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 남성이 몇 년째 허리가 아프다며 찾아왔습니다. 그동안 여러 병원에서 “디스크가 약간 있다”, “근육이 뭉쳤다”는 말을 들었고, 물리치료와 주사도 받아 봤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문진을 계속 하다 보면 조금 이상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허리가 뻣뻣해 한참 지나야 풀리고, 가만히 쉬면 오히려 더 아프고, 움직이면 나아진다는 겁니다.
이런 허리 통증이라면 디스크보다 강직성척추염을 먼저 떠올려 볼 필요가 있습니다. 흔한 허리 통증과 어떻게 다른지, 왜 몇 년씩 늦게 발견되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목차척추와 골반 관절에 생기는 염증
강직성척추염은 척추와 골반 관절에 염증이 생기는 병입니다. 대개 골반 뒤쪽의 천장관절에서 시작해 척추로 올라가고, 염증이 오래 이어지면 척추 마디들이 서서히 굳어 하나로 붙을 수 있습니다.
주로 젊은 나이에 시작하고 남성에게 더 많습니다. 특정 유전자(HLA-B27)와 관련이 깊어서 환자 대부분이 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만, 유전자가 있다고 모두 병이 생기는 건 아니고요.
근거가 궁금하다면 — 강직성척추염의 특징
교과서는 강직성척추염(Ankylosing Spondylitis, AS)의 유병률을 0.1~1.4%, 남녀 비율을 3:1로 기술하며, 처음 발병하는 나이는 평균 26세이고 30세 이전에 80%에서 증상이 시작된다고 설명합니다. 약 90%의 환자가 HLA-B27 양성이지만, HLA-B27 양성인 사람 가운데 강직성척추염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10% 미만입니다. 환자의 직계 가족이 HLA-B27 양성이면 위험도는 30%로 높아집니다.
교과서는 또 강직성척추염이 혈청 음성 척추관절병증의 가장 기본형으로, 천장관절염과 척추염 외에 말초 관절염, 힘줄이 뼈에 붙는 곳의 염증(부착부염), 눈의 포도막염, 건선, 염증성 장질환 같은 증상을 함께 보일 수 있다고 기술합니다. 최근에는 엑스레이에 천장관절 변화가 없는 초기 단계까지 포함해 축형 척추관절염(Axial Spondyloarthritis)이라는 이름으로 묶어 부릅니다.
디스크 통증과 무엇이 다를까
허리 통증의 대부분은 디스크나 근육, 관절에 무리가 가서 생기는 ‘기계적’ 통증입니다. 강직성척추염의 통증은 염증 때문에 생기는 ‘염증성’ 통증이라 성격이 꽤 다르죠.
가장 큰 차이는 움직임과 휴식에 대한 반응입니다. 디스크나 근육 통증은 쉬면 나아지고 움직이면 심해지지만, 강직성척추염은 반대로 쉬면 심해지고 움직이면 나아집니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날 때 가장 뻣뻣하고, 밤에 아파서 깼다가 일어나 움직이면 나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젊은 나이에 특별한 계기 없이 서서히 시작해서 몇 달 넘게 이어지고, 엉덩이나 엉치 통증이 함께 오는 경우가 흔합니다. 엉덩이 통증의 여러 원인은 엉덩이와 엉치가 아픈데 허리 때문일까에서 다뤘습니다.

스스로 확인해 보는 다섯 가지
Sieper 등(2009)은 척추관절염 전문가들이 실제 환자를 진찰한 결과를 바탕으로, 석 달 넘게 이어지는 허리 통증에서 염증성 통증을 의심할 만한 다섯 가지를 정리했습니다. 다섯 가지 중 네 가지 이상에 해당하면 염증성 통증을 의심해 봅니다.
40세 이전에 시작했는지, 특별한 계기 없이 서서히 시작했는지, 움직이면 나아지는지, 쉬어도 나아지지 않는지, 밤에 아프고 일어나 움직이면 나아지는지입니다.
