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와 엉치가 아픈데 허리 때문일까

“허리는 괜찮은데 엉덩이가 아파요.”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말입니다. 엉치가 쑤시거나 한쪽 엉덩이가 묵직하게 아픈데, 허리 사진에서는 별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는 분도 많고요.

엉덩이 통증은 원인이 여러 곳에 숨어 있습니다. 허리에서 내려오는 통증일 수도 있고, 골반 뒤쪽 관절이나 고관절, 엉덩이 근육이 원인일 수도 있죠. 다행히 어디가 아프고 무엇이 함께 오는지를 살펴보면 원인을 꽤 좁혀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그 단서들을 하나씩 정리해 보겠습니다.

엉덩이 통증, 네 갈래로 나눠 보면

엉덩이 통증의 원인은 크게 허리, 천장관절, 고관절, 엉덩이 근육(이상근) 네 가지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아픈 위치가 첫 단서가 되죠.

허리가 원인이면 허리 아래에서 엉덩이를 지나 다리 뒤쪽으로 내려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천장관절은 엉치뼈 옆 움푹한 곳, 이상근은 엉덩이 가운데 깊은 곳이 주로 아프고, 고관절은 엉덩이보다 사타구니 쪽이 아픈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아픈 위치는 서로 겹치는 경우가 많아서, 위치만으로 원인을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함께 오는 증상과 진찰 소견을 같이 보는 게 좋겠습니다.

엉덩이가 아파도 원인은 허리인 경우가 많습니다

엉덩이가 아프다고 하시는 분들 중에는 원인이 허리에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허리에서 오는 엉덩이 통증은 성격이 다른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신경 뿌리가 눌려서 오는 통증입니다. 허리디스크나 척추관 협착증으로 신경이 눌리면 엉덩이에서 다리를 따라 선처럼 통증이 뻗치고, 저림이나 감각 저하, 다리 힘 빠짐이 함께 오기도 합니다. 이 증상은 허리디스크 증상, 허리보다 다리가 아픈 이유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다른 하나는 허리 관절이나 디스크 자체에서 오는 통증입니다. 이때는 엉덩이와 허벅지에 둔하고 깊은 통증이 퍼지지만, 저림이나 힘 빠짐 같은 신경 증상은 없습니다. 허리는 별로 아프지 않은데 엉덩이만 아프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고요.

근거가 궁금하다면 — 신경근성 통증과 체성 통증

교과서는 척추 통증을 신경 뿌리가 자극돼 생기는 신경근성 통증(Radicular Pain)과, 척추 관절이나 디스크 같은 구조물에서 생기는 체성 통증(Somatic Pain)으로 나누고, 체성 통증에서는 신경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후관절통은 넓게 요통을 호소하면서 다리 뒤쪽 통증을 동반하기도 하고, 디스크성 통증은 허리 가운데의 통증과 함께 다리 뒤쪽으로 좁고 길게 내려가는 통증을 보이기도 합니다.

교과서가 소개한 연구에서 만성 요통의 원인은 후관절통 15~40%, 디스크 내부의 통증 39%, 천장관절통 13%, 증상이 있는 신경근 통증 0.8~3.2%로 가장 많이 인용됩니다. 원인 구조물은 진단적 신경 차단술로 확인합니다.

엉치뼈 옆이 아프다면, 천장관절

천장관절은 엉치뼈와 골반뼈가 만나는 관절로, 몸통의 무게를 양쪽 다리로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엉덩이 위쪽에 보이는 양쪽 움푹한 곳 바로 아래쪽에 있죠.

천장관절에서 오는 통증은 주로 한쪽 엉덩이와 허벅지 바깥쪽이 아프고, 허리는 아프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사타구니까지 아플 때도 있어서 다른 원인과 헷갈리기 쉽습니다. 허리 유합술을 받은 뒤 남는 통증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도 꼽히는데, 유합술 이야기는 유합술을 하면 옆 마디가 나빠진다는 말에서 다뤘습니다.

