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차단술을 두 번 맞았는데 그때뿐이라서요. 이번에는 신경성형술을 해 보자고 하던데, 둘이 뭐가 다른 건가요?”
허리나 다리 통증으로 병원을 다니다 보면 한 번쯤 듣게 되는 이름들입니다. 신경차단술, 신경주사, 신경성형술, 유착박리술, 풍선 시술까지 이름이 비슷비슷해서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헷갈리기 쉽죠.
오늘은 이 두 시술이 무엇을 하는지, 연구에서는 효과가 어디까지 확인됐는지, 그리고 어떤 순서로 생각해 보면 좋을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목차신경차단술은 주사, 신경성형술은 관을 넣는 시술
가장 큰 차이는 약을 넣는 방법입니다.
신경차단술은 투시 영상을 보면서 바늘을 신경 근처까지 넣고, 국소마취제와 스테로이드를 주사하는 시술입니다. 약을 척추 안쪽 공간에 넓게 넣는 경막외 주사, 아픈 신경 하나만 골라 그 신경이 빠져나가는 구멍 앞에 넣는 선택적 신경근 차단술, 척추 뒤쪽 관절(후관절)로 가는 작은 신경을 막는 내측지 차단술 등이 모두 여기에 들어갑니다. 보통 10~20분이면 끝나는 외래 시술이죠.
신경성형술은 꼬리뼈 쪽 구멍으로 가느다란 관(카테터)을 넣어 아픈 신경 근처까지 끌고 올라가는 시술입니다. 관 끝으로 조영제를 넣어 약이 잘 퍼지지 않는 곳을 찾고, 관을 움직이거나 고농도 식염수와 효소(히알루로니다제)를 넣어 신경 주변의 들러붙은 조직(유착)을 풀어 준 뒤 약을 넣습니다. 교과서에서는 경막외 유착박리술이라는 이름도 같은 뜻으로 씁니다. 끝에 풍선이 달린 관을 쓰거나 내시경을 함께 쓰는 방식도 있고요.

과정이 길고 쓰는 약의 양도 많다 보니, 교과서는 신경성형술이 기존 신경차단술보다 위험성이 다소 높다고 설명합니다. 드물지만 척추 안쪽에 피가 고이는 출혈이 생길 수 있어, 시술 뒤 8시간 이상 지켜보도록 권하고 있죠.
근거가 궁금하다면 — 교과서가 설명하는 신경성형술
교과서는 경피적 경막외강 신경성형술(Percutaneous Epidural Neuroplasty)과 경피적 경막외강 유착박리술(Percutaneous Epidural Adhesiolysis)을 넓은 의미에서 같은 용어로 봅니다. 1989년 Racz가 처음 개발한 방법으로, 척추 통증의 주된 원인을 경막외강의 유착으로 보고 카테터와 약물로 유착을 풀어 약물이 목표 지점에 잘 전달되게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내시경을 쓰지 않는 방식(부드러운 카테터, 방향 조절 카테터, 풍선 카테터 등)과 천골 구멍이나 추간공으로 경막외 내시경을 넣는 방식으로 나눕니다.
시술은 경막외강 조영술, 유착박리(카테터 조작과 10% 고장성 식염수, 히알루로니다제를 이용한 유압적 박리), 약제 주입(국소마취제, 비입자성 스테로이드)의 세 단계로 이뤄집니다. 기존 신경차단술보다 약제 용량이 많고 위험성이 내재된 유착박리 과정이 있어 합병증 가능성을 환자에게 알리도록 권합니다. 경막외 출혈(척추 경막외 혈종) 가능성이 있어 경막외 공간을 통한 시술 뒤에는 8시간 이상의 경과 관찰을 권합니다.
대상은 충분한 보존적 치료에도 지속되는 척추수술후증후군, 척추관 협착증, 추간판 탈출증, 만성 척추 통증이며, 가급적 1회 이상 기존 신경차단술을 시행해 보는 것을 권장합니다. 교과서는 단기(1~3개월) 성적을 80~90%, 1년 성적을 70~80% 정도로 소개하고, 9개 정도의 무작위 대조시험에서 양호한 결과를 보였다고 기술하면서도, 충분한 보존적 치료나 기존 신경차단술 없이 시행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으며 적응증과 비용-효과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입니다.
