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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I에 디스크가 보이는데 괜찮다는 이유

MRI 결과를 들으러 온 날, 판독지에 적힌 단어부터 눈에 들어옵니다. 퇴행성 변화, 팽윤, 돌출. 그리고 “디스크가 나와 있네요”라는 말에 마음이 철렁하죠.

그런데 이어지는 설명이 뜻밖입니다. “이건 지금 아픈 것과는 관계가 없어 보입니다.”

분명 사진에 보이는데 왜 문제가 아니라는 걸까요.

아프지 않은 사람도 사진에는 보입니다

허리가 전혀 아프지 않은 사람들을 모아 MRI를 찍어 보면, 상당수에서 디스크 이상이 보입니다. 디스크가 닳았거나, 부풀었거나, 살짝 밀려 나와 있는 모습들이죠.

나이가 들수록 더 흔해집니다. 여든이 되면 증상이 없는 사람도 거의 모두 디스크가 닳아 있습니다. 흰머리나 얼굴 주름처럼, 사진에 보이는 변화의 상당 부분은 나이가 드는 과정 그 자체입니다.

그러니까 “디스크가 있다”는 말만으로는 지금 아픈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증상 없는 사람의 MRI 소견

Brinjikji 등(2015)의 체계적 고찰은 허리 통증 병력이 없는 3,110명의 영상 소견을 보고한 33편의 연구를 분석했습니다. 디스크 퇴행(Disc Degeneration)은 20세의 37%에서 80세의 96%로, 디스크 팽윤(Disc Bulge)은 30%에서 84%로, 디스크 돌출(Disc Protrusion)은 29%에서 43%로, 섬유륜 균열(Annular Fissure)은 19%에서 29%로 나이에 따라 늘었습니다. 30대에서도 절반 이상이 디스크 퇴행이나 팽윤을 보였습니다.

연구진은 영상에서 보이는 퇴행성 변화의 상당수가 정상적인 노화의 일부로 통증과 관계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지었습니다. 특히 통증이 있는 위치와 다른 높이에서 우연히 보인 디스크 탈출은 나이에 따른 정상 변화로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아픈 사람과 아프지 않은 사람, 사진은 얼마나 다를까

디스크 수술이 필요할 만큼 아픈 환자와, 나이와 하는 일이 비슷한데 아프지 않은 사람의 MRI를 나란히 비교한 연구가 있습니다.

결과는 의외였습니다. 아프지 않은 사람에게서도 대부분 디스크 탈출 소견이 보였고, 디스크가 닳은 정도도 두 집단이 비슷했습니다.

뚜렷하게 달랐던 건 하나였습니다. 디스크가 신경을 실제로 누르고 있는지였죠. 신경이 눌린 사람은 아픈 쪽에 훨씬 많았고, 아프지 않은 사람 중에는 드물었습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환자와 무증상인의 MRI 비교

Boos 등(1995)은 디스크 절제술이 필요한 환자 46명과, 나이·성별·직업적 위험 요인(무거운 물건 들기, 비틀기와 굽히기, 진동 노출, 앉아서 하는 일)을 맞춘 무증상인 46명의 MRI를 비교했습니다.

추간판 탈출(Disc Herniation) 소견은 환자군 96%, 무증상군 76%에서 보였고, 섬유륜 밖으로 크게 빠져나온 탈출(Extrusion)은 35%와 13%였습니다. 디스크 퇴행은 96%와 85%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무증상군의 63%가 경미한 돌출 소견을 보여, 이 정도 소견은 통증의 원인이 아닐 위험이 크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두 집단의 유일한 뚜렷한 영상 차이는 신경 침범(Neural Compromise)이었습니다. 디스크가 신경에 닿거나 누르는 경우가 환자군 83%, 무증상군 22%였고, 그중 신경근을 실제로 누르는 신경근 압박(Nerve Root Compression)은 환자군 54%, 무증상군 4%(2명)였습니다. 업무에 대한 인식과 심리사회적 요인도 두 집단을 구별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대조군이 직업적 위험 요인을 맞춘 집단이라 일반인보다 탈출 소견이 많이 나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교과서는 이 연구를 인용하며, 임상 소견이나 신경학적 검사 소견과 일치하지 않는 MRI 이상은 임상적 의의가 없을 수 있다고 정리합니다.

사진보다 먼저 보는 것

그래서 사진을 보기 전에 증상부터 살펴봅니다. 어디가 아픈지, 다리 어디까지 저린지, 어떤 자세에서 심해지는지.

