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한 번 맞고 씻은 듯이 나았어요.”
“세 번이나 맞았는데 그때뿐이에요.”
허리 주사를 두고 듣는 이야기는 이렇게 극과 극입니다. 그런데 둘 다 사실일 수 있습니다. 주사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은 못 하는지 알면, 왜 이렇게 다른 이야기가 나오는지 이해가 되실 겁니다.
목차주사는 신경 주변의 염증을 가라앉힙니다
흔히 허리 주사, 신경 주사, 신경차단술이라고 부르는 것은 대개 척추 안쪽 신경 주변 공간에 스테로이드와 국소마취제를 넣는 시술입니다. 디스크가 터지거나 통로가 좁아지면 눌린 신경 주변에 염증이 생기는데, 이 염증을 가라앉혀 통증을 줄이는 원리죠.
여기서 중요한 건 주사가 디스크를 없애거나 좁아진 통로를 넓히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원인은 그대로 둔 채 염증과 통증을 누그러뜨리는 것이죠.
약을 넣는 경로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투시 영상(주로 C-arm)을 보며 바늘 위치를 확인한 뒤 약을 넣습니다. 비슷하게 들리는 신경성형술과의 차이는 신경차단술과 신경성형술, 무엇이 다를까에서 다뤘습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주사의 종류와 방법
정확한 이름은 경막외 스테로이드 주사(Epidural Steroid Injection)입니다. 교과서에서는 경막외 신경 차단술로 부르며, 경막외 공간에 약물을 넣어 여러 부위에 비선택적으로 넓게 투여하는 방법으로 설명합니다.
경로는 뒤쪽 뼈 사이로 들어가는 후궁간 접근(Interlaminar Approach), 신경이 빠져나가는 추간공 가까이 넣는 추간공 경유 접근(Transforaminal Approach), 엉치뼈 아래쪽 구멍을 통한 꼬리뼈 접근(Caudal Approach)이 있습니다. 교과서는 영상 유도 장치로 뼈 구조를 확인하고, 저항소실법으로 경막외 공간에 접근한 뒤 조영제로 위치를 확인하는 것을 기본으로 제시합니다.
목 부위의 추간공 경유 주사는 약물이 혈관으로 잘못 들어가 뇌간이나 척수 경색 같은 치명적 합병증이 보고된 이후 더 이상 권장되지 않으며, 목에서는 후궁간 접근을 씁니다.
디스크로 다리가 아플 때: 효과는 있지만 짧습니다
디스크가 신경을 눌러 다리가 저리고 아플 때 주사를 가장 많이 맞습니다. 그래서 주사를 맞은 사람과 가짜 주사를 맞은 사람을 비교한 연구도 많이 이뤄졌고요.
결과를 모아 보면, 주사는 처음 몇 주 동안 다리 통증을 줄여 줍니다. 하지만 그 효과는 몇 달 안에 가짜 주사와 비슷해지고, 크기도 환자가 뚜렷하게 느낄 만큼 크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오래 지켜본 대규모 시험에서는 주사를 맞은 사람과 가짜 주사를 맞은 사람이 1년 뒤 수술을 받은 비율이 거의 같았습니다. 주사가 수술을 막아 준다고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뜻이죠.