신경차단술, 효과는 짧지만 쓸모가 있습니다
신경차단술 가운데 가장 많이 하는 경막외 주사의 효과는 허리 주사,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디스크로 다리가 아플 때 처음 몇 주 동안 통증을 줄여 주지만 몇 달이 지나면 가짜 주사와 비슷해지고, 협착증에서는 효과가 더 약했습니다.
그래도 쓸모는 분명합니다. 디스크로 인한 다리 통증은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는 경우가 많아서, 가장 아픈 시기를 넘기도록 돕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거든요. 또 선택적 신경근 차단술은 치료와 진단을 겸할 수 있습니다. 어느 신경이 문제인지 영상만으로 헷갈릴 때, 특정 신경 주변에 주사한 뒤 통증이 사라지는지를 보고 원인을 좁혀 볼 수 있죠.
신경성형술의 근거는 아직 논쟁 중입니다
신경성형술은 ‘유착 때문에 약이 아픈 곳까지 못 들어간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관을 아픈 곳 가까이 넣으니 약이 더 정확하게 들어가고, 유착까지 풀어 주니 주사보다 효과가 오래간다는 설명이죠.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도 있습니다. 가짜 시술과 비교한 무작위 시험인 Gerdesmeyer 등(2013)의 연구에서는 만성 다리 방사통 환자 90명 가운데 신경성형술을 받은 쪽의 통증이 3개월 뒤 10점 만점에 6.7점에서 2.9점으로 줄었고, 가짜 시술을 받은 쪽은 4.8점에 머물렀습니다. 이 차이는 1년까지 이어졌다고 보고했고요.

다만 근거를 보는 시각은 엇갈립니다. 효과를 보고한 무작위 시험의 상당수가 한 연구 그룹에서 나왔고, 상당수가 가짜 시술이 아니라 꼬리뼈 주사와 비교한 연구라 ‘시술 자체의 효과’를 따로 떼어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연구 그룹이 주도한 학회 지침은 근거 수준을 높게 평가하는 반면, 미국의 여러 보험사는 같은 연구들을 두고도 아직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시술로 분류하고 있죠. 효과가 있다는 연구와, 아직 확실하지 않다는 평가가 함께 있는 시술이라고 보는 게 지금으로서는 정확할 것 같습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신경성형술의 무작위 시험과 평가
Gerdesmeyer 등(2013)은 4개월 넘게 만성 요추 방사통이 있는 환자 381명을 선별해 90명을 신경성형술(경피적 경막외 유착박리술)군과 위약(가짜 시술)군으로 무작위 배정한 이중맹검 시험을 시행했습니다. 일차 결과인 3개월 오스웨스트리 장애 지수(ODI)는 신경성형술군 55.3점에서 26.4점, 위약군 55.4점에서 41.8점으로 신경성형술군이 더 좋아졌고(p<0.01), 통증 점수(VAS)도 6.7점에서 2.9점, 6.7점에서 4.8점이었습니다. 6개월과 12개월에도 신경성형술군이 유의하게 좋았다고 보고했습니다.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고, 일시적인 감각·운동 이상, 경막 천자 1건, 카테터 이탈 1건이 있었습니다. 시술 뒤 영상 검사가 없어 시술 구성 요소 각각의 효과는 알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Manchikanti 등(2012)은 허리 수술 뒤에도 통증이 남은 척추수술후증후군 환자 120명을 신경성형술군과 꼬리뼈 경막외 주사군으로 무작위 배정해 2년간 추적했습니다. 통증과 기능이 50% 이상 좋아진 비율은 신경성형술군 82%, 꼬리뼈 주사군 5%였습니다. 신경성형술군은 2년 동안 평균 6.4회 시술을 받았습니다. 다만 대조군이 가짜 시술이 아닌 능동 대조군이었고, 2년째에는 대조군 대부분이 맹검이 해제돼 분석에 남은 대조군 환자가 적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같은 연구 그룹이 주도한 Manchikanti 등(2023)의 메타분석은 무작위 시험 9편을 분석해 신경성형술이 만성 요통과 다리 통증에 1년까지 효과가 있다고 결론지었고, 근거 수준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반면 미국의 여러 보험사 의료 정책은 포함된 시험 다수가 한 연구 그룹에서 나왔고, 표본이 작고, 가짜 시술 대조군이 드물며, 추적 중 탈락이 많다는 점을 들어 이 시술을 아직 연구 단계로 분류합니다.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은 2010년 내시경을 이용한 유착 박리에 대해 단기 효과의 근거가 일부 있지만 안전성 우려가 있다며 특별한 관리 아래에서만 시행하도록 권고했습니다.
