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벅지 바깥쪽이 화끈거리고 저린 이유

바지 앞주머니가 닿는 자리쯤, 허벅지 바깥쪽이 언제부턴가 남의 살 같습니다. 손으로 만지면 감각이 둔한데 이상하게 화끈거리고, 옷이 스치기만 해도 따끔하죠. 오래 서 있거나 걷고 나면 더 심해지고요. 다리가 저리니 허리디스크부터 걱정되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이런 모양의 저림은 허리가 아니라 골반 앞에서 가는 신경 하나가 눌려 생기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대퇴신경감각이상증(감각이상성 대퇴통)이라고 부르는데, 허리 신경 문제와는 원인도 치료도 다르죠. 이번 글에서는 둘을 어떻게 구분하는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허벅지 바깥 피부만 맡는 신경

허벅지 앞바깥쪽 피부의 감각은 외측대퇴피신경이라는 가는 신경이 맡습니다. 허리 2번, 3번 신경에서 갈라져 나와 골반 안쪽을 비스듬히 내려온 뒤, 골반 앞쪽에 툭 튀어나온 뼈(전상장골극) 바로 안쪽에서 사타구니 인대 밑을 빠져나와 허벅지로 내려가죠.

문제는 이 빠져나오는 길목입니다. 신경이 인대 밑으로 방향을 틀며 지나는 좁은 자리라서, 허리띠나 꽉 끼는 바지, 불룩한 배에 눌리기 쉽거든요. 그래서 증상은 이 신경이 맡은 허벅지 앞바깥쪽 한 구역에만 나타납니다.

또 이 신경은 감각만 맡고 근육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아무리 저리고 화끈거려도 다리 힘이 빠지지는 않는다는 뜻이죠. 이 점이 허리 신경 문제와 구분하는 첫 번째 단서가 됩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외측대퇴피신경의 해부

교과서에 따르면 외측 대퇴 경피 신경(lateral femoral cutaneous nerve)은 요신경총의 가지로, 요근을 외측에서 관통해 아래로 주행한 뒤 전상장골극의 내측에서 서혜인대 외측 아래로 지나 골반 밖으로 나오며, 허벅지 전외측의 감각을 담당합니다. 교과서의 요신경총 그림에서는 허리 2번과 3번 신경에서 나오는 것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교과서는 대퇴 신경감각이상증(meralgia paresthetica)을 요추간판탈출증의 감별 진단 가운데 말초 신경 죄임(entrapment)의 하나로 꼽습니다. 또 척추 수술에서 앞쪽 장골능에서 뼈를 떼어 낼 때 이 신경이 손상되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허리 신경이 눌렸을 때와 무엇이 다를까

허리 위쪽의 2번에서 4번 신경이 눌려도 허벅지 앞쪽이 저릴 수 있어서 둘은 헷갈리기 쉽습니다. 교과서도 허리디스크와 감별해야 할 질환 목록에 이 병을 넣어 두었고요. 몇 가지를 살펴보면 어느 쪽에 가까운지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저린 범위입니다. 외측대퇴피신경 문제는 허벅지 앞바깥쪽에 머물고 무릎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습니다. 허리 신경이 눌리면 대개 허리나 엉덩이에서 시작해 다리를 따라 선처럼 뻗치고, 4번 신경이면 무릎 안쪽과 정강이까지 내려가기도 하죠.

다음은 힘과 반사입니다. 이 신경은 감각만 맡아서 다리 힘과 무릎 반사가 정상입니다. 계단을 오를 때 무릎이 꺾이거나 허벅지 앞 근육이 가늘어졌다면 허리 쪽 신경을 먼저 의심해 보는 게 좋겠습니다.

언제 심해지는지도 참고가 됩니다. 외측대퇴피신경은 오래 서 있거나 걸을 때, 허리띠를 졸라맸을 때 심해지고 앉으면 편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이 양상은 척추관 협착증과도 비슷해서 이것만으로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협착증의 특징은 걸으면 다리가 아프고, 앉으면 괜찮아지는 이유에서 다뤘습니다.