어려운 점은 진단입니다. 아픈 위치나 검사 하나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워서, 천장관절을 누르거나 비트는 검사 여러 가지를 함께 해 보고 몇 개에서 평소 통증이 재현되는지를 봅니다. Laslett 등(2005)의 연구에서도 검사 여섯 가지 중 세 가지 이상에서 통증이 재현될 때 진단에 도움이 됐습니다. 그래도 애매하면 관절 안에 마취제를 넣어 통증이 사라지는지로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천장관절 통증의 진단

교과서는 천장관절통이 만성 요통의 약 13%를 차지하며, 관절 같은 쪽 엉덩이와 대퇴골 바깥쪽 돌기 부위까지 깊은 통증을 일으켜 후관절통과 구별이 어렵다고 기술합니다. 요통 없이 엉덩이와 다리 바깥쪽이 아프거나, 엉덩이에만 통증이 있거나, 사타구니까지 통증이 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추 유합술을 받은 환자의 약 35%가 천장관절통을 가지고 있다는 보고도 소개하며, 천장관절 안에 주사해 진단한다고 설명합니다.

Szadek 등(2009)의 체계적 고찰은 천장관절 통증의 진단 기준을 다룬 연구 18편을 분석했습니다. 통증이 천장관절 부위에 있다는 것만으로는 천장관절 통증 환자를 찾아낼 수는 있어도 그렇지 않은 사람과 구별하지는 못했습니다. 반면 넓적다리 밀기 검사(Thigh Thrust Test), 압박 검사(Compression Test), 그리고 유발 검사 3개 이상에서 통증이 재현되는 경우는 진단에 도움이 됐습니다. 다만 진단의 기준이 되는 관절 주사 방법이 연구마다 달라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Laslett 등(2005)은 환자 48명에게 천장관절 유발 검사 6가지를 시행하고 관절 내 마취 주사 결과와 비교했습니다. 6개 중 3개 이상 양성일 때 민감도 94%, 특이도 78%였고, 6개 검사 모두에서 평소의 통증이 재현되지 않으면 천장관절을 현재 통증의 원인에서 배제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사타구니가 아프고 절뚝거린다면, 고관절

엉덩이가 아프다고 생각했던 통증이 실제로는 고관절 문제인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고관절이 아픈 줄 알았는데 허리가 원인인 경우도 있고요. 두 질환 모두 엉덩이와 다리 통증으로 나타날 수 있어서 감별 진단할 때 신경을 쓰게 되는 부분입니다.

고관절을 의심해 볼 만한 신호는 세 가지입니다. 사타구니 통증, 절뚝거림, 진찰에서 고관절을 안쪽으로 돌릴 때 잘 안 돌아가는 것이죠. Brown 등(2004)의 연구에서는 이런 신호가 있으면 허리 문제만 있을 때보다 고관절 문제가 함께 있을 가능성이 몇 배 높았습니다.

허리와 고관절에 함께 문제가 있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둘 중 어느 쪽이 지금 통증의 주된 원인인지 따져 보는 과정이 중요하고, 고관절 문제가 의심되면 정형외과 진료를 함께 받아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고관절 질환과 척추 질환의 구별

Brown 등(2004)은 다리 통증으로 척추 클리닉을 찾은 환자 97명의 병력, 진찰, 검사 결과를 분석했습니다. 절뚝거림이 있으면 척추 질환만 있는 경우보다 고관절 질환이 있거나 고관절과 척추 질환이 함께 있을 가능성이 7배, 사타구니 통증이 있으면 7배, 고관절 안쪽 회전이 제한되면 14배 높았습니다. 연구진은 두 질환 모두 허리 통증과 무릎 아래로 뻗치는 통증을 보일 수 있어 구별이 어렵고, 잘못 진단돼 협착증 치료를 받다가 실제로는 고관절 관절염이었던 경우와 그 반대의 경우를 경험했다고 소개합니다.

교과서도 요추 척추증과 감별할 때 진찰에서 고관절 안쪽 회전이 제한되면 고관절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오래 앉으면 심해진다면, 이상근증후군

이상근증후군은 엉덩이 깊은 곳의 근육이 좌골신경을 눌러 엉덩이와 다리가 아프다는 병입니다. 흔히 들어 보셨을 병명이죠.