이 기준은 진단 기준이 아니라 진료를 받아 볼 신호에 가깝습니다. 해당된다고 모두 강직성척추염은 아니고, 해당되지 않는다고 확실히 아닌 것도 아니죠. 다만 여기에 해당하는 젊은 허리 통증이라면 한 번쯤 류마티스내과 진료를 받아 볼 만합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염증성 등통증 기준
Sieper 등(2009)은 척추관절염 전문 류마티스내과 의사 13명이 허리 통증 환자 20명을 직접 진찰한 결과를 바탕으로 염증성 등통증(Inflammatory Back Pain)을 가장 잘 설명하는 다섯 가지 항목을 골랐습니다. 운동으로 나아짐(오즈비 23.1), 밤에 아픔(20.4), 서서히 시작(12.7), 40세 이전 발병(9.9), 휴식으로 나아지지 않음(7.7)입니다. 다섯 가지 중 네 가지 이상이면 워크숍 환자에서 민감도 77.0%, 특이도 91.7%였고, 별도의 환자 648명에서는 민감도 79.6%, 특이도 72.4%였습니다.
교과서는 이 국제척추관절염평가학회(Assessment of SpondyloArthritis international Society, ASAS) 기준을 소개하며, 염증성 등통증이 인구의 약 5%에서 나타나고 만성 등통증 환자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한다는 보고를 함께 인용합니다. 다만 만성 등통증 가운데 실제로 축형 척추관절염에서 비롯되는 경우는 5% 정도라고 덧붙입니다.
왜 이렇게 늦게 발견될까
강직성척추염은 진단이 늦기로 유명한 병입니다. Feldtkeller 등(2003)이 환자 1,000여 명을 조사했더니, 증상이 시작되고 진단받기까지 평균 8년 넘게 걸렸습니다.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허리 통증은 워낙 흔해서 젊은 사람이 허리가 아프면 대개 디스크나 근육 문제로 생각하게 됩니다. 게다가 초기에는 엑스레이에 아무 변화가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고요. 디스크 사진에 약간의 변화라도 보이면 그게 원인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사진에 보이는 디스크가 꼭 통증의 원인은 아니라는 이야기는 MRI에 디스크가 보이는데 괜찮다는 이유에서 다뤘습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진단 지연
Feldtkeller 등(2003)은 독일과 오스트리아 강직성척추염 환우회 소식지를 통해 받은 환자 1,080명의 설문을 분석했습니다. HLA-B27 상태를 아는 945명 중 10%가 음성이었습니다. 평균 발병 나이는 HLA-B27 양성 24.8세, 음성 27.7세였고, 진단받은 나이는 각각 33.2세와 39.1세로 평균 진단 지연은 8.5년과 11.4년이었습니다. 40세 이후 늦게 발병한 비율은 음성 환자에서 13%로 양성 환자(5%)보다 높았고, 눈의 급성 전방 포도막염은 음성 26%, 양성 41%로 양성 환자에서 더 흔했습니다.
교과서도 질환 초기에는 엑스레이에서 천장관절염 같은 분명한 소견이 보이지 않아 진단이 증상 발현 후 보통 5~10년 늦어진다고 기술하며, 45세 이하에 시작된 만성 등통증 환자에서 통증이 염증성이거나 HLA-B27 양성이거나 엑스레이에서 천장관절염이 보이면 류마티스 전문의에게 의뢰할 것을 제안한 연구를 소개합니다.
어떻게 진단할까
진단은 증상과 함께 혈액 검사와 영상 검사를 종합해서 합니다. 혈액에서는 HLA-B27 유전자와 염증 수치를 보고, 영상에서는 골반 뒤쪽 천장관절에 염증이 있는지 봅니다.
엑스레이에 변화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지만, MRI는 그보다 일찍 천장관절의 염증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의심이 되는데 엑스레이가 정상이라면 MRI를 찍어 보기도 합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진단 방법
교과서는 국제척추관절염평가학회의 2009년 축형 척추관절염 분류 기준을 소개합니다. 45세 이전에 시작해 3개월 이상 지속된 등통증 환자에서, 영상(MRI의 활동성 염증 또는 엑스레이의 확실한 천장관절염)에서 천장관절염이 보이고 척추관절염의 특징이 하나 이상 있거나, HLA-B27 양성이면서 다른 특징이 둘 이상 있으면 축형 척추관절염으로 분류합니다. 특징에는 염증성 등통증, 관절염, 발뒤꿈치 부착부염, 포도막염, 손발가락염, 건선, 염증성 장질환, 소염제에 대한 좋은 반응, 가족력, HLA-B27, CRP 상승이 포함됩니다.