신경은 저마다 맡은 피부 구역이 정해져 있습니다. 다리 바깥쪽이 저린지, 엄지발가락 쪽이 저린지에 따라 어느 신경이 문제인지 짐작해 볼 수 있고, 힘과 감각, 반사를 확인하면 범위가 더 좁혀지죠. 이 내용은 허리디스크 증상, 허리보다 다리가 아픈 이유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그다음에 사진을 봅니다. 증상이 가리키는 신경과 사진에서 눌린 신경이 같은 곳이면 그 소견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른 곳을 가리킨다면 사진에 보이는 디스크는 원인이 아닐 수 있고요.

근거가 궁금하다면 — 증상 분포로 신경을 추정하는 방법

신경이 담당하는 피부 영역을 피부분절(Dermatome), 근육을 근육분절(Myotome), 뼈를 골분절(Sclerotome)이라 합니다. 교과서는 이 세 분절이 서로 일치하지 않고 환자가 분절에 따라 통증을 나눠 호소하지 않기 때문에, 피부분절에만 의존하면 진단이 어려워진다고 지적합니다. 그래서 통증 분포와 함께 근력, 감각, 반사를 종합해 판단합니다.

허리 통증은 사진에 잘 안 찍힙니다

다리 저림 없이 허리만 아픈 경우는 더 까다롭습니다. 허리 통증은 디스크뿐 아니라 뒤쪽 관절, 골반과 이어지는 관절, 인대와 근육에서도 생기는데, 이런 곳의 문제는 MRI로 잘 드러나지 않거든요.

실제로 최신 영상 검사를 모두 해도 허리 통증의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허리만 아픈데 MRI에서 디스크가 보인다고 해서 그것을 곧 원인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허리 통증의 원인이 되는 구조물

교과서는 MRI, CT와 신경생리검사, 신경학적 검사를 모두 하더라도 요통의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할 수 있는 확률이 15%에 그친다고 기술합니다.

요통을 일으키는 구조물로는 추간판, 후관절(Facet Joint), 인대, 근육, 신경근, 경막이 확인되어 있고, 만성 요통의 흔한 원인으로 후관절통, 추간판성 통증, 천장관절(Sacroiliac Joint) 통증이 꼽힙니다. 후관절통과 천장관절통은 영상보다 진단적 신경차단술로 확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MRI는 언제 찍을까

허리가 아프다고 처음부터 MRI를 찍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허리 통증은 몇 주 안에 좋아지고, 그 전에 찍은 사진은 치료 방향을 바꾸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생긴 허리 통증의 경과는 허리를 삐끗했을 때, 누워 있어야 할까에서 다뤘습니다.

오히려 우연히 보인 소견이 불안을 키우고, 필요 없는 검사나 시술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사진 결과를 알려 준 쪽이 오히려 회복이 더뎠다는 연구도 있고요.

MRI가 필요한 건 이런 경우입니다. 대소변 이상이나 다리 힘이 빠지는 것처럼 신경 증상이 심하거나 진행할 때, 암이나 감염이 의심될 때, 그리고 충분히 치료했는데도 좋아지지 않아 시술이나 수술을 고민할 때입니다. 골절이 의심될 때는 보통 엑스레이부터 찍습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영상 검사에 관한 권고

교과서에 따르면 척추 통증은 보통 6주 이내에 80~90%가 회복됩니다.

Chou 등(2011)이 정리한 ACP(American College of Physicians)의 권고는 요통 환자의 영상 검사를 심하거나 진행하는 신경학적 결손이 있을 때, 또는 심각하거나 특정한 기저 질환이 의심될 때로 한정하고, MRI나 CT는 여기에 더해 시술이나 수술 같은 침습적 치료의 대상일 때 시행하도록 권고합니다. 신경근 증상이나 협착증이 심한 신경 결손 없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약 1개월 치료 후에도 좋아지지 않고 수술이나 경막외 주사의 대상일 때 MRI를 찍습니다. 압박골절이 의심될 때는 엑스레이를 권합니다.

같은 권고에서 6개 무작위 대조시험(1,804명)을 합친 분석 결과, 일상적인 영상 검사는 통증, 기능, 삶의 질에서 이득이 없었습니다. MRI 결과를 환자에게 알려준 군이 알려주지 않은 군보다 전반적 건강 개선이 작았다는 연구도 인용하며, 불필요한 소견을 아는 것 자체가 회복을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재촬영은 새로운 증상이나 증상 변화가 있을 때 결정하도록 했습니다.