근거가 궁금하다면 — 디스크로 인한 다리 통증에서의 근거
Carette 등(1997)의 무작위 이중맹검 시험은 추간판 탈출로 좌골신경통이 있는 158명을 두 군으로 나눠, 한쪽에는 스테로이드를, 다른 쪽에는 생리식염수를 경막외로 최대 세 번 주사했습니다. 스테로이드군은 6주까지 다리 통증이 더 좋아졌지만 3개월에는 두 군의 차이가 사라졌고, 기능 점수인 오스웨스트리 장애지수(Oswestry Disability Index, ODI)도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1년 동안 수술을 받은 비율 역시 25.8%와 24.8%로 같았습니다. 다만 투시 영상 없이 시행한 주사라서 지금의 시술 방식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Oliveira 등(2020)의 코크란 체계적 고찰은 이 시험을 포함해 요천추 신경근성 통증(Lumbosacral Radicular Pain)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시험 25개, 2,470명의 자료를 모아 분석했습니다. 핵심 결과는 3개월까지의 효과입니다. 주사는 위약보다 다리 통증을 100점 만점에 4.93점, 장애 점수를 4.18점 더 줄였습니다. 연구진은 환자가 체감할 수 있는 차이를 10점 정도로 보는데, 이 결과는 그에 미치지 못해 실제로 느끼기 어려운 수준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시점별로 보면 효과는 주사 직후에 가장 컸고 시간이 지날수록 줄었습니다. 주사 후 2주 이내에는 다리 통증 차이가 약 15점이었지만, 앞의 Carette 등(1997) 시험 한 편에서만 나온 결과라 확실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3~12개월과 1년 이상 시점에서는 위약과 차이가 없었습니다.
허리 통증은 어느 시점에서도 위약보다 뚜렷하게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가벼운 부작용이 위약보다 많은지는 분명하지 않았고, 심각한 부작용으로는 항응고제를 복용하던 환자 1명에게서 복막 뒤쪽 출혈(후복막 혈종)이 생긴 사례가 보고됐습니다.
협착증에는 효과가 더 약합니다
걸으면 다리가 아프고 쉬면 나아지는 척추관 협착증에도 주사를 많이 맞습니다. 그런데 이쪽은 결과가 더 아쉽습니다.
협착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시험에서, 스테로이드와 국소마취제를 함께 넣은 사람과 국소마취제만 넣은 사람을 비교했더니 6주 뒤 통증과 기능에 차이가 없었습니다. 흥미로운 건 두 군 모두 절반가량이 좋아졌다는 점입니다. 스테로이드보다는 주사를 맞는 과정 자체나 시간의 흐름이 더 큰 몫을 했을 수 있습니다.
반면 스테로이드를 넣은 쪽은 몸 전체의 호르몬 수치가 억제되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스테로이드가 주사 부위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뜻이죠. 이런 억제는 대부분 일시적이지만, 짧은 간격으로 반복해서 맞으면 쿠싱 증후군, 골다공증, 혈당 상승 같은 전신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내용은 아래 「자주 맞아도 괜찮을까」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협착증에서의 근거
Friedly 등(2014)의 다기관 이중맹검 시험은 중심성 요추관 협착증이 있는 50세 이상 400명을 스테로이드와 리도카인 주사군, 리도카인 단독 주사군으로 나눴습니다. 주사는 투시 유도하에 후궁간 또는 추간공 경유로 한두 번 시행했습니다.
6주 시점의 일차 결과인 롤랜드-모리스 장애 설문(Roland-Morris Disability Questionnaire, RMDQ) 점수와 다리 통증 강도는 두 군 사이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3주에는 스테로이드군이 조금 더 좋았지만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는 아니었습니다. 다리 통증이 30% 이상 좋아진 비율은 49.2%와 49.7%, 50% 이상은 두 군 모두 38.3%였습니다. 치료 만족도는 67%와 54%로 스테로이드군이 높았습니다. 후궁간과 추간공 경유 방식 모두 6주에 차이가 없었습니다.
부작용이 있었던 환자는 스테로이드군 21.5%, 리도카인군 15.5%였고, 1인당 부작용 건수는 스테로이드군이 유의하게 많았습니다. 아침 혈중 코르티솔(Cortisol)이 억제된 환자의 비율도 3주와 6주 모두 스테로이드군에서 높았습니다.
그런데도 주사를 권하는 이유
효과가 짧고 작다면 왜 맞을까요. 그 짧은 시간이 꼭 필요한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디스크로 인한 다리 통증은 대개 시간이 지나면서 좋아지고, 터져 나온 디스크도 몇 달에 걸쳐 저절로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그 몇 달 동안 잠을 못 자고 걷지도 못할 만큼 아플 때입니다. 이때 주사로 통증을 누그러뜨리면 움직이고 재활할 수 있게 되고, 그사이 몸이 회복할 시간을 벌 수 있죠. 이 과정은 디스크가 터져도 저절로 흡수될 수 있을까에서 다뤘습니다.
