮았습니다. 연구진은 대부분의 신체 검사가 단독으로는 진단 정확도가 낮고, 여러 검사를 함께 볼 때 나아질 수 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비슷해 보이는 다른 병
다리로 뻗치는 통증이 모두 디스크 때문은 아닙니다. 가장 흔히 헷갈리는 건 척추관 협착증인데요. 협착증은 걸을 때 다리가 저리고 아프다가 쉬면 나아지는 양상이 뚜렷합니다. 이 차이는 걸으면 다리가 아프고, 앉으면 괜찮아지는 이유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허리가 아니라 다리 쪽에서 신경이 눌리거나 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당뇨로 인한 말초신경병증, 엉덩이 깊은 근육이 신경을 누르는 이상근 증후군, 무릎 바깥쪽에서 신경이 눌리는 경우 등이 대표적입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좌골신경통의 감별 진단
교과서는 좌골신경통을 일으키는 원인을 척추성과 말초성으로 나눕니다. 척추성에는 추간판 탈출, 척추관 협착증, 추간공 협착증, 척추 종양과 감염 등이 있고, 말초성에는 당뇨병, 이상근 증후군(Piriformis Syndrome), 총비골신경 마비(Common Peroneal Palsy), 족근관 증후군(Tarsal Tunnel Syndrome), 대퇴 신경감각이상증(Meralgia Paresthetica) 등이 있습니다.
기다리지 말아야 할 신호
대소변이 잘 나오지 않거나 참기 어려울 때, 항문 주변이나 사타구니 감각이 둔해질 때는 응급입니다. 터진 디스크가 신경 다발 전체를 누르고 있을 수 있어서 빨리 치료해야 합니다.
발목이나 엄지발가락이 잘 들리지 않아 발이 끌릴 때처럼 다리 힘이 빠질 때도 서둘러 진료를 받아 보시길 권합니다. 통증과 달리 힘이 빠지는 건 기다린다고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으니까요.
근거가 궁금하다면 — 응급 신호
교과서는 마미총증후군(Cauda Equina Syndrome, CES)이 발생하거나 근력 저하가 악화되는 경우를 수술 적응증으로 제시합니다.
대부분은 좋아집니다
다행히 허리디스크로 인한 다리 통증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서 좋아집니다. 터져 나온 디스크가 저절로 줄어드는 경우도 많은데, 이 과정은 디스크가 터져도 저절로 흡수될 수 있을까에서 다뤘습니다.
예전에는 꼼짝 않고 누워 지내라는 말을 많이 했지만, 누워 있는다고 더 빨리 낫지는 않습니다. Vroomen 등(1999)이 좌골신경통 환자를 두 주 동안 누워 지내게 한 쪽과 평소처럼 지내게 한 쪽으로 나눠 비교했더니 결과에 차이가 없었죠. 아픈 범위 안에서 움직이시는 게 좋겠습니다.
통증이 너무 심해 움직이기조차 힘들다면 주사로 급한 통증을 누그러뜨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주사가 어디까지 도움이 되는지는 허리 주사,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에서 정리했습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침상 안정의 효과
Vroomen 등(1999)은 2주간 침상 안정이 필요할 만큼 증상이 심한 요천추 신경근 증후군 환자 183명을 침상 안정군과 평소대로 지내며 경과를 보는 군으로 무작위 배정했습니다. 2주 뒤 호전됐다고 답한 비율은 침상 안정군 70%, 대조군 65%로 차이가 없었고, 12주 뒤에는 두 군 모두 87%가 호전됐습니다. 통증 강도, 증상으로 인한 불편, 기능, 결근 기간, 수술 비율에서도 두 군의 차이가 없었습니다.
van der Windt 등(2010)은 고찰의 배경에서 좌골신경통 환자의 약 90~95%가 보존적 치료로 좋아진다고 소개합니다.
참고문헌
1.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척추학. 제3판.
2. Deyo RA, Rainville J, Kent DL. What can the history and physical examination tell us about low back pain? JAMA. 1992;268(6):760-5. doi:10.1001/jama.1992.03490060092030
3. Vroomen PC, de Krom MC, Wilmink JT, Kester AD, Knottnerus JA. Lack of effectiveness of bed rest for sciatica. N Engl J Med. 1999;340(6):418-23. doi:10.1056/NEJM199902113400602
4. Konstantinou K, Dunn KM. Sciatica: review of epidemiological studies and prevalence estimates. Spine (Phila Pa 1976). 2008;33(22):2464-72. doi:10.1097/BRS.0b013e318183a4a2
5. van der Windt DA, Simons E, Riphagen II, Ammendolia C, Verhagen AP, Laslett M, et al. Physical examination for lumbar radiculopathy due to disc herniation in patients with low-back pain. Cochrane Database Syst Rev. 2010;(2):CD007431. doi:10.1002/14651858.CD007431.pub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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