결과지를 받으셨다면

판독지에 적힌 단어에 너무 놀라지 않으셔도 됩니다. 퇴행성 변화나 팽윤은 나이가 들면 대부분에게서 보이는 소견입니다.

판독지에 자주 나오는 팽윤, 돌출, 탈출은 디스크가 어떤 모양으로 밀려 나왔는지를 나타내는 이름입니다. 넓은 범위가 고르게 살짝 부푼 것을 팽윤, 한 곳이 튀어나왔지만 밑동이 더 넓은 것을 돌출, 튀어나온 부분이 밑동보다 커진 것을 탈출이라고 부르죠. 탈출된 조각이 원래 디스크에서 떨어져 나와 따로 떠 있으면 격리라고 합니다.

팽윤에서 탈출, 격리로 갈수록 신경을 누를 가능성은 커집니다. 하지만 이름만으로 통증이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앞에서 본 것처럼 증상이 없는 사람에게서도 팽윤과 돌출은 흔하고, 오히려 크게 튀어나온 탈출이나 떨어져 나온 조각이 저절로 흡수되는 경우가 더 많거든요. 이 이야기는 디스크가 터져도 저절로 흡수될 수 있을까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디스크 모양을 나타내는 용어

교과서는 추간판 탈출을 형태에 따라 팽윤(Bulging), 돌출(Protrusion), 탈출(Extrusion), 격리(Sequestration)로 나눕니다.

Fardon 등(2014)이 여러 학회의 합의로 정리한 요추 디스크 용어 기준(Lumbar Disc Nomenclature 2.0)에서는, 디스크 둘레의 25%를 넘는 넓은 범위가 척추뼈 테두리 밖으로 나온 것을 팽윤으로 보고 추간판 탈출증(Herniation)에는 포함하지 않습니다. 둘레의 25% 이하에서 국소적으로 밀려 나온 것은 추간판 탈출증으로 보며, 튀어나온 부분의 폭이 밑동보다 좁으면 돌출, 어느 한 방향에서라도 밑동보다 넓으면 탈출로 구분합니다. 격리는 탈출된 조각이 원래 디스크와의 연결을 잃은 경우로, 탈출의 한 형태입니다.

그리고 이것 하나는 꼭 여쭤보시면 좋겠습니다. “제 증상과 이 소견이 같은 곳을 가리키나요?” 이 질문의 답이 사진 속 디스크가 원인인지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사진과 증상이 따로 노는 또 다른 예는 유합술을 하면 옆 마디가 나빠진다는 말에서 다뤘습니다. 걸을 때 다리가 아픈 협착증은 누워서 찍는 MRI가 실제보다 덜 심하게 보일 수 있는데, 이 이야기는 걸으면 다리가 아프고, 앉으면 괜찮아지는 이유에 있습니다.

MRI는 원인을 찾는 데 꼭 필요한 검사입니다. 다만 사진만 따로 볼 때보다 지금의 증상과 맞춰 볼 때 비로소 제대로 의미를 갖는 검사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문헌

1.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척추학. 제3판.

2. Boos N, Rieder R, Schade V, Spratt KF, Semmer N, Aebi M. 1995 Volvo Award in clinical sciences. The diagnostic accuracy of magnetic resonance imaging, work perception, and psychosocial factors in identifying symptomatic disc herniations. Spine (Phila Pa 1976). 1995;20(24):2613-25.

3. Chou R, Qaseem A, Owens DK, Shekelle P; Clinical Guidelines Committee of the American College of Physicians. Diagnostic imaging for low back pain: advice for high-value health care from the American College of Physicians. Ann Intern Med. 2011;154(3):181-9. doi:10.7326/0003-4819-154-3-201102010-00008

4. Brinjikji W, Luetmer PH, Comstock B, Bresnahan BW, Chen LE, Deyo RA, et al. Systematic literature review of imaging features of spinal degeneration in asymptomatic populations. AJNR Am J Neuroradiol. 2015;36(4):811-6. doi:10.3174/ajnr.A4173

5. Fardon DF, Williams AL, Dohring EJ, Murtagh FR, Gabriel Rothman SL, Sze GK. Lumbar disc nomenclature: version 2.0: recommendations of the combined task forces of the North American Spine Society, the American Society of Spine Radiology and the American Society of Neuroradiology. Spine J. 2014;14(11):2525-45. doi:10.1016/j.spinee.2014.04.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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