교과서는 MRI를 이용하면 단순 엑스레이에서 이상이 나타나기 전에 천장관절이나 척추의 염증을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척추관절염의 통증은 항염증 용량의 소염제로 24~48시간 안에 상당히 좋아지는 것이 특징이라고도 기술합니다.
치료는 운동과 약이 중심입니다
강직성척추염 치료의 중심은 수술이 아니라 꾸준한 운동과 약물입니다. 운동과 물리치료는 통증을 줄이고 척추가 굳지 않도록 움직임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담배를 피우신다면 끊는 것도 치료의 일부고요.
약은 소염진통제를 먼저 쓰는데, 실제로 잘 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염제를 써도 병의 활동성이 계속 높으면 염증 물질을 차단하는 생물학적 제제를 쓰는데, 통증과 기능, 염증 조절에 큰 효과를 보입니다. 반면 먹는 스테로이드를 오래 쓰는 건 권하지 않습니다(van der Heijde 등, 2017). 이런 치료는 주로 류마티스내과에서 맡습니다.
고관절이 망가져 통증이 심하면 인공관절 수술을, 척추가 심하게 굽어 앞을 보기 어려울 정도가 되면 교정 수술을 고려하기도 하지만 드문 경우입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치료
국제척추관절염평가학회와 유럽류마티스학회의 2016년 개정 권고(van der Heijde 등, 2017)는 축형 척추관절염 치료의 목표를 증상과 염증을 조절해 건강 관련 삶의 질을 최대화하는 것으로 두고, 비약물 치료와 약물 치료를 함께 하도록 권합니다. 환자 교육과 규칙적인 운동, 금연을 권하고 물리치료를 고려하도록 했습니다.
통증과 뻣뻣함이 있으면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NSAIDs)를 위험과 이득을 따져 최대 용량까지 1차 약물로 쓰고, 잘 반응하면 증상이 있는 동안 계속 쓰는 것을 선호한다고 했습니다. 국소 부위 스테로이드 주사는 고려할 수 있지만, 척추 증상이 있는 환자는 전신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쓰지 않도록 했습니다. 척추에만 증상이 있는 환자에게는 류마티스 관절염에 쓰는 일반 항류마티스제를 쓰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런 치료에도 병의 활동성이 계속 높으면 생물학적 제제를 고려하며, 현재는 종양괴사인자 차단제(TNF-α Inhibitor)로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효과가 없으면 다른 종양괴사인자 차단제나 인터루킨-17 차단제(IL-17 Inhibitor)로 바꾸는 것을 고려합니다. 오래 관해 상태가 유지되면 생물학적 제제를 줄여볼 수 있습니다. 구조적 손상이 있는 고관절에 통증이나 장애가 심하면 나이와 상관없이 인공 고관절 치환술을, 심한 척추 변형에는 전문 센터에서 교정 절골술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교과서도 보존적 치료가 강직성척추염 치료의 중심이며, 소염제는 1차 약물이지만 심혈관, 위장관, 신장 부작용에 주의해야 하고, 종양괴사인자 차단제는 척추 통증, 기능, 말초 관절 질환에 큰 효과를 보였다고 기술합니다. 약물 치료와 함께 변형을 막고 움직임을 지키기 위한 운동을 병행하도록 권합니다.
굳은 척추는 작은 충격에도 부러질 수 있습니다
척추를 수술하는 의사로서 꼭 알려 드리고 싶은 부분입니다. 척추 마디가 붙어 굳은 강직성척추염 환자는 가볍게 넘어지는 정도의 작은 충격에도 척추가 부러질 수 있습니다. 굳은 척추는 충격을 나눠 받지 못하고, 긴 막대처럼 한 곳이 꺾이기 때문입니다.