순서를 생각해 보는 게 좋겠습니다
교과서도 신경성형술을 처음부터 하는 시술로 보지는 않습니다. 약과 운동 같은 보존 치료를 충분히 해 본 뒤, 가급적 기존 신경차단술을 한 번 이상 먼저 해 보도록 권하고 있죠. 허리 통증과 다리 통증은 시간이 지나며 좋아지는 경우가 많아서, 처음부터 더 큰 시술로 가는 것이 꼭 이득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기억해 두실 점은, 신경성형술도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효과를 보고한 연구에서도 2년 동안 평균 여섯 번 넘게 시술을 받았습니다. 효과가 오래간다는 말이 ‘한 번이면 된다’는 뜻은 아닌 셈이죠.
반대로 시술로 시간을 보내면 안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리 힘이 점점 빠지거나 대소변 장애가 생겼다면 시술보다 수술을 먼저 상의해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걷는 거리가 계속 짧아지는 협착증이나 시술을 반복해도 다리 통증이 계속되는 디스크라면, 수술이 오히려 빠른 길일 수 있고요. 이 부분은 허리디스크, 수술해야 할 때와 기다려도 될 때와 척추관 협착증, 수술해야 할까에서 다뤘습니다.

시술을 권유받았다면 물어볼 것
신경성형술은 병원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르고, 풍선이나 내시경, 레이저를 함께 쓰는 등 방식도 여러 가지입니다. 이름보다는 내용을 물어보시는 게 도움이 됩니다.
어떤 방식의 시술인지, 왜 주사가 아니라 이 시술이 필요한지, 이전 신경차단술은 효과가 있었는지, 효과가 없으면 다음 단계는 무엇인지. 이 네 가지 정도를 물어보시면 지금 내 상황에서 이 시술이 어떤 의미인지 훨씬 분명해집니다. 수술까지 고민하고 계시다면 척추 내시경 수술, 절개 수술과 무엇이 다를까도 함께 참고해 보세요.
시술의 이름보다 지금 단계가 중요합니다
신경차단술과 신경성형술은 둘 다 통증이 심한 시기를 넘기도록 돕는 방법이고, 잘 맞는 분에게는 분명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신경성형술이 신경차단술의 ‘업그레이드’라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근거가 엇갈립니다.
그래서 시술을 고를 때는 더 센 것을 찾기보다, 지금 내가 치료의 어느 단계에 있는지를 먼저 따져 보는 편이 좋겠습니다. 보존 치료와 주사로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시기인지, 아니면 신경을 직접 풀어 줘야 하는 시기인지를 담당 의사와 함께 판단해 보시길 권합니다.
참고문헌
1.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척추학. 제3판.
2. Gerdesmeyer L, Wagenpfeil S, Birkenmaier C, Veihelmann A, Hauschild M, Wagner K, et al. Percutaneous epidural lysis of adhesions in chronic lumbar radicular pain: a randomized, double-blind, placebo-controlled trial. Pain Physician. 2013;16(3):185-96.
3. Manchikanti L, Singh V, Cash KA, Pampati V. Assessment of effectiveness of percutaneous adhesiolysis and caudal epidural injections in managing post lumbar surgery syndrome: 2-year follow-up of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J Pain Res. 2012;5:597-608. doi:10.2147/JPR.S38999
4. Manchikanti L, Knezevic NN, Knezevic E, Pasupuleti R, Kaye AD, Sanapati MR, et al. Efficacy of percutaneous adhesiolysis in managing low back and lower extremity pain: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Pain Ther. 2023;12(4):903-937. doi:10.1007/s40122-023-00508-y
5. 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are Excellence. Therapeutic endoscopic division of epidural adhesions. Interventional procedures guidance IPG33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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