어느 신경이 문제인지 헷갈릴 때 확인하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특정 신경 주변에 주사한 뒤 통증이 사라지면 그 신경이 원인이라고 판단해 볼 수 있습니다. 사진만으로 원인을 가려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는 MRI에 디스크가 보이는데 괜찮다는 이유에서 다뤘습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진단 목적의 신경 차단
교과서는 추간판 탈출이나 추간공 협착에서 선택적 추간공 경막외 신경 차단술(Selective Transforaminal Epidural Block)이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방법이며, 효과가 없는 신경근 압박에는 수술적 감압이 필요할 수 있다고 기술합니다.
자주 맞아도 괜찮을까
효과가 짧다 보니 통증이 다시 오면 또 주사를 찾게 됩니다. 그런데 앞에서 말씀드렸듯 스테로이드는 주사 부위에만 머물지 않고 온몸으로 퍼집니다.
한 번만 맞아도 우리 몸이 스스로 만드는 스테로이드 호르몬, 코르티솔이 한동안 줄어듭니다. 밖에서 스테로이드가 들어오니 몸이 생산을 잠시 쉬는 거죠.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지만, 어떤 스테로이드를 쓰느냐에 따라 억제되는 정도가 달랐습니다.
여러 번 맞으면 이 억제가 더 길어질 수 있습니다. 수술 전에 주사를 여러 번 맞은 척추 수술 환자를 조사한 Shin 등(2019)의 연구에서, 이들은 수술 전부터 코르티솔이 낮았고 수술이라는 큰 스트레스를 받고도 코르티솔이 제대로 오르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은 척추 수술 뒤 입맛이 떨어지고 기운이 없는 환자가 늘고 있는 것을 계기로 이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얼굴이 둥글어지고 살이 찌는 쿠싱 증후군까지 가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오히려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뼈입니다. 주사를 맞은 횟수가 늘수록 척추 골절이 늘었다는 연구가 있어서, 골다공증이 있거나 이미 압박골절을 겪은 분이라면 더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부분은 골다공증이 있는데 허리 주사를 맞아도 될까에서 따로 다뤘고, 골절이 왜 연달아 오는지는 압박골절은 왜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까에서 설명했습니다.
몇 번까지 맞아도 안전한지는 아직 정해진 기준이 없습니다. 그래서 효과가 있을 때 꼭 필요한 만큼만 맞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당뇨나 골다공증이 있거나 수술을 앞두고 있다면 주사 전에 미리 말씀해 주시는 게 안전하고요.
근거가 궁금하다면 — 스테로이드의 전신 영향
앞의 협착증 시험을 추가로 분석한 Friedly 등(2018)의 연구에서, 주사 3주 뒤 아침 코르티솔이 절반 이상 떨어진 환자는 스테로이드군 20.3%, 국소마취제군 6.7%였습니다. 거의 완전히(90% 이상) 억제된 환자는 스테로이드군에서만 3.2% 있었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았습니다.