이 병을 보고한 연구들을 모아 분석한 Hopayian 등(2010)의 정리를 보면, 엉덩이 통증, 엉덩이 가운데를 누를 때의 통증, 앉아 있을 때 심해지는 통증이 가장 흔한 특징이었습니다. 이 근육을 당기는 동작에서 통증이 심해지기도 하고요.

다만 이상근증후군은 70년 넘게 알려져 왔지만 아직 논란이 있는 진단입니다. 진단 기준이 확립되지 않았고, 근거도 대부분 증례 보고 수준이거든요. 그래서 허리디스크나 협착증 같은 다른 원인을 먼저 확인해 본 뒤에 생각해 보는 게 좋겠습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이상근증후군의 근거

Hopayian 등(2010)의 체계적 고찰은 이상근증후군의 진단과 관련된 자료를 보고한 연구 55편을 분석했습니다. 가장 흔한 임상 양상은 엉덩이 통증, 좌골 절흔(Greater Sciatic Notch) 부위의 압통, 앉으면 심해지는 통증, 이상근을 긴장시키는 동작에서 심해지는 통증이었습니다. 연구진은 이상근증후군이 70년 넘게 기술돼 왔지만 여전히 논란이 있고 문헌 대부분이 증례 연구와 서술적 고찰이라며, 디스크 탈출이나 척추관 협착증이 있는 좌골신경통 환자와 없는 환자에서 이런 특징의 빈도를 비교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교과서도 이상근증후군(Piriformis Syndrome)을 좌골신경통의 말초성 원인 가운데 하나로 감별 진단 목록에 올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네 가지 원인의 특징을 한 장으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골반이 틀어져서 아픈 걸까

엉덩이나 골반이 아프면 “골반이 틀어져서 그렇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골반 교정이나 교정기를 찾아보는 분도 많고요.

하지만 엑스레이에서 보는 골반 각도는 대부분 타고난 모양이라 교정으로 바뀌지 않습니다. 골반과 허리 통증의 실제 관계는 골반 각도가 허리 통증과 무슨 상관일까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서둘러 진료가 필요한 경우

엉덩이 통증과 함께 다리 힘이 빠지거나, 대소변이 잘 나오지 않거나 참기 어려워졌다면 신경이 심하게 눌리고 있을 수 있어 바로 응급실이나 병원을 찾으셔야 합니다.

열이 나거나, 밤에 쉬어도 계속 아프거나, 이유 없이 살이 빠지는 경우에도 감염이나 종양 같은 원인을 확인해 봐야 하니 서둘러 진료를 받아 보시길 권합니다.

아픈 위치는 단서일 뿐입니다

엉덩이 통증은 대부분 급한 병이 아니고, 허리에서 오는 경우가 가장 흔합니다. 다리로 뻗치고 저리면 허리 신경을, 엉치뼈 옆 한쪽이 아프면 천장관절을, 사타구니가 아프고 절뚝거리면 고관절을 먼저 떠올려 볼 수 있죠.

다만 이런 단서들은 서로 겹치는 경우가 많아서, 아픈 위치만으로 스스로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진찰을 통해 원인을 확인해 보는 편이 좋겠습니다. 허리를 삐끗한 뒤 생긴 통증이라면 허리를 삐끗했을 때, 누워 있어야 할까를 참고하시고, 몇 주가 지나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그때는 원인을 한번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참고문헌

1.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척추학. 제3판.

2. Brown MD, Gomez-Marin O, Brookfield KF, Li PS. Differential diagnosis of hip disease versus spine disease. Clin Orthop Relat Res. 2004;(419):280-4. doi:10.1097/00003086-200402000-00044

3. Laslett M, Aprill CN, McDonald B, Young SB. Diagnosis of sacroiliac joint pain: validity of individual provocation tests and composites of tests. Man Ther. 2005;10(3):207-18. doi:10.1016/j.math.2005.01.003

4. Szadek KM, van der Wurff P, van Tulder MW, Zuurmond WW, Perez RS. Diagnostic validity of criteria for sacroiliac joint pain: a systematic review. J Pain. 2009;10(4):354-68. doi:10.1016/j.jpain.2008.09.014

5. Hopayian K, Song F, Riera R, Sambandan S. The clinical features of the piriformis syndrome: a systematic review. Eur Spine J. 2010;19(12):2095-109. doi:10.1007/s00586-010-15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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