진찰에서는 골반 앞 튀어나온 뼈 바로 안쪽을 누르거나 두드려 저림이 재현되는지 봅니다. 아픈 쪽을 위로 하고 옆으로 누운 자세에서 골반을 지그시 눌러 사타구니 인대를 느슨하게 해 주면 증상이 줄어드는지 보는 골반 압박 검사도 있고요. 허리 쪽이 의심되면 엎드린 자세에서 무릎을 굽혀 허벅지 앞 신경을 당겨 보는 검사를 합니다. 그래도 애매하면 신경 전도 검사, 신경 주변에 마취제를 넣어 증상이 사라지는지 보는 진단적 차단, 허리 MRI를 고려합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골반 압박 검사와 대퇴 신장 검사

Nouraei 등(2007)은 2000~2005년에 대퇴신경감각이상증으로 진단한 45명(남성 27명, 여성 18명)을 분석했습니다. 아픈 쪽을 위로 하고 옆으로 누운 자세에서 골반을 아래로 눌러 증상이 줄어들면 양성으로 보는 골반 압박 검사의 민감도는 95%, 특이도는 93.3%였고, 저자들은 이 검사가 허리 신경뿌리에서 오는 통증과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았습니다. 한 기관의 적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결과입니다.

교과서는 엎드린 자세에서 무릎을 굽혀 허벅지 앞이나 정강이로 통증이 심해지면 양성으로 보는 대퇴 신장 검사(femoral nerve stretch test)를 설명하며, 주로 상부 요추 신경근, 즉 2, 3, 4번 신경근의 압박을 의심하는 검사라고 설명합니다.

허리띠, 체중, 그리고 혈당

이 신경을 누르는 원인은 대개 일상 속에 있습니다. 꽉 끼는 바지나 허리띠, 불어난 뱃살, 임신으로 커진 배가 사타구니 인대 쪽을 압박하죠. 골반뼈에서 뼈를 떼어 내는 수술 뒤에 생기기도 합니다.

눈여겨볼 것은 당뇨와의 관계입니다. Parisi 등(2011)이 한 지역 주민을 10년 동안 살펴본 연구에서, 이 병은 해마다 10만 명당 33명꼴로 생겼는데 당뇨가 있는 사람에서는 그보다 7배쯤 많았습니다. 이 병이 있는 사람은 당뇨가 생길 가능성도 2배쯤 높았고요. 그래서 허벅지 바깥 저림이 처음 생겼다면 혈당과 체중을 한 번 점검해 보는 계기로 삼아도 좋겠습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발생률과 관련 요인

Parisi 등(2011)은 1990~1999년 한 지역 주민 자료로 대퇴신경감각이상증의 발생률을 조사했습니다. 나이와 성별을 보정한 발생률은 10만 인년당 32.6건이었고, 당뇨 환자에서는 10만 인년당 247건으로 일반 인구의 약 7배였습니다. 환자군은 대조군보다 평균 체질량지수가 높았고(30.1 대 27.3), 체질량지수를 맞춘 대조군과 비교해도 당뇨가 더 흔했습니다(28% 대 17%). 당뇨 발생의 교차비는 2(95% 신뢰구간 1.3–3.0)였습니다.

van Slobbe 등(2004)은 일반 진료 기관 등록 자료(17만 3,375 인년)에서 발생률을 1만 인년당 4.3건으로 보고했습니다. 손목터널증후군(교차비 7.7)과 임신(교차비 12.0)이 관련 요인이었지만 신뢰구간이 넓었고, 저자들은 조사한 요인으로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79%라고 추정했습니다.

수술까지 가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경과는 대체로 좋은 편입니다. 신경을 누르던 원인을 덜어 주면 저절로 가라앉는 경우가 많거든요. 허리띠를 느슨하게 하고 허리와 사타구니를 조이지 않는 넉넉한 바지를 입고, 체중을 줄이고, 오래 서 있어야 한다면 중간중간 앉아 쉬는 것이 첫 단계입니다.