Westerveld 등(2009)이 이런 골절을 모아 분석해 보니 주로 목에서 생겼고,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엑스레이에서 잘 보이지 않을 수 있고, 팔다리 마비 같은 신경 증상이 며칠에서 몇 주 늦게 나타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강직성척추염이 있는 분이 넘어지거나 부딪힌 뒤 목이나 등이 새로 아프다면, 괜찮아 보여도 바로 검사를 받아 보시는 게 안전합니다.
같은 이유로 척추를 강하게 비트는 도수치료도 피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도수치료, 효과는 어디까지 확인됐나에서 다뤘습니다.

근거가 궁금하다면 — 굳은 척추의 골절
Westerveld 등(2009)의 체계적 고찰은 척추 골절이 생긴 강직성척추염 환자 345명과 미만성 특발성 골격 과골증(Diffuse Idiopathic Skeletal Hyperostosis, DISH) 환자 55명의 결과를 분석했습니다. 골절은 대부분 목뼈에서, 낮은 에너지의 충격으로 생겼고, 환자와 의사 양쪽 요인으로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입원 당시 강직성척추염 환자의 67.2%가 신경학적 결손을 보였고, 이후 신경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도 흔했습니다. 합병증은 51.1%, 손상 후 3개월 이내 사망률은 17.7%로, 일반 외상 환자보다 결과가 상당히 나빴습니다.
교과서도 강직된 척추는 훨씬 부서지기 쉬워 작은 외상에도 골절이 잘 생기고, 강직성척추염 환자의 외상성 목뼈 손상은 정상 인구보다 3.5배 높으며, 아래쪽 목뼈(경추 6-7번)가 낙상과 관련해 가장 흔한 골절 부위라고 기술합니다. 골절이 엑스레이에서 불분명하게 보일 수 있고, 신경학적 기능 장애가 외상 이후 수주 이상 지연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앞의 국제 권고도 마지막 항목에서, 병의 경과에 뚜렷한 변화가 생기면 염증 외에 척추 골절 같은 다른 원인을 생각하고 영상 검사를 포함한 평가를 하도록 권합니다.
젊은데 오래가는 허리 통증이라면
40세 이전에 시작된 허리 통증이 석 달 넘게 이어지면서 아침에 뻣뻣하고 움직이면 나아진다면, 류마티스내과 진료를 한 번 받아 보시길 권합니다. 가족 중에 강직성척추염이 있다면 더욱 그렇고요.
눈이 갑자기 충혈되고 아프면서 빛을 보기 힘든 증상이 반복되거나, 발뒤꿈치나 힘줄이 붙는 곳이 자주 아프거나, 소염제를 먹으면 허리 통증이 하루 이틀 만에 확 좋아지는 경우도 의심해 볼 만한 신호입니다.
일찍 진단받으면 그만큼 일찍 치료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젊은데 오래가는 허리 통증이 있다면, 디스크 말고 다른 가능성도 한 번 떠올려 보셨으면 합니다.
참고문헌
1.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척추학. 제3판.
2. Feldtkeller E, Khan MA, van der Heijde D, van der Linden S, Braun J. Age at disease onset and diagnosis delay in HLA-B27 negative vs. positive patients with ankylosing spondylitis. Rheumatol Int. 2003;23(2):61-6. doi:10.1007/s00296-002-0237-4
3. Sieper J, van der Heijde D, Landewé R, Brandt J, Burgos-Vagas R, Collantes-Estevez E, et al. New criteria for inflammatory back pain in patients with chronic back pain: a real patient exercise by experts from the Assessment of SpondyloArthritis international Society (ASAS). Ann Rheum Dis. 2009;68(6):784-8. doi:10.1136/ard.2008.101501
4. Westerveld LA, Verlaan JJ, Oner FC. Spinal fractures in patients with ankylosing spinal disorders: a systematic review of the literature on treatment, neurological status and complications. Eur Spine J. 2009;18(2):145-56. doi:10.1007/s00586-008-0764-0
5. van der Heijde D, Ramiro S, Landewé R, Baraliakos X, Van den Bosch F, Sepriano A, et al. 2016 update of the ASAS-EULAR management recommendations for axial spondyloarthritis. Ann Rheum Dis. 2017;76(6):978-91. doi:10.1136/annrheumdis-2016-210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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