스테로이드 종류에 따라 차이가 컸습니다. 메틸프레드니솔론과 트리암시놀론을 맞은 환자는 3주 뒤 코르티솔이 평균 41% 떨어졌지만, 베타메타손과 덱사메타손을 맞은 환자는 국소마취제만 맞은 환자와 차이가 없었습니다. 나이, 체질량지수, 흡연, 당뇨 같은 환자 특성은 억제 정도에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Shin 등(2019)은 수술 전 경막외 스테로이드 주사를 여러 번 맞은 척추 수술 환자 53명과, 스테로이드 주사 이력이 없는 무릎 인공관절 수술 환자 130명을 비교했습니다. 수술 전 아침 코르티솔은 10.4 대 12.0µg/dL로 척추 수술군이 낮았고, 수술 다음 날 대조군은 14.4µg/dL로 유의하게 올랐지만 척추 수술군은 11.6µg/dL로 유의한 상승이 없었습니다. 코르티솔이 정상보다 낮을 위험은 척추 수술군에서 3.47배 높았습니다. 다만 환자별 주사 횟수와 용량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같은 연구진은 주사로 인한 쿠싱 증후군은 매우 드물지만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Hypothalamic-Pituitary-Adrenal Axis, HPA Axis) 억제는 훨씬 흔하고 오래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메틸프레드니솔론을 한 번 맞은 뒤에도 3주 넘게 억제된 보고가 있고, 정상으로 돌아오기까지 6개월이 걸린 증례도 있습니다. 안전한 주사 횟수에 대한 합의는 아직 없습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주사 횟수와 척추 골절
Mandel 등(2013)의 후향적 코호트 연구는 척추 질환 진단을 받은 50,345명 가운데 요추 경막외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은 3,000명과, 성향점수로 짝지은 주사를 맞지 않은 3,000명을 비교했습니다. 주사 횟수가 늘수록 척추체 골절이 늘었고, 여러 요인을 보정한 뒤에도 주사 한 번마다 골절 위험이 1.21배씩 높아졌습니다.
연구진은 이 주사도 다른 스테로이드처럼 뼈를 약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골다공증성 골절 위험이 있는 환자에게는 신중하게 써야 한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다만 무작위 배정이 아닌 후향적 연구라 근거 수준에 한계가 있습니다.
주사를 앞두고 계시다면
주사를 맞기 전에 여쭤보시면 좋은 것들이 있습니다. 지금 아픈 게 다리 쪽인지 허리 쪽인지, 주사로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 효과가 없으면 다음 단계는 무엇인지.
그리고 효과가 없었다면 같은 주사를 반복하기보다 다른 방법을 상의해 보는 편이 낫습니다. 맞을 때마다 그때뿐이라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합리적이겠죠. 디스크에서 수술을 고려하는 시점은 허리디스크, 수술해야 할 때와 기다려도 될 때에서, 걷기 힘든 협착증은 걸으면 다리가 아프고, 앉으면 괜찮아지는 이유에서 다뤘습니다.
주사는 치료의 끝이 아니라 시작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통증이 누그러진 그 시간에 걷고 움직이는 것까지가 치료라고 보시면 좋겠습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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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arette S, Leclaire R, Marcoux S, Morin F, Blaise GA, St-Pierre A, et al. Epidural corticosteroid injections for sciatica due to herniated nucleus pulposus. N Engl J Med. 1997;336(23):1634-40. doi:10.1056/NEJM199706053362303
3. Mandel S, Schilling J, Peterson E, Rao DS, Sanders W. A retrospective analysis of vertebral body fractures following epidural steroid injections. J Bone Joint Surg Am. 2013;95(11):961-4. doi:10.2106/JBJS.L.00844
4. Friedly JL, Comstock BA, Turner JA, Heagerty PJ, Deyo RA, Sullivan SD, et al. A randomized trial of epidural glucocorticoid injections for spinal stenosis. N Engl J Med. 2014;371(1):11-21. doi:10.1056/NEJMoa1313265
5. Friedly JL, Comstock BA, Heagerty PJ, Bauer Z, Rothman MS, Suri P, et al. Systemic effects of epidural steroid injections for spinal stenosis. Pain. 2018;159(5):876-83. doi:10.1097/j.pain.0000000000001158
6. Shin WS, Ahn DK, Kim MJ, Cho KJ, Go YR. Influence of epidural steroid injection on adrenal function. Clin Orthop Surg. 2019;11(2):183-6. doi:10.4055/cios.2019.11.2.183
7. Oliveira CB, Maher CG, Ferreira ML, Hancock MJ, Oliveira VC, McLachlan AJ, et al. Epidural corticosteroid injections for lumbosacral radicular pain. Cochrane Database Syst Rev. 2020;4:CD013577. doi:10.1002/14651858.CD013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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