그래도 화끈거림이 계속되면 신경통에 쓰는 약을 쓰거나, 골반 앞 뼈 안쪽에 국소마취제와 스테로이드를 주사하는 신경 차단술을 고려합니다. 이 주사는 치료이면서 진단을 겸하기도 합니다. 주사 뒤 증상이 확 줄면 이 신경이 원인이었다는 뜻이니까요. 몇 달이 지나도 낫지 않고 생활이 힘들 때는 드물게 눌린 자리에서 신경을 풀어 주는 수술을 하기도 합니다.

Haim 등(2006)이 이 병으로 진단된 79명을 같은 순서로 치료했더니, 21명은 생활 습관 조절과 약으로, 48명은 주사로 좋아졌고 수술을 받은 사람은 3명이었습니다. 10명 중 9명 가까이는 수술 없이 좋아진 셈이죠. 다만 치료법끼리 비교한 무작위 시험은 아직 없어서, 어떤 치료가 더 낫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치료 결과

Haim 등(2006)은 86명을 평가해 79명을 대퇴신경감각이상증으로 진단하고 정해진 순서에 따라 치료했습니다. 21명은 첫 비수술 치료(약, 휴식, 악화 요인 줄이기)에, 48명은 국소 스테로이드 주사에 반응했습니다. 남은 10명 가운데 3명이 수술(신경 절단 2명, 신경 박리 1명)을 받았고, 평균 3년(1~13년) 추적 동안 증상이 좋아진 72명에서 재발은 없었습니다.

Khalil 등(2012)의 코크란 체계적 문헌고찰은 무작위 또는 준무작위 시험을 한 편도 찾지 못했습니다. 관찰 연구에서는 스테로이드·국소마취제 주사 후 157명 중 130명, 감압술 후 300명 중 264명이 좋아졌다고 보고됐고, 치료 없이 지켜본 한 자연 경과 연구에서도 29명 중 20명이 좋아졌습니다. 저자들은 치료 선택의 근거가 약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무릎 아래까지 내려가는지부터 봅니다

저는 허벅지 바깥이 저리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두 가지를 먼저 여쭤봅니다. 저림이 무릎 아래까지 내려가는지, 그리고 다리에 힘이 빠지는지요. 둘 다 아니고 허벅지 바깥 한 구역에 머문다면, 허리 MRI부터 찍기보다 허리띠와 바지, 체중을 먼저 돌아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허리가 함께 아프거나, 저림이 다리 아래로 뻗치거나, 힘이 빠진다면 허리 쪽 원인을 찾아봐야 합니다. 다리 저림의 여러 원인은 다리 저림, 허리 때문일까 다른 원인일까에서, 허벅지 앞과 사타구니 통증을 고관절과 구분하는 법은 고관절 통증, 허리일까 고관절 때문일까에서 다뤘습니다.

참고문헌

1.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척추학. 제3판.

2. Nouraei SA, Anand B, Spink G, O’Neill KS. A novel approach to the diagnosis and management of meralgia paresthetica. Neurosurgery. 2007;60(4):696-700. doi:10.1227/01.NEU.0000255392.69914.F7

3. Parisi TJ, Mandrekar J, Dyck PJB, Klein CJ. Meralgia paresthetica: relation to obesity, advanced age, and diabetes mellitus. Neurology. 2011;77(16):1538-42. doi:10.1212/WNL.0b013e318233b356

4. van Slobbe AM, Bohnen AM, Bernsen RM, Koes BW, Bierma-Zeinstra SM. Incidence rates and determinants in meralgia paresthetica in general practice. J Neurol. 2004;251(3):294-7. doi:10.1007/s00415-004-0310-x

5. Haim A, Pritsch T, Ben-Galim P, Dekel S. Meralgia paresthetica: a retrospective analysis of 79 patients evaluated and treated according to a standard algorithm. Acta Orthop. 2006;77(3):482-6. doi:10.1080/17453670610046433

6. Khalil N, Nicotra A, Rakowicz W. Treatment for meralgia paraesthetica. Cochrane Database Syst Rev. 2012;12:CD004159. doi:10.1002/14651858.CD004